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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진 Dec 11. 2024

인간을 사랑했던 프로메테우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티탄족 영웅인 프로메테우스Prometheus는 불을 훔쳐 인간에게 내준 까닭에 제우스(Zeus)의 노여움을 사서 캅카스 산(Kavkaz山)의 바위에 묶여 날마다 독수리에게 간을 쪼여 먹히는 벌을 받았다고 한다.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평전인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American Prometheus>의 저자들은 오펜하이머를 프로메테우스에 비유한 것일 게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펜하이머>가 ‘프로메테우스’의 이야기와 함께 시작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오펜하이머는 미국의 핵 개발을 위한 ‘맨해튼 프로젝트Manhattan Project’(1942~45)에 참여하여 원자폭탄을 개발한다. 나치가 원자폭탄 개발에 성공하면 파시즘의 확장과 함께 세계가 멸망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한데, 무슨 일을 벌일지 믿을 수 없는 나치로부터 지구를 구하기 위해 시작된 미국의 원자폭탄 개발은 히틀러의 사망과 함께 나치가 막을 내린 이후에도 계속된다.     


천재 과학자라고 불렸던 오펜하이머의 삶을 통해서 ‘과학과 윤리’, 혹은 ‘정치와 권력’, 그것들을 통해 살아가는 인간의 삶에 대해 묻게 된다.     




나치의 원자폭탄 개발로부터 인류 파멸을 막는 길이 그들보다 먼저 원자폭탄을 개발하는 것인가. 원자폭탄 개발의 이유였던 히틀러와 나치가 사망했음에도 원자폭탄 개발을 계속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한 한 물리학자가 오펜하이머에게 묻는다. “이 무기를 인류에게 사용하는 것을 우리가 어떻게 정당화할 수 있죠?”     


“우린 이론가들이네. 우리는 미래를 상상할 수 있고, 그 상상은 우리를 두렵게 하지. 하지만 저들은 그 위력을 이해하기 전까지는 그 무기를 두려워하지 않을 테고, 그것들이 사용되지 않는 한 진정으로 실감하지 못할 걸세. 우리의 작품은 인류가 여태껏 보지 못한 평화를 가져올 걸세. 루스벨트가 늘 예견했던 일종의 국제 협력에 기반한 평화 말일세.”     


그러니까, 과학자들은 그 두려움을 알기 때문에 원자폭탄을 개발하더라도 사용하지 않을 것이고, 그것이 사용되지 않는 한 그 존재에 대해 누구도 실감조차 못할 것이고, 결국, 정치인들이 국제 협약에 따라 사용하지 않는다면 원자폭탄이라는 존재로 인해 오히려 세계 평화가 유지될 것이라고 오펜하이머의 논리를 이해한다.




하지만, 오펜하이머의 상상과 달리 원자폭탄은 히로시마와 나카사키에 투하되었고 수만명의 무고한 민간인의 목숨을 앗아간다. 그에 대해 오펜하이머는 원자폭탄 발명의 책임자로서 죄책감을 느낀다. "대통령 각하. 내 손에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피가 묻어있습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사람들이 누가 폭탄을 만들었는지 신경이나 쓸 것 같소? 그들에게 중요한 건 누가 떨어트렸느냐요. 내가 했지. 히로시마는 당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소." 죄책감을 가져도 미군 총사령관으로서 직접 폭탄투하 명령을 내린 자신이 가진다는 트루먼 대통령의 말이다. 

     

일본과의 전쟁을 조속히 끝내 더 이상의 불필요한 병력 손실을 막겠다는 목적으로 원폭 투하를 명령한 자신의 결단을 오펜하이머가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적 학살을 비판한 것으로 여긴 트루먼이 불쾌감을 드러낸 것일까. 아니면, 말 그대로 죄책감은 자신의 몫이란 것일까.      




이후 오펜하이머는 태도에 변화를 보인다. 핵확산 방지를 위해서 수소폭탄 개발을 하지 말 것을 주장한 것이다. 그로 인해 오펜하이머는 미국 정부의 의심을 사게 된다.      


이러한 상황을 이용해 이전부터 오펜하이머에게 앙심을 품고 있던 원자력 위원회의 스트로스는 오펜하이머를 공산주의자이자 소련의 스파이라는 누명을 씌워 마녀사냥을 한다. ”아마추어들은 태양을 쫓다 잡아먹히지. 권력은 그림자 속에 머물지“(스트로스)     


청문회장에 선 오펜하이머에게 검사가 묻는다. ”소련은 자신들의 무기 증강을 위해 어떤 짓도 마다하지 않을 텐데요?“ ”우리가 먼저 하는 순간 저들도 반드시 따라하게 된단 말입니다. 원자폭탄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노력은 저들의 노력을 부추길 뿐이라고요!“(오펜하이머)     


이 상황에 대해 아인슈타인은 ”독일에서 일어났던 수년 전의 재앙이 지금 반복되고 있고, 사람들은 저항 없이 순응하고 악의 세력과 쉽게 결탁하지. 자네는 조국을 위해 큰 일을 했는데 이게 그 대가라면 이 나라를 떠나는 게 옳지 않겠나?“ 조언을 한다.    

 

동료 물리학자는 ”우리는 정치인들에게 반드시 알려줘야 하네. 이건 신무기가 아니라, 신세계라는 것을. 자네는 이제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가 된 거야. 인류에게 스스로를 파괴할 힘을 건네준 바로 그 인물로서 자네는 사람들에게 추앙받을 것이고, 거기서부터 자네의 과업이 진정으로 시작되는 거야“ 말한다. 자신은 정치인들을 설득하겠다면서 말이다.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가 된 오펜하이머의 과업은 무엇일까. 그는 무엇을 해야 하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오펜하이머에게 던져진 과업을 2024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일본의 원폭 피해자 단체인 ‘니혼 히단쿄’에게서 찾을 수 있을까. 1956년 결성된 이후 핵무기 근절을 촉구하는 활동을 벌여온 그들은 이번 노벨평화상 시상을 계기로 전 세계가 핵 군축에 나서라고 촉구한다.     


다나카 대표위원은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서명한 5개 핵보유 국가에 조약에 따른 의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라고 촉구한다". "또한 더 많은 국가가 핵무기금지조약(TPNW)을 비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상상해 보라. 즉각 발사될 준비가 된 핵탄두가 4천 개다. 이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발생했던 것보다 수백, 수천 배 더 큰 피해가 당장도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핵 보유로 안보를 보장해야 한다는 국가를 향해 "핵무기가 정말 국민의 인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으며 "방위란 영토 보존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귀중한 생명을 보전하는 것이다. 방위 목적으로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그들과 함께하는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은 "핵은 보유해서도, 개발해서도, 사용해서도 안 된다" "핵은 공멸이고, 인류는 핵과 공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한다.    

 



인간을 사랑했던 프로메테우스가 불을 훔쳐다 준 것은 인간들에게 이로움을 주려던 것이었겠다. 제우스의 명령을 어김으로써 고통스러운 벌을 받으면서까지 말이다.      


한데, 그 불이 사랑하는 인간들에게 해로움을 가져다 준다면, 인간들의 삶을 파멸에 이르게 한다면 프로메테우스는 다시 자신의 지혜와 용기를 발휘할 것이라고 믿게 된다.             



2024. 12. 11. 



*위 글은 나무위키의 ‘오펜하이머’와 연합뉴스 기사(2024. 12. 10.)를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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