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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성이라는 설렘

2013년 '발파라이소'에서

by 영진

우유니 사막을 건너 볼리비아에서 칠레로 넘어간다. 칠레 국경 마을인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 일 년 내내 비가 오지 않는 건조하고 황량한 고지대. 달 표면과 같은 그곳에 석양을 보러 간다.


칠레의 수도인 산티아고까지 장장 22시간의 버스 여행. 가는 내내 창밖으로 보였던 바다 길고도 긴 칠레.

우유니와 아타카마 사막, 그리고 바다. 거의 일주일만에 만난 도시 산티아고 지하철의 생경함.


칠레의 시인 파블로 네루다 Pablo Neruda의 흔적을 찾아다녔다. 네루다가 살았던 집은 세 곳이다. 산티아고의 산크리스토발 언덕, 발파라이소 언덕, 이슬라네그라 바닷가. 두 곳의 사진은 분실해 버렸고 발파라이소에서의 사진도 몇 장 보이지 않는다.


2013. 2. 14 ~ 2. 18. 칠레 산티아고, 발파라이소, 이슬라네그라


20130216_145250.jpg 네루다가 살았던 발파라이소의 언덕배기 집에서 내려다 보이는 발파라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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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네루다의 집 근처 서점에서 만난 칠레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들 중 한 사람인 대통령이었던 살바도르 아옌데. 발파라이소는 아옌데 대통령의 고향이기도 하다고. 그리고 칠레의 가수 빅토르 하라, 시인 네루다




칠레에서 새로운 대통령이 당선되었다는 소식에 가슴 설레었던 것은 사실이다. 감각적으로 그랬다. 그 감각의 기초는 그 대통령이 칠레 시민들의 삶을 낫게 해 줄 것이라는 ‘가능성’이다.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가능성이 보인다고 감각할 때 가슴이 설레는 경험을 한다.


‘더 나은 상태로의 변화 가능성’은 그 자체로 설레는 일이다. 그런 ‘변화와 가능성’은 늘 관심을 유발한다. 2019년 산티아고 지하철 요금 인상에 대한 분노가 교육·의료·연금 등 불평등을 낳는 사회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만을 낳았고 대규모 시위를 벌였던 칠레 시민들이 그 대통령을 선택했다고 한다.


더 나은 상태로의 변화 가능성에 관심을 가지는 일은 그 자체가 가능성이기도 하다고,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가능성을 유발하는 일이라고 여긴다. 그것만은 아니다. 가능성에 관심을 갖고 다시 물음을 제기하는 것도 가능성 유발의 중요한 요소라고 여긴다.


새로운 대통령의 당선 소식을 알리던 신문 기사는 전하고 있다. “보리치 당선인은 21일(현지시간) 수도 산티아고에서 24명의 새 장관 지명자들을 소개하며 "문이 열려있고 항상 국민의 곁에 가까이 있는 시민의 정부를 만들기로 약속했다"라고 말했다.” “전체적인 내각 인선에서 다양성과 '젊음'이 두드러진다.”


“그는 승리가 굳어진 뒤 지지자들 앞에 서서 "모든 칠레 국민의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통합의 메시지를 전했다. "구조적인 변화를 위해 책임감 있게 나아갈 것"이라며 국민의 사회적 권리 확대 등을 약속하기도 했다.”

나는 신자유주의를 문제 삼으며 어떻게든 정권을 잡았다는 점에서 보리치 정부에게서 가능성을 본다. ‘다양성과 통합’을 선택했다는 새 대통령이 어떤 가능성을 열어갈지 지켜봐야겠다. 지금 여기 나의 삶과 어떤 상관이 생길지도 모르니.


2022.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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