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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사용설명서

by 영진


경제 전문가들은 투자하기 전에 왜 미국의 상황을 살필까? 미국의 리먼 사태가 내 지갑 속 돈에 영향을 미칠까? 미국 경제가 우리 집 가계에도 영향을 미칠까? 돈이란 무엇인가? 왜 학교에서는 경제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것일까?(5)


위의 물음들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한 결과, 10년 동안 천 여권의 경제 서적을 섭렵한 결과, ‘EBS 자본주의 제작팀’이 얻은 답은 이것이다.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근본적인 원리는 ‘자본주의‘”다.(5)


그와 같은 해답 앞에서 그들은 다시 질문을 던진다. “점차 더 역할이 커지는 금융경제를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가”(22)


그리고 그들은 사회의 모순을 해결하는 것, 즉, “공정한 분배나 교육 복지, 의료복지 등의 체계를 잘 마련해 많은 사람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온 것”은 “기업가나 정치인들이 아니었다”(339)고 주장한다.

그들이 자본주의 ’교육‘을 하려는 이유는 거기에 있을 것이다. 다시, 역시 문제는 ’교육‘이라는 것이겠다.

그리고 그들이 생각하는 교육은, 교육의 목적은 “기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고 사람을 만드는 것”(루소)이다. 다시 말해, “교육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어가는 과정”(292)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은 무엇인가 묻게 되는데 사람이 ’기계‘가 아니라는 의미를 그들의 다음의 주장에서 이해하려 한다. “우리가 아무 꿈도 꾸지 않는다면 사회는 바뀌지 않는다. 우리 아이들이 지금의 현실을 어떤 비판적 견해도 없이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사회의 모순을 전혀 해결할 길이 없어져 버린다”(339)


그러니까, 그들이 자본주의 교육을 통해서 ’사람‘을 만드는 교육을 한다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와 다른 사회를 꿈꾸게 하는 것,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해결할 비판적 견해를 갖게 하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겠다.




그들이 [자본주의 사용설명서]를 통해 ’사람을 만드는‘ 교육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겠다. 소비 주권자가 되는 것, 국민 주권자가 되는 것, 그럼으로써, 자본주의의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들의 ’사람을 만드는‘ 자본주의 교육, 그를 위한 [자본주의 사용설명서]를 통해 자본주의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갖게 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여기면서도 몇 가지 의문은 남는다.


그들이 칼 폴라니의 주장을 따라 쓰고 있는 자본주의 위기의 원인이라는 ’노동, 화폐, 토지‘의 상품화, 그들이 언급하지 않은 노동 가치 존중(저임금 장시간 노동 등 노동력 착취), 소득 격차, 생산수단의 민주화 등을 해소할 방안은 무엇인지 의문이다.


그들이 [국부론]의 저자 아담 스미스의 주장을 따라 쓰고 있는 “국가의 공적인 책임”으로서 “개인의 복지”, “국민들의 부와 안녕, 행복”이라는 “국가의 부”(56)를 실현할 국가를 만들 구체적인 방안(누가, 어떻게)은 무엇인지도 의문이다.



2025. 1. 1.





[자본주의 사용설명서]가 주장하는 ’비판적 견해‘들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ㅣ국민 주권자가 되기 위한 비판적 견해들


금융위기에 대해 정부와 민간 부문 모두 비난을 받아야 합니다. 시장은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합니다. 시장은 규제가 필요합니다.(27)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금융계의 윤리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은행, 헤지펀드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도덕관념이 전혀 없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오로지 돈을 버는 데만 집중한다고요.(37)


[국부론]의 저자 아담 스미스는 개인의 복지가 국가의 공적인 책임이라고 주장해요. 그가 말하는 국가의 부는 국민들의 부와 안녕, 행복을 말해요. 스미스에게 중요한 건 개개인이 더 나은 환경에서 사는 거였죠.(56)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는 결국 부동산과 금융이 결합 되면서 사고가 터진 것입니다. ‘이 세상의 모든 상품 중에서 상품이 돼서는 안 되는 것이 노동, 화폐, 토지다. 이 세 가지는 인간이 상품으로 만들어서는 안 되는데 잘못 만들어서 이것이 큰 재앙을 불러일으킨다.‘ ’악마의 맷돌이 계속 돌아간다.‘(칼 폴라니, ’거대한 전환‘에서)(85)



ㅣ소비 주권자가 되기 위한 비판적 견해들


은행이나 증권사는 모든 기업이 그러하듯 당신의 이익이 아니라 그들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사업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27) 적어도 금융 시장의 구성 요소와 금융상품의 성격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26)


“우리는 이미 부를 벌어들여서 소비하는 힘으로 생각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한나 아렌트). 기업은 물건을 파는 대신 이미지나 서비스 같은 것을 팔며 사람들에게 ‘소비의 수준‘이 ‘당신의 수준‘을 결정 짓는다고 끊임없이 속삭인다.(108)


마치 인간이 만든 기계들이 인간을 지배하는 공상과학 영화의 세상처럼 우리 스스로가 사물들에게 예속되는 삶을 살고 있다고 느껴지는 건 우리가 사물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108)


어떤 일을 했을 때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만 다른 이에게 불이익이 된다면 인간은 그 일을 과감하게 포기할 수 있는 선한 의지도 가지고 있다. 이때 누군가는 자신의 이익을 따지지 않았기에 합리적이지 않다고 비난할 수 있지만, 타인을 배려하고 타인의 고통을 덜어주려는 그 행동이 결과적으로는 더 바람직한 상황으로 전개될 수 있다.(128)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소비자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미래에는 브랜드가 제조사의 소유가 아니라 소비자의 소유가 될 것이기 때문이죠. 지나친 마케팅을 통제하는 것은 정부가 아니라 소비자의 역할입니다. 균형이 필요합니다. 결국 브랜드는 돈을 벌기 위해 존재한다는 걸 깨달아야 해요.(129)



*자본주의 사용설명서, 고희정·정지은 지음, EBS 자본주의 제작팀 엮음, 가나출판사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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