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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과 자유 그리고 책임

by 영진

아우슈비츠(Auschwiz) 제1수용소 입구에 걸려 있었다는 간판에 새겨진 ‘ARBEIT MACHT FREI’(노동이 자유롭게 하리라)는 문구에서 눈에 들어 온 것은 알파벳 ‘B’가 거꾸로 새겨져 있다는 것이다. 간판을 만든 노동자들의 저항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노동이 노동하는 자들을 자유롭게 하리라는 것은 사실이다. 인간은 동일한 행위를 반복하는 여느 동물과 달리 계획하고 실행하고 반추하는 합목적적인 노동을 통해 삶을 영위한다. 우리가 먹을 쌀도, 입을 옷도, 살아갈 집도, 동물적인 반복 행위의 결과가 아니라 그 실천적 노동 안에는 맛과 멋이 있고 과학과 기술이 있다.


그리하여, 인간의 노동은 예술적이기도 하고 과학적이기도 하며 달나라 여행을 꿈꾸게 하다 실제 달나라 여행을 가도록 한다.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이 전면화 한 사회로 들어서면서 자신의 노동력을 판매하여 화폐를 구매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노동자들에게 노동이 생존을 위한 의식주를 해결해 준다는 점에서 생존의 위협이라는 제약으로부터 자유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하지만, 양질의 일자리는 고사하고 투잡·쓰리잡에 지역·성별·학력 차별에 직장 내 갑질과 괴롭힘에 시달려도 내 집 하나 마련하기 힘든 노동자들에게, 지구 곳곳으로 값싼 노동력으로 팔려다니는 이주노동자들에게, 그들에게 ‘노동이 자유롭게 해주리라’는 언설은 새빨간 거짓으로 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언설이 거짓이라면, 그러한 거짓 현실을 견디며 노동을 해야 하는, 노동하지 못하면 죽임을 당해야 하는 자본권력이 지배하는 아우슈비츠와 같은 현실은 진실이다.


노동자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자유를 약탈함으로써 자신의 생명을 연장하고 있는 지구상의 대부분의 자본독재국가에서는 자본권력에 의해 노동자들의 임금, 노동 시간, 고용과 해고, 목숨까지도 합법적으로 유연하고도 자유롭게 결정된다.


아우슈비츠에서 노동하는 노동자는 노동에 의해 자유롭지 못했다. ‘노동이 자유롭게 하리라’는 문장의 목적어는 노동하는 노동자들을 관리하며 억압하고 착취하다 살해했던 나치(Nazis)였다.


아래 글에서는 노동의 자유에 대해서, 자유로운 노동에 대해서, 자유롭기 위한 인간들의 공동체에 대한 책임에 대해서 이야기 합니다.



자유의 영역은 필요의 영역이 충족될 때 시작 된다(발행 예정)

생산력 증대와 자기 억제(발행 예정)

자유는 특권이 아니라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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