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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속에서

by 영진


매섭고 차가운 겨울바람이 잠시 쉬어가는 햇살 속에 앉아 있으니

어디선가 노래 소리가 들려오네.

’햇살 속에서‘ 속삭이듯 나지막한 목소리와 함께 시작되는 노래라네.


’인형의 기사 Part Ⅱ’


햇살 속에서 눈부시게 웃던

그녀의 어린 모습을 전 아직 기억합니다

그녀는 나의 작은 공주님이었지요

하얀 웨딩드레스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오월의 신부여 어린 날의 기억 속에서

영원히 내게서 떠나네 행복하게 웃으며



‘행진’, ‘그것만이 내 세상’, ‘세계로 가는 기차’, ‘매일 그대와’, ‘아침이 밝아 올 때까지’ 얼핏 떠올려도 여전히 생각나는 노래들, ‘들국화 1집’이 사춘기 시절 내게 주었던 것은 ‘기쁨과 행운’ 그 이상이었을 거야.


‘인형의 기사’, ‘도시인’, ‘외로움의 거리’, ‘아버지와 나’, ‘집으로 가는 길’, ‘영원히’, 얼핏 떠올려도 여전히 귓가에 맴도는 노래들. ‘넥스트 1집’이 청년기 시절 내게 주었던 것은 ‘위안과 용기’ 그 이상이었을 거야.



아이에서 어른이 되기 위해 난 너에게 머물렀던가

연인에서 타인이 되기 위해 넌 그렇게 서둘렀던가

갑자기 아찔한 어지러움을 느꼈지

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 속에서

(넥스트, ‘외로움의 거리’ 중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세상에 길들여짐이지

남들과 닮아 가는 동안

꿈은 우리 곁을 떠나네

(넥스트, ‘영원히’ 중에서)



일상 속에서, 라디오에서, 거리에서 문득 문득 불쑥 불쑥 환청인 듯 아련하게 들려오곤 하는 노래들이 있어. 그만큼 삶 속에서 음악을 가까이했고 가까이 있었기에 그런 것이겠지.


그나저나 노래에 대한 기억들을 끄집어내 끄적이다 보니 노래에 얽힌 삶의 이야기들을 책으로 남기는 것도 의미 있겠다 싶어. 지구를 떠나기 전에 해야 할 일들이 하나둘 늘어만 가는구나.



2025. 1. 5.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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