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노인들 여성들을 우선시하는
서로 차별 없이 존중하고 존중받으며 사는
그런 분위기가 사람들을 활기차고 자신감 넘치게 만드는 것인지
그런 분위기 속에서도 빈부 사이에 명확한 선이 존재한다는 건
빈부의 양극화는 한 특정 사회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이 지배하는 전 지구의 문제 전지구인이 합심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걸 보여주는
언제부터 누가 그었는지 왜 그어져야 하는지
사람이 사는 곳이지만 갈 수 없는 곳 가서는 안 되는 곳 갈 필요가 없는 곳
총 맞을 수도 있다는 두려운 현실이 내 맘속에도 두텁게 그어버린 선
걷어내야 할 선 당연한 선이 아니라는 걸 알고 알리는 것
시작이자 끝
2012. 12. 3.
보고타에서
‘볼리바르 광장에서 보테로 미술관 가는 길’이라는 이름을 붙인 위 사진은 중남미 여행이 남긴 사진 중에서 특별히 애정하는 사진이다.
중남미 여행에서 가장 길게 머문(한 달) 곳이 보고타이고, 보고타의 하루 일과에서 빠지지 않고 거의 매일 저 길을 지나다녔다. 저 길을 통해서 가야 할 필요 장소나 좋아하는 장소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 우측으로 가면 볼리바르 광장이다. 시몬 볼리바르는 스페인으로부터 남미의 해방을 이끈 독립 영웅이다. 해서, 남미 곳곳에서 볼리바르 광장이나 공원을 만날 수 있다.
볼리바르 광장에서 저 길로 들어서는 입구 왼쪽에 마트가 있다. 저 두 사람이 서 있는 맞은편에 식당들이 주욱 이어져 있다. 저 길이 끝나는 지점 모퉁이에 맛난 아이스크림을 파는 가게가 있고 길 건너에 콜롬비아 커피가 맛있는 카페가 있다.
저 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카페를 마주 보고 왼쪽으로 가면 보고타의 주요 방문지 중의 하나인 ‘오로 Oro’(금) 박물관이 있다. 카페를 왼쪽에 두고 직진해서 올라가다 보면 왼쪽에 ‘백 년 동안의 고독’의 작가 마르케스를 기념하는 문화센터가 있고 조금 더 올라가면 오른쪽에 ‘보테로 미술관’이 있다. 보테로는 모든 대상을 뚱뚱하게 그리는 화가로 유명하다. 예수도 게릴라도 창녀도 그 어떤 대상도 모두 뚱뚱하다. 풍요를 상징한다고 한다.
조금 더 올라가면 왼쪽에 보고타에서 스페인어를 배우며 숙제를 한다고 매일 몇 시간씩 보냈던 ‘루이스 앙헬 아랑고 도서관’이 있다. 도서관을 지나 조금 더 올라가서 왼쪽으로 가면 ‘칸델라리아 지구’라는 한국으로 치면 대학로쯤 되는 거리로 들어서게 된다. 학교, 호스텔, 어학원들이 있고, 그 가운데 숙소였던 사이타 Sayta 호스텔이 있다.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좋아하는 풍경 중 하나라서 사진을 찍은 것이다. 저 벽면은 볼리바르 광장에 있는 성당의 벽면이고 볼리바르 광장 근처에 대통령 궁이 있다. 보고타에서 ‘빈과 부’로 나눈다면 ‘빈’에 속하는 지역이다. 보고타는 1~100으로 지역이 나뉘어 있고 100에 가까울수록 부유한 지역이다.
선線이라는 글은 한 달간 묵었던 집의 달리아 이모님과 볼리바르 공원에 산책을 갔다가 저 지역으로 가면 위험하다고 총 맞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쓴 것이다.
2023. 8.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