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의 중남미 여행에서 무엇이 좋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고 한두 가지가 아니라서 무엇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 나의 답변이었다. 좋았던 것 중에 ‘표현’이 있다. 그들의 표현 혹은 표현 문화가 좋았다.
남미에서는 서로 볼을 맞대는 인사를 한다. 이 ‘볼 키스’(스페인어로 ‘베소’ beso)는 처음 만난 사이임에도 서로의 거리를 확 좁혀준다는 느낌적인 느낌을 준다. 느낌적으로는 그렇다는 말이다. 인사 문화일 뿐이니 그 인사가 일상이 되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
표현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고, 표현한 만큼이 그 사람의 생각이라고 믿는 (내가 만난) 그들에게 말뿐만 아니라 스킨십을 비롯한 비언어(신체언어)를 통한 표현에 적극적인 건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나는 그들의 인사를 비롯한 말이나 행동에서 적극적인 표현이 좋았다. 그들과 ‘표현’에 대해서 적지 않은 이야기를 나눈 듯하다. 그들과 다른 문화를 살아온 때문일 것이다. 동양에서 미덕이라고 여겼던, 오늘날은 서구인들도 중요히 여기는 ‘절제나 겸손’과 같은 문화에 대한 것들은 서로에게 흥미로운 주제이기도 했다.
어쨌든, 나는 그들의 ‘표현’이 좋다. 아래의 ‘표현’에 대한 끄적임 들은 순전히 내가 경험한 느낌을 표현한 것들일 뿐이다.
과연 우린 생전 처음 만난 사이일까라는 의문을 갖게 할 만큼 반갑게 맞아주던 인사, 과연 나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갖게 만들던 염려 가득한 인사
안부 인사라는 건 그저 ‘안녕’이라는 말 한마디를 입 밖으로 내뱉는 것이 아니라 보지 못한 시간 동안의 안부를 몸과 마음으로 궁금해하고 염려해 주는 행위라는 걸 보여주던 인사
부모가 아이에게, 친구가 친구에게, 연인이 연인에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던 애정표현, 사랑하는 사이라면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라서 지나치다고 말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했던
그렇게 인간에 대한 애정 표현에 적극적이니 사랑이 넘쳐나는 분위기가 될 수밖에 없겠다는, 그들의 표현이 항상 진심일 리는 없을 테고 표현하지 않는다고 덜 사랑하는 것도 아닐 테지만
감정표현뿐만 아니라 자신의 생각에 대한 표현에도 적극적이고 분명하다 보니 서로 충돌하는 것도 당연하겠다만 그 충돌이 지나친 대립으로 치닫지는 않는
자기감정에 충실하면서도 타인의 감정 또한 존중할 줄 아는, 지극히 이성적이면서도 차갑거나 계산적이지 않은, 아무런 조건 없이 서로 존중해 주고 좋아해 주는, 해서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분위기
2013. 8. 13.
베를린에서 남미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