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보편적이고 공공적인 보건의료시스템

by 영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지만 석방된 내란범죄 우두머리가 공원에 출몰할 만큼 혼란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노동하는 사람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사회정책 논의는 이슈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하는 하청비정규직 노동자, 안전망이 없는 취약한 노동자들의 건강이 보장되지 않는 의료보장 체제의 문제점을 파헤친, 인하대 의대 임준 교수의 <오늘도 무사히>(후마니타스)가 지난해 12월 출간됐지만 아무도 책을 읽을 수 없는 시기였다.


2024년 산재 사고 사망 노동자는 827명이라고 고용노동부가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은 산재보험과 다른 제도로 집계되지만 노동자임이 분명한 농어업노동자, 선원, 공무원, 군인들의 사망자료까지 모아 더하였더니 5년간(2019~2023년) 1만2848명이 일하다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발표했다. 하루 7명이다. 미등록 이주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죽음을 찾아낸다면 더 늘어날지도 모른다.


보건복지부는 건강증진사업으로 노동자 금연 운동을 하지만 강도 높은 노동을 하면서 스트레스는 높아지고 짧은 휴식시간에 상사나 동료가 담배를 권하면 거절할 수 없는 노동현장의 문화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단기 일자리를 전전하는 노동자들, 노동조합의 울타리가 없는 이들은 건강하지 못한 몸이 되면 일자리에서 밀려날 수도 있기 때문에 일할 수 있는 몸일 때 더 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무사히>에서 임준은 시대가 바뀌어도 노동자를 기계 부품으로 취급하는 체제는 그대로라고 말한다. 차별과 배제는 사람의 감정을 위축시켜 심혈관계와 내분비계의 항상성을 깨뜨려 실제로 건강을 위협한다. 노동시장에 밀려나지 않기 위해 차별받지 않기 위해 '내 건강은 내가 챙겨야 한다'는 위기감이 사회 전체에 퍼졌다.


카페 알바에게도 3.3% 사업소득세를 떼는 가짜 프리랜서가 범람하는 시대다. 노동자냐 아니냐 구분하는 것이 의미 없는 시대다. 누구를 위해 산재보험, 건강보험이 따로 운영되어야 하나. 보편적이고 공공적인 보건의료시스템을 만들자. 어떤 이름의 제도냐가 아니라 복잡하고 다층적으로 변하는 노동시장의 구조와 경제사회의 변화 속에서 배제되는 사람이 없는 시스템을 상상할 수 있지 않나.


-프레시안, 2025. 5. 11. 기사 <카페 알바에 3.3% 사업소득세 떼는 시대, '노동자'가 중요한가> 중에서



산재 사고로 사망하는 노동자의 숫자가 하루 7명 이상이라거나, 노동시장의 구조 변화 속에서 배제되는 사람에 대한 소식은 거의 매일 접하는 알만한 사실이기도 하다.


법 안의 노동자들의 산재에 대해서는 고용노동부의 관리 감독 강화나 사법부의 공정한 판결을 통한다면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한 일터를 지켜낼 수도 있을 것 같다.


<오늘도 무사히>라는 책이 이목을 끄는 것은 “노동자냐 아니냐 구분하는 것이 의미 없는 시대”라는 진단이다. 법 밖의 노동자뿐만 아니라 법 안으로 들어가기가 부담스러운 영세 사업자의 숫자가 늘어가는 시대라는 것이겠다.


해서, 법 밖의 노동자와 영세 사업자의 건강과 안전한 일터를 지켜낼 수 있도록 산재보험과 건강보험을 따로 운영할 것이 아니라 “보편적이고 공공적인 보건의료시스템을 만들자”는 저자의 상상이 현실이 되기를 바라게 된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노동하는 사람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사회정책 논의'가 이슈로 올라오기를 바라본다.



2025. 5. 12.



카페 알바에 3.3% 사업소득세 떼는 시대, '노동자'가 중요한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인간으로서 존중받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