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사회적 계획에 따라

by 영진

사이토 고헤이가 ‘탈성장 코뮤니즘’의 다섯 가지 구상 중에서 첫 번째 ‘주춧돌’이라고 한 것이 ‘사용가치경제로 전환’이다. “‘사용가치’를 중시하는 경제로 전환하여 대량 생산·대량 소비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다.



‘사용가치’를 무시한 생산은 기후 위기의 시대에 치명적일 수 있다. 기후 위기 시대에는 해야 하는 일이 많다. 식량, 물, 전력, 주거, 교통기관에 보편적 접근성을 보장하고, 홍수와 해일에 대비하며, 생태계도 보호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가치’가 아니라 위기 대응에 필요한 것을 우선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코뮤니즘은 생산의 목적을 크게 전환한다. 생산의 목적을 상품의 ‘가치’ 증대가 아니라 ‘사용가치’에 두고, 사회적 계획에 따라 생산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다. 다르게 표현하면, GDP 증대를 목표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기본적인 수요를 충족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야말로 ‘탈성장’의, 기본적인 입장이다


-사이토 고헤이,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 김영현 옮김, 다다서재, 2021, 299쪽.




그의 주장에서 ‘기후 위기의 시대’, ‘사회적 계획에 따라’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그러니까, ‘위기’를 받아들이는 인식의 정도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기후만 아니라 전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경제(생산 방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 규제’와 ‘시장 자율’이라는 이분법에 갇히기 보다는 ‘사회적 계획에 따라’ 분별 있는 생산을 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인류를 위하는 길이라는 주장이겠다. 위기에 대한 과학적인 인식을 바탕으로 사회적 계획을 얼마나 촘촘하게 세우고 그에 따를 수 있느냐가 관건이겠다.



2025. 6. 30.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괴롭히고 차별할 자유가 본질적 자유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