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허무함을 견디는 방법

투바투가 있어서 다행이야

by 두밧두중독현상

2025년이 끝이 났다. 대체로 허무했고 때때로 즐거웠으며 가끔 행복했다. 왜 태어나서 출근 같은 걸 해야 하냐고 친구들에게 하소연했더니 내가 태어났을 때 기뻐했을 부모님을 생각하라는 말이 돌아왔다.

그러니까 말이야 엄마 아빠는 행복했겠지. 그런데 나는?

오죽하면 태어나자마자 제일 먼저 한 일이 우는 거였을까. 아담과 하와가 원망스럽다. 하지 말라는 짓을 왜 해서 인간을 번식하게 만들었는지. 기어코 내 차례까지 오고야 만 것인지.

결혼해서 아이를 낳은 친구도, 준비 중인 친구도 있는데 아직 낳지 않은 상황이라면, 한 번쯤은 태어날 아기 입장도 고려해 줬으면 좋겠다. 세상에 태어나서 물론 좋은 일들도 많지만 힘든 일도 투성인데 태어나는 편이 좋은 건지, 그럼에도 태어나서 좋았다면 자식은 다른 인격체이므로 본인과 다를 수 있다는 것도.


enfp 아빠와 istj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생태계 최약체 infp는 허무한 일상 속에서 어떻게든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럼에도 자꾸만 내 머릿속을 휘젓는 송곳 같은 생각은 우리는 모두 하루하루 죽음과 가까워지고 있는데 이 짧고 유한한 생에서 아등바등 애쓰는 게 도대체 어떤 가치가 있을까라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일단은 열심히 살고 있긴 하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저 송곳이 내 전체를 잠식해 버릴 것 같아 두렵기에. 그리고 매사에 진심이어서 이왕 하는 일은 잘하고 싶다. 무능한 사람이고 싶지 않다. 이러한 태도가 수강신청도 인기 없고 여유로운 강의만 신청했던 나의 유일한 경쟁력이랄까.


최근에 누군가가 요즈음 나를 즐겁게 하는 요소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러고 보니 나에게 조금의 고통도 수반하지 않고 순수 쾌락만을 제공하는 것은 투바투밖에 없는 것 같다.

투바투라도 없었으면 이 허무의 고통을 무엇으로 견뎠을까. 무언가에 깊이 빠진다는 것은 어쩌면 강한 생의 의지이며 종의 멸망을 방지하기 위한 신의 한수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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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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