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우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by 두밧두중독현상

내 책상은 언제나 난잡하다.

업무 관련 책뿐만 아니라 평소에 읽는 책, 향수, 촉감 인형, 심지어 연준이 피규어까지 있다.

책상을 치우지 않는 습관은 어릴 적부터 유지됐는데 어릴 때야 그 정도가 지나치게 되면 엄마가 치워줬지만 회사에는 엄마가 없기에 이제는 내가 스스로 치워야 한다. 하지만 치우는 것에는 젬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회사도 이럴진대 집은 오죽했을까


한동안 시간이 흐르는 것이 못 견디게 슬퍼져서 나 자신을 끊임없이 무저의 어둠 속으로 몰았던 때가 있었다. 거의 일 년 간을 ‘집 치워야 하는데’를 숙제처럼 달고 살았다. 하지만 그 싸움에서 나는 늘 패자였다.


나의 오랜 벗이 집 치워야 한다고 몇 주째 집에 놀러 오지 못하게 하는 나를 보다 못해 치우는 것을 도와주겠다 제안했다. 벗은 생각보다 심각했던 집 상태를 보고 나의 마음 상태를 더 염려하며 앞으로 매달 와서 청소를 도와주겠다 했다.

본인도 힘들 텐데 그렇게 말해주는 마음의 깊이를 곱씹어본다.

나는 인간관계가 넓지 않은 편인데 나를 진심으로 염려하고 내가 잘 살길 바라는 이들과 마주칠 때마다 지난 3n 년의 인생이 헛되지 않았음을 실감하여 기쁘다.


벗의 도움 덕에 나 혼자서는 엄두가 안 났던 밀렸던 숙제를 끝냈다. 한번 끝내고 나니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집 상태가 엉망이었을 때 내가 얼마나 그 상황을 견디기 힘들어했는지를 생각하니 스스로 재깍재깍 잘 치우고 사용한 물건은 제자리에 두게 되었다.

상담사 선생님도, 나의 벗도 이러한 변화를 듣고 몹시 기꺼워했다.


이제 남은 것은 책상뿐이다. 회사는 학교가 아니기에 아무도 나에게 치우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나를 예뻐하셨던 전 팀장님이 당신 딸 책상도 나와 같기에 치우라고 못 하겠다고 한 적이 있었을 뿐


한번 결심이 서고 나니 그동안 이 책상이 왜 불편하지 않았을까가 더 의문이 생긴다. 점점 더 나는 온갖 잡동사니가 쌓여있는 이 책상이, 내 자리가 견디기 힘들다. 집이 깨끗해져 비로소 진정한 안식을 취할 수 있었던 것처럼 이제 깨끗한 책상에서 맑은 마음으로 일할 때가 온 것만 같다.


그리고 모든 것을 정리한 후에 나의 벗이 나를 무저갱의 바닥에서 끌어올려 주었던 것처럼 언젠가 나 역시 누군가에게 기꺼이 온기를 건넬 수 있기를 바란다.


My life before you was a mess

언제나 단 한 판 이길 수 없던 체스

Oh we

무저갱의 바닥에서

넌 유1하게 빛나던 gold

Now I can't stop thinking bout you

When I'm sinking alone

어느 날 내게 나타난 천사

데려가 줘 너의 hometown

I know it's real I can feel it


0X1=LOVESONG (I Know I Love You) -,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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