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완성하라

올해 안에 책 출판을 꿈꾸며

by 하안

이 프로젝트는 올해 반드시 한 권의 책을 완성하겠다는 구체적인 열망의 시작점이다. 언젠가 말로만 책을 내겠다고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참을 수 없는 실망감을 느꼈다. 언제까지 나는 허황된 꿈을 좇는 사람처럼 완벽함을 핑계로 시작조차 하지 않을 것인가. 혼란함 속에 어디서부터 발을 내디뎌야 할지 모르는 나에게 앤디워홀의 한마디는 큰 영감을 주었다.


"예술 작품을 만든다는 생각을 하지 말고 그냥 완성하라. 그것이 좋은지 나쁜지,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는 다른 사람들이 결정하게 하라. 그들이 결정하는 동안, 훨씬 더 많은 작품을 만들어라."


이 문장을 읽자마자, 바로 올해 260 페이지의 책 한 권을 완성하기 위해서 하루에 몇 글자를 적어내야 하는지 계산하기 시작했다. (260페이지 기준은 내가 사랑하는 작가 류시화의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의 총 페이지 수이다.) 하루에 한 꼭지. 주 5일 동안 하루에 500자에서 1300자 정도로 글을 적어야 한다.


나는 지금 백수다. 평생 일해야 하는 운명에 이 정도 휴식은 선 위의 점 하나 정도로 생각한다고 하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그냥 백수일뿐이다. 그런 나를 보호해 줄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나는 매일 직장인처럼 글을 적을 것이다. 사실상 회사에 가도 하루하루 의미 있는 일을 하기는 불가능하다. 누군가는 한 달간 의미 없는 업무를 지속할 것이다. 그런 사람들보다는 훨씬 의미 있는 하루일 것이라고 나 자신을 위로하며.


어렸을 적부터 내 머릿속은 다양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고, 고여있는 생각을 예의 있게 내보내는 유일한 방법은 일기 쓰기였다. 잠에 들기 직전 잊어버리고 싶지 않은 생각은 급하게 메모장을 켜서 적곤 했는데, 겨우 잠에 들려고 하는 나를 다시 새벽 깊숙한 곳으로 내쫓아버리는 습관이었다. 메모장에 적은 내 생각들은 때로는 부정적이다 못해 남들에게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우울한 말들 뿐이었고, 때로는 신에게 감사하는 내용, 행복했던 과거의 나를 부러워하는 내용들이었다. 나는 이 생각들을 앞으로 사람들 앞으로 가지고 나가서 매일의 나를 보여주려고 한다. 가끔 일기장에도 거짓말을 하는데 솔직한 내 생각들을 보여줄 수 있을까. 원래의 나라면 망설였겠지만, 이번에는 앤디워홀의 말처럼 그들이 결정하게 하라. 고민할 시간에 더 많은 작품을 만들라는 조언을 들을 생각이다.


내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문법 오류나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계속해서 고치고 싶은 표현이나, 글 쓰는 습관 중에 마음에 안 드는 습관들을 다 무시할 계획이다. 오류 정정할 시간에 고개를 들어서 올해 말 종이로 된 책을 받아보는 나를 상상하며 한 발 한 발 나아갈 것이다.


그냥 완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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