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무역관, 취창업 선배님들과의 만남
이번 주에는 코트라, 중진공 같이 공기업에 방문할 기회가 있어서 한국에 돌아가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좀 더 현실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4년 전, 전시산업 관련 스타트업에 다녔을 때까지만 해도 나는 코트라에 절대 들어갈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인사팀 담당자분의 이야기를 들으니 열정만 있으면 “할 수 없는 게 없다” 고 느껴졌다. 경제 논술을 공부하는데 6개월 정도 걸리는 거 빼고는 경쟁률이 그렇게 높은 게 아니라고 들었다.
꿈을 포기하지 말아야겠다.
난 항상 세계로 나가고 싶어 했으니.
마음에 걸리는 것들 그때 가서 생각해 보면 막상 아무것도 아니다.
한국에 돌아가면 제일 먼저 서점에 들러서 코트라 모집시기, 경제논술 문제를 찾아봐야겠다. 물론 해외에서 산다는 게 절대 쉬워 보이지 않는다. 3년마다 로테이션을 도는 것도 지칠 것 같고, 한국에 돌아가고 싶어도 자리가 없으면 돌아갈 자리도 없다고 했다. 그래도 인사 담당자님이 지금도 블라인드 테스트로 하다 보면, 40대 진짜 많으면 50대도 신입사원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지금 당장 코트라를 가기 위해서 무작정 시간을 쏟는 것보다는 회사에 다니면서 준비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지금 이국 땅에 나와있는 그들도 가족을 위해, 미래를 위해 지금의 고독을 참고 있는 듯했다. 나는 아직 가정이 있는 것이 아니니, 조급해하지 말고 결정해 봐야겠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대표님들도 만났다. 충칭 한인상회 회장님은 내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한국이 중국과 수교를 처음 맺었던 그 순간부터 중국땅에서 일하고 계셨고, 무역회사 대표님은 한국에서 직장을 다니다가 중국에서 사업을 시작하셨다. 사업은 나와는 절대 관련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직장을 다니다 결국은 사업을 한 번쯤 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만의 detail”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했고, 중국에서 어학연수를 하더라도 나의 디테일을 살릴 수 있는 도시를 선택해서 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인테리어 사업에 관심이 있다면, 인테리어 자재(석재, 목재)가 나오는 곳으로 간다던가 스토리텔링이 될 수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다. 나는 어떤 산업에 관심이 있을까? 저공산업, 콘텐츠산업, 관광산업 어떤 것일까. 나에 대해서 다시 공부해 봐야겠다.
창업 관련 강의에서는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잘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품개발 디자이너 분께서 강의를 해주시면서, 본인은 그래픽 디자인을 잠깐 한 적이 있었는데 세세한 선 하나하나 옮기고 수정하는 게 너무 짜증 났다고 하셨다. 짜증 나는 건 하지 마! 남들이 하니까 하는 건 하지 마! 구태여 본인이 못하는 걸 찾아서 하지 말라고 하셨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나에게 정말 필요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내가 왜 it업계를 선택했는지 생각났다. 나는 멋있어 보이는 걸 하고 싶었다. 진로를 선택할 당시에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몰랐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어떤 순간에 심장이 뛰는지 느낄 수 있었다. 해외로 나가는 것, 해외출장 기회 같은 것에 심장이 뛰었다. 해외파만큼 영어나 중국어는 못하지만 나도 항상 글로벌 무대에 초청받고 싶었다. 환경에 대한 갈망. 중국에서 취업하는 것까지는 무리일 수 있지만, 출장이 잦은 직무에서 일하고 싶다. 어떤 분야에서 전문가가 될 수 있을까? 한국인인 내가 중국 시장에서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어떤 산업의 어떤 직무가 나와 잘 맞을까? 이 짧은 한 달 동안 나는 어떤 부분에 집중하여 나를 알아갈 수 있을까? 솔직히 데이터 팀에서 일하면서, 자동화 툴을 익히거나 데이터 정합성을 맞춰나갈 때 나는 과정에 집중하지 않았다. 빨리 결과물이 나오기를 바라면서, 시간이 옭매여 오는 것에 압박감을 크게 느꼈으며, 내가 하지 않았다면 더 빨리 끝날 수 있었을까? 더 정확하게 알고리즘을 짰을까? 생각하며 자괴감을 크게 느꼈다. 과정을 즐기고 싶었는데 끝까지 그게 잘 안 됐다.
중국어는 다르다. 대학생 시절 단칸방에서 벽만 보며 공부했을 때부터, 20대 후반에 다시 진로를 찾아보겠다고 중국에 온 지금까지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다.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중국에서 살다 온 사람보다, 석사 박사까지 한 사람보다 경쟁력이 있을 수 있을까? 시도도 안 해보고 노력도 안 해보고 포기하는 걸까? 과정을 즐길 수 있다면, 봉급이 조금 낮아도 남들보다 승진이 느려도 잘 이겨내 볼 수 있지 않을까? 오늘 sk하이닉스에서 만난 중국어통번역과를 졸업한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국내파가 중국어를 잘할 수 있기 위해 환경을 잘 세팅할 것. 중국어가 많이 노출되는 상황에서 살 것. 그리고 프리랜서로 사는 것이 꽤 고되다는 것이 포인트였다. 나는 디지털 노매드를 꿈꾸면서도 한 회사에 안정감 있게 다니고 싶기도 하다. 때로는 창업 아이디어가 불쑥불쑥 생각난다. 어떤 길로 가야 할까. 중국은 나에게 어떤 힌트를 줄까… 남들이 이야기하는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내가 즐길 수 있는 분야라면 그 어디든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