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세게 싸우자

충칭 임시정부 방문기

by 하안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충칭 임시정부를 방문했다. 창피한 말이지만, 충칭에 임시정부가 있는지도 몰랐다. 상하이 임시정부에 한 번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마치 관광지 들리듯 인증샷만 찍고 나온 부끄러운 기억이 떠올랐다. 김구 선생님 흉상 앞에서 헌화를 하고, 묵념을 하면서 지난 날의 나를 반성하게 되었다. 역사는 과거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충칭에서 임시정부의 역사와 한국 광복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들의 과거의 외침이 지금까지 이어져 있음을 느꼈다.



충칭 임시정부 대문에 들어서자마자 건물 하나하나가 살아 숨쉬고 있음이 느껴졌다. 헤진 벽돌 표면과 복원된듯한 간판, 기념비들이 엉켜 당시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그들과 같은 공간 계단 위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며, 상상할 수 없는 다짐들을 떠올렸다. 광복군을 꾸리기 위해 먼 길을 걸어왔을 애국지사들의 발걸음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지금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주인공들의 발자취를 직접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태극기에 ‘굿세게 싸우자’라고 쓰인 문구를 보며, 그들은 어떤 마음으로 굳세게 저항하려 했는지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낯설고 두려운 이국 땅에서 조국의 광복을 위해 어떤 심정이었을까. 사진 속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그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없어 너무 슬펐다.



중국인이 쓴 방명록을 보면서, 한국어에 대한 열정이 한국이라는 나라의 역사에 대한 관심, 그리고 서로의 아픔을 공감할 수 있는 단계까지 이어주고 있었다. 한국어를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좀 더 책임감을 가지고 교육해야겠다고 느꼈다. 외교는 그렇게 대단한 것이 아니라, 서로의 문화와 역사에 관심을 갖고 행동하는 용기로 변할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었다.


청두 영사관에서 주최하는 광복 80주년 행사에 참여


우리 세대부터 대학입시에 한국사가 필수과목으로 채택되며, 벼락치기로 한국사 공부를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심지어 근대사는 비교적 뒷 파트여서 대충 머리에 꾸겨 넣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립을 위해 힘껏 싸운 애국지사들의 편지나 문학작품들을 읽을 때면 시간이 멈춘 듯, 답답한 독서실 1인 좌석에서 훌쩍였던 기억이 난다. 문학 작품 단어 하나하나에 온 몸의 근육이 떨리는 듯한 간절함이 느껴지고, 형용할 수 없는 감사함 같은 감정이 떠오른다. 그리고 지금, 한국도 아닌 중국 충칭의 작은 건물에서 과거의 일은 과거의 일로 치부해버린 나를 반성한다. 내 인생 살기도 버거워서, 먹고 살기에 급급해서, 광복의 역사에 전혀 관심갖지 않았던 모습이 부끄러워졌다.



충칭 임시정부의 자리에서 광복을 기리고 그 날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어서 정말 감사했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