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칭에서 만난 K-뷰티와 현주소

뷰티 드러그 스토어 직원과의 인터뷰

by 하안



여행의 시간을 더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어 현지 매장과 백화점을 둘러보았다. 내가 궁금했던 것은 이곳에서 한국 화장품이 어떻게 자리 잡고 있는지였다. 낯선 도시 속에서 한국 브랜드를 찾는 과정은 보물찾기 같이 느껴졌다.



WOW COLOUR 매장에 들어섰을 때, 진열대 사이에서 몰칸코스(MORCANCOS), 롬앤(Rom&nd), 데이지크(Dasique), 3CE 같은 브랜드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왠지 모르게 반가운 기분이 들었다. 사실 인터뷰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간 것은 아니어서 서툰 중국어로 직원에게 말을 걸었다.


"이 매장에서 제일 인기 있는 한국 브랜드는 뭐예요?"



직원은 나에게 한 매대 앞으로 데려갔는데, MORCANCOS라는 브랜드였다. 화 잘 알 친구들에게 물어봐도 모르는 브랜드였다. 하지만 중국 소비자들은 이 한국 화장품을 “품질이 좋다”, “자연스럽게 표현된다(妆感很好)”고 평가하고 있었다. 또한 약 300위안대의 프리미엄 가격에도 불구하고 성분 안전성과 효능을 강조하며 고급 K-뷰티로 인식되고 있었다. 앰플형 파운데이션과 쿠션 제품이 제일 인기가 많았고, 중소기업임에도 대형 브랜드와 나란히 매대에 진열된 모습은 꽤 인상 깊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브랜드인 롬앤, 데이지크, 3CE는 또 다른 방식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고 있었다. 합리적인 가격과 트렌디한 색감, 다양한 질감 덕분에 젊은 소비자층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었다. ‘한국수입(韩国进口)’이라는 문구가 붙은 매대 앞에서는 한국 화장품이 여전히 신뢰받고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한편, 중국 로컬 브랜드들의 성장세도 눈에 띄었다. 매장 안에서 가장 눈길을 끈 브랜드는 Flower Knows였다. 동화 속 공주풍 패키지는 그 자체로 하나의 굿즈 같았다. 실제로 한국에서도 웃돈을 주고 구매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현지에서 직접 보니 그 말이 실감이 났다. JUDYDOLL은 귀엽고 화려한 패키지로, Carslan은 깔끔하고 실용적인 디자인으로 각각 다른 매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샤오홍슈(小红书)와 도우인(抖音), 그리고 왕홍(网红) 마케팅 덕분에 젊은 층의 주목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충칭에서 한국 화장품의 입지는 생각보다 좁았다. Watsons 매장에서는 마스크팩 위주로만 보였고, 판매도 기대만큼 활발하지 않았다. KKV 매장(重庆观音桥融城主力점)에서는 아예 한국 화장품을 찾아보기 힘들었고, 젊은 층의 인지도 역시 낮아 보였다.


충칭의 주요 백화점(위베이구 신세계백화점, 江北区 三福城 등)에서는 명품 브랜드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단독 한국 화장품 매장은 보이지 않았다. 여행자로서 한국 화장품을 찾고 싶었지만, 발걸음을 옮길수록 그 존재감이 옅게 느껴져 조금 아쉬웠다.


이번 충칭에서의 짧은 여행과 현장 조사를 통해, 한국 화장품의 강점과 과제를 동시에 확인했다. 자연스럽고 촉촉한 피부 표현, 가볍게 발리는 텍스처는 여전히 소비자들이 한국 제품을 신뢰하는 이유였다. MORCANCOS처럼 중소기업이 대형 브랜드 사이에서 경쟁력을 발휘한 사례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었다. 그러나 Flower Knows처럼 패키징과 마케팅을 무기로 한 중국 브랜드들의 기세는 거셌다. 한국 화장품이 앞으로 더 사랑받기 위해서는 현지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춘 전략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가격과 가성비를 중시하는 10~20대를 위한 라인업, 매장 내에서 더 눈에 띄는 ‘K-뷰티 존’, 그리고 디지털 마케팅 강화가 필요했다.


충칭에서 한국 브랜드를 찾아다니며 느낀 건 단순한 현황 파악이 아니었다. 한국 화장품은 여전히 빛나고 있었지만, 그 빛이 더 멀리 퍼져 나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여행자의 시선에서 본 그 현장은, K-뷰티가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을 조용히 보여주고 있었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