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사이즈 조국 사건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수사

by 전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는 여러 가지 첫 사례를 만들었다. 특히 대통령이 장관 후보자를 지명한 뒤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검찰이 전격적으로 압수수색을 한 것은 세상을 놀라게 만들었다. 이를 두고 대통령 인사권 침해 논란도 나왔고, 검찰의 부당한 정치개입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과거 정부에서는 살아 있는 권력과 관련 있는 인물이 고발을 당하더라도 사건을 배당한 뒤 최소 몇 개월을 끄는 게 보통이었다. 1~2년 뒤 사람들이 사건 자체를 잊어버릴 때쯤 사건을 처리하는 경우도 잦았다. 그런데 이번 정부에서는 살아 있는 권력 수사가 아주 신속히 이뤄졌다.


조 전 장관 사건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전조가 있었다. 바로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사례였다.


검찰은 2018년 4월 13일 김 전 원장이 고발된 사건과 관련해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사건을 배당받은 지 단 하루만이었다. 검찰은 이 수사를 기업금융 범죄를 담당하며 남부지검에서 특수부 역할을 하는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에 맡겼는데, 사건을 곧바로 압수수색에 나선 것이다. 압수수색 대상은 김 전 원장이 활동했던 더불어민주당 전현직 의원 모임 더좋은미래와 김 전 원장에게 의원 시절 출장비를 지원한 금융회사 등이었다. 압수수색 소식이 전해졌을 때 그 당시 청와대 사람들조차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검찰이 이렇게 신속하게 수사를 할지는 전혀 몰랐다는 표정이었다.


김기식 원장은 3월 30일 임명장을 받아 취임 2주 만에 수사를 받는 신세가 됐다. 김 전 원장은 임명 발표 때부터 야당과 언론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받았다. 부적절한 출장비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핵심적으로 제기됐고 결국 야당과 시민단체는 김 전 원장을 뇌물수수 혐의로 고발했다. 국회 정무위 피감기관이었던 한국거래소,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F), 우리은행 등으로부터 뇌물로 출장비를 받았다는 것이다.


검찰이 수사에 들어가면서 김 전 원장의 거취는 당연히 문제가 됐다. 검찰 수사를 받는 사람이 금감원장으로 앉아 있는 것은 맞지 않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금감원장은 인사청문회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김 전 원장은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된 상태였다. 임명 이후에도 야당과 언론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고, 검찰의 신속한 압수수색은 이러한 공격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했다.


사이즈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검찰 수사의 신속성, 언론의 관심도 등 여러 가지가 조 전 장관 사건과 닮았다. 이들에 대한 집요한 공격을 두고 비주류 외부 인사에 대한 금융권과 법조계 기득권의 저항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김 전 원장이 의원 시절 출장을 가면서 여비서와 단 둘이 갔다는 사실이 지속적으로 보도된 것과 조 전 장관 부인이 자산관리인과 부적절한 관계였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도 묘하게 같은 코드가 읽힌다.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이 압수수색을 하던 날,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과거 국회의원 시절 문제 되고 있는 행위 중 어느 하나라도 위법이라는 객관적인 판정이 있으면 사임토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또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이 당시 국회의원들의 관행에 비추어 도덕성에서 평균 이하라고 판단되면, 위법이 아니더라도 사임토록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김 전 원장은 결국 검찰 압수수색 3일 만인 중앙선관위의 유권 해석에 따라 사임했다. 김 전 원장은 국회의원 시절 자신의 의원 후원금 5000만 원을 자신이 활동하던 더미래연구소에 기부했는데 이를 위법이라고 중앙선관위가 판단한 것이다. 선관위는 일반적인 범위의 회비를 후원금으로 납부하는 것은 괜찮지만, 이를 벗어난 거액의 후원금은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본 것이다. 문 대통령의 말에 따라 김 전 원장은 사표를 제출했고, 수리됐다. 김 전 원장은 사퇴하면서도 위법이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김 전 원장이 사퇴한 이후에도 야당과 언론에서 수사가 빨리 안 되고 있다는 지적이 가끔씩 나오기도 했지만, 김전 원장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점점 잊혀 갔다. 검찰은 수사에 돌입한 지 9개월이 지난 2019년 1월 김 전 원장을 벌금 300만 원에 약식기소했다. 수사 돌입 당시 분위기를 생각했을 때 미약한 수사 결과였다. 일부 언론 등에서는 결국 살아 있는 권력을 봐줬다는 지적을 했다.


선관위가 지적한 셀프 후원금 부분은 혐의가 인정된다고 봤지만, 주요 의혹이었던 외유성 출장에 대해서는 검찰은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출장 자체가 목적에 맞게 행사된 게 많아서 전체 행사를 뇌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고 말했다. 출장 일정이 취지에 맞고 진행됐고, 출장비도 유용된 사실 등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의미로 보인다.


검찰은 분명히 이 사건 수사에 돌입할 때 김 전 원장을 봐줄 생각이 없었다. 봐줄 생각이 있었다면 그렇게까지 신속하게 수사하지 않았을 것이다. 김 전 원장의 사퇴 여론에 기름을 붓는 행위였기 때문이다. 봐줄 생각이 없었는데 수사를 해보니 법리 적용도 쉽지 않고, 사퇴도 했으니 적당히 하자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누군가 의심하는 것처럼 권력으로부터 선처하라는 어떤 압박을 받은 것일까? 대물을 잡으면 쉽게 놓지 않는 검사들의 근성, 이 정부 들어 살아있는 권력을 대한 검사들의 태도를 봤을 때 별로 공감이 가지 않는 의혹이다.


그리고 검찰이 김 전 원장의 출장비 뇌물수수 의혹을 기소하지 않는다는 수사 결과를 내놓으면서 한 명을 더 언급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검찰은 당시 김 전 원장과 같이 피감기관으로부터 출장비를 뇌물로 받았다는 혐의로 고발된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에 대해서도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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