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뉴욕, 스카이라인

by 하바

여행의 시작을 언제로 볼 수 있을까?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집에서 출발할 때? 아니면 비행기나 기차, 숙소를 예약했을 때? 시작에 대한 기준은 다를지 몰라도 여행에 대한 설렘은 준비를 할 때부터 시작된다. 여행책과 노트북을 들고 볕이 잘 드는 카페에 앉아 일정을 짜고 숙소를 예약하고 가야 할 곳을 지도에 표시해보고 해야 할 것들을 수첩에 적어보면서 여행지에서의 내 모습을 상상해보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설렘은 출발하는 날 공항에서 정점에 달한다.


이렇게 보면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한 과정도 여행의 일부인 셈인데 그런 점에서 비행기 안에서 보내는 시간도 무시할 수 없다. 장거리 비행이라면 더더욱. 그래서 좌석의 선택도 매번 은근 신경이 쓰이기 마련이다. 이코노미석이라면 어디든 썩 편하지 않은 건 마찬가지겠으나 그나마 통로 쪽 좌석이라면 움직임이 창가보다는 자유롭다.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창가 쪽을 선호하는 편이다. 서른을 훌쩍 넘긴 아직도 비행기를 타면 밖을 보는 게 그렇게 좋다. 이번에 다녀온 뉴욕행 비행기에서도 역시 창가를 선택했다.

장거리 비행에선 통로 쪽이 훨씬 편하다는 걸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간 여행을 통틀어서 가장 긴 14시간 20분의 비행시간임을 알고서도 창가 자리를 선택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창가에서 처음 마주한 뉴욕의 스카이라인
New York, New York


구글맵에서 공항과 맨해튼 위치를 찾아보고 항로 정보를 알려주는 사이트에서 비행기가 어디로 지나가는지 알아보는 수고와 오랜 시간 창가로 앉아가며 바깥쪽의 승객에게 양해를 구하며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는 불편을 감수한 끝에 마주한 광경이다.


이제껏 많은 나라의 첫인상을 비행기 창문으로 마주했지만 정말 생소한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보통 공항의 입지가 도시 중심에서 떨어진 외곽의 해안 매립지나 개활지여서 처음 마주하는 풍경은 대게 바닷가, 논이나 밭, 낮은 지붕들의 시골마을 정도가 전부였다.

물론 뉴욕의 관문인 JFK공항도 맨해튼에서 차로 1시간가량 떨어진 거리에 있지만 6000채 이상의 고층빌딩이 밀집한 그곳은 멀리서도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착륙직전. 꽤 고도가 낮아졌음에도 맨해튼이 보인다
Manhattan Skyline

나는 건축가도 아니고 도시공학자도 아니다. 다만 남들보다 조금 더 도시와 건물을 좋아하고 철도나 교량 위를 달리는 기차나 자동차의 움직임, 횡단보도 위로 쏟아져 나오는 직장인들의 걸음들을 좋아하며 이 모든 것들을 카메라로 담아내는 것을 좋아하는 도시 생활자다.

때문에 평소 도시나 건축 관련 서적이나 사진, 영상을 찾아보기도 했고 시간이 날 땐 직접 답사 아닌 답사를 다녀오기도 하곤 했다.

이런 내게 영화나 사진에서 늘 보던 마천루 사이로 수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걸어 다니는 모습의 뉴욕은 선망의 대상이었고 언젠가 한번 가보고 싶은 도시였다. 멀리 돌아 돌아 2007년 첫 해외여행 이후 12년 만에야 다녀올 수 있었던 만큼 처음 마주하는 순간부터 특별하게 기억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헬기투어 중 바라 본 로워 맨해튼

기록하지 않는 기억은 쉽게 날아가버리거나 왜곡되기도 한다. 더 좋거나 더 나빴던 기억으로.

한 달 남짓 지난 지금, 아직은 여행의 여운이 남아있을 때 정리해두려고 한다. 착륙 직전 맨해튼의 스카이라인을 마주했을 때의 느낌, 악명 높은 뉴욕 지하철의 첫인상,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배경으로 석양을 바라보던 기억, 타임스퀘어의 화려함과 실망스러움. 그리고 또 기억하고 싶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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