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스퀘어 증후군
자본주의의 상징. 잠들지 않는 도시.
뉴욕을 얘기할 때 따라 항상 따라붙는 수식어들. 타임스퀘어에 가면 왜 이 진부한 말들이 아직까지 쓰이는지 알 수 있다. 건물 벽면(사실 어디까지가 벽인지 잘 보이지도 않는다)을 가득 채운 수백 개의 광고판들은 전 세계 기업들이 내보내는 광고들로 밤새 거리를 밝히고 있다. 솔직히 TV나 유튜브에서 너무 많이 봐서 놀라지 않을 줄 알았는데 역시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끼는 건 달랐다. 시선을 어디다가 둘지 모를 정도로 크고 화려했다. 눈이 그렇게 핑핑 돌아가니 카메라를 들이대도 어떻게 찍어야 할지 감이 안 잡혔다. 그 엄청난 공간에 처음부터 완전히 압도되어 버렸다.
타임스퀘어의 즐길거리나 화려함은 어디서나 쉽게 찾을 수 있는 내용이니 다른 면을 얘기해보자. 앞의 글에서 마지막에 얘기했던 숙소의 환경이 별로였다는 부분은 타임스퀘어에 대해 실망한 점에서 비롯되었다.
첫 번째는 거리의 더러움. 숙소에서 나와서 타임스퀘어 쪽으로 발걸음을 옮길수록 거리는 화려해졌지만 동시에 알 수 없는 냄새가 후각을 자극했다. 알 수 없는 냄새라고 썼지만 정확히는 악취였다. 도대체 어디서? 의문을 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길거리 곳곳에 쌓인 쓰레기 더미와 고여있는 탁한 물 웅덩이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타임스퀘어 주변은 광고판만큼이나 많은 상점들이 있는데 그중 많은 수가 음식점이다. 매일 300만 명이 방문하는 이 일대의 음식점들에서 나오는 엄청난 쓰레기들은 검은 봉지에 담겨서 가게 앞의 인도에 쌓여있다. 유명 햄버거 체인인 파이브가이즈에 갔을 때 보니 일반쓰레기와 음식물쓰레기를 구분하지 않고 같은 봉투에 그냥 담아서 내어 놓는 것 같았다. 그렇게 내놓은 봉투에서는 당연히 악취가 나고 오물이 새어 나와서 인도와 차도 사이의 공간에 고였고 거기서 또다시 냄새가 나고..
고작 쓰레기 좀 내어 놓는다고 그렇게 냄새가 날까 의심하기도 했지만 엄청난 쓰레기 양에 곧 수긍했다. 길을 걸을 때 사람 사이를 비집고 다니는 것만큼 쓰레기봉투와 오물 웅덩이를 피해 다녔으니.. 역시 미국. 뭐든지 크고 많다.
또 한 가지 실망을 했던 부분은 수많은 인파. 세계의 교차로라 불리는 타임스퀘어 주변은 매년 4천만 명이 방문하는 유명한 관광지이다. 모르고 간 것은 아니지만 많다 많다 말만 들었지 이 정도 일 줄은 생각 못했다. 타임스퀘어가 광장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남북방향의 7번가와 대각선으로 나있는 브로드웨이가 교차하면서 생기는 삼각형 모양의 공간이라서 면적이 생각보다 크진 않았다. 때문에 광장 옆의 인도에서부터 사람들로 정체되었다. 저녁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밀려오는 인파는 광장의 수용능력을 초과했고 그 혼잡함에 여유를 가지고 머물러 있을 만한 공간이 못 되었다. 이 때문에 마치 도로에서 차가 밀리듯이 타임스퀘어 주변 두세 블록부터 늘 인파가 넘쳐났다.
열흘간의 일정에서 타임스퀘어를 직접 방문한 것은 두 번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매일 힘든 일정을 끝내고 나서도 그 수많은 인파와 지저분한 길거리를 뚫고 숙소에 돌아오는 마지막 과정을 거쳐야 했고 침대에 누우면 앓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위치를 중시해서 골랐던 호텔인데 그 위치 때문에 독이 된 케이스였다.
물론 그 점을 제외하면 번화가에 있는 숙소는 편의성에선 최고였다. 아침이나 야식을 바로 근처에서 사 올 수도 있고 여행 중 힘들면 잠깐 쉬러 돌아오기도 부담스럽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에 뉴욕을 두 번째 방문한다면 조금 떨어진 조용한 주거지역 근처의 숙소를 알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