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드슨 야드, 베슬 (Hudson Yards, Vessel)
뉴욕 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자유의 여신상, 센트럴파크, 꽉 막힌 도로 위의 노란 택시들, 타임스퀘어의 광고판,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뉴욕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나 상징적인 공간, 건축물은 수 없이 많다.
하지만 최근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서 뉴욕을 검색하면 조금 생소한 건축물이 자주 보인다.
최근 뉴욕의 에펠탑으로 불리고 있는 베슬(Vessel).
베슬은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민간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인 허드슨 야드(Hudson Yards)의 상징적인 건축물이다. 허드슨 야드는 맨해튼의 철도차량기지가 위치하는 곳인데 이 부지 위에 호텔, 쇼핑몰, 오피스빌딩 등 16개 고층빌딩으로 이루어진 복합단지를 건설하는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이미 많은 건물이 완공되어 시차를 두고 공개되고 있고 베슬은 올해 3월부터 오픈되었다.
15층의 높이까지 나선형으로 돌아가는 2500개의 계단으로만 이루어진 이 건물은 그 특이한 모양과 허드슨 강 너머로 지는 노을을 조망할 수 있는 곳으로 알려지며 최근 뉴욕 여행에서 필수로 가야 할 곳이 되고 있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허드슨 야드 홈페이지에서 티켓 예매가 가능하다. 가고 싶은 날짜 2주 전부터 예약이 가능하므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일정을 잘 짜서 미리 예매할 것을 추천한다.
나의 경우엔 장시간 비행과 시차로 피곤한 여행 첫날, 많은 것을 하지 않으려고 오직 베슬에서 노을을 감상하는 것만 일정에 넣었다. 예약시간은 일몰시간 1시간 전. 약간의 줄을 서고 계단을 천천히 걸어 오르면서 점점 지는 해를 감상하기에 딱 알맞은 시간이었다.
가운데에 꼭대기까지 바로 올라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있긴 하지만 보행약자를 위한 시설이므로 이용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중간중간 뷰 포인트가 자연스레 쉼터가 되면서 천천히 올라갈 수 있어 15층의 높이에도 그리 힘들지 않다. 다만 강 바로 앞이고 바람을 막을 수 없는 구조이므로 바람에 대비한 옷은 준비해 가는 편이 좋다.
사실 이 건물에 큰 기대는 없었다. 내가 건축을 몰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냥 특이하네.’ 정도였다.
하지만 베슬의 진면목은 내부로 들어갔을 때 드러났다. 맨 아래층에서부터 계단을 한 칸 한 칸 걸어 올라가며 그때마다 바뀌는 주변의 풍경이 흥미로웠다. 가운데가 비어있는 구조라서 이 구조물과 주변의 풍경을 함께 카메라에 담을 수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모습이 더 마음에 들었다. 강 너머로 지는 석양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베슬을 보고 있으니 마치 커다란 예술작품 속에 들어온 듯했다.
하지만 이것이 에펠탑에 대한 맨해튼의 대답이라느니, 뉴욕의 새로운 상징이니 하는 말을 들으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일단, 일부러 허드슨 야드로 가지 않는다면 맨해튼의 다른 곳에서는 그 모습을 거의 볼 수 없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처럼 차를 타고 길을 지날 때나 강 건너 공원에서 쉴 때, 길을 걷다가도 건물들 사이로 슬쩍슬쩍 등장하는 걸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어디까지나 계단으로만 이루어진 건물이라 그 자체로는 올라가서 전망을 감상하거나 앞에서 사진을 찍거나 하는 것 외에 다른 경험을 하기가 제한적이다. 사실상 건물 앞에 있는 상징 조형물의 역할이다. 이 지역의 개발업자인 억만장자 스티븐 로스도 록펠러센터의 크리스마스트리 같은 이미지를 생각했다는 걸 보면 딱 그 정도의 역할 같다.
물론 이런 제한적인 역할에도 불구하고 베슬은 그 독특한 형태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고 꼭 한번 방문해보라고 말할 만하다. 솔직히 사진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