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결론은 항상 사랑일까 ?

by 하비비

왜?

살아남은 자들의 이야기라서일까? 희망과 사랑으로 결론나지 않는 인생은 살아남지 못한걸까? 이론적으로는 희망과 사랑의 결론이 결국 사람들을 살게 하기 때문이겠거니 뭉둥그려 생각해본다. 낮엔 사람이 걸어다니고, 밤엔 벌레가 기어다니듯이. 낮에 드는 잠에는 죄책감이 서리고, 밤에 드는 잠은 당연하듯이.


아직 사랑과 희망에 대해 잘 모르겠다. 언젠간 그 행복을 느껴볼 순간이 오리라 믿는다. 이것도 희망의 일종이겠지. 절망적인 희다. 아주 깜깜한 희. 이것도 희망이라 할 수 있나? 세간의 말대로 이건 고문이나 마찬가지다. 이럿듯 나의 희망은 대부분 물거품처럼 사라졌던 것 같다. 희망이란 쓸데없는 기대, 과장된 자기애적 상상 등으로 치부되었던 것 같다. 언젠가부터 희망은 되도록 품지 않기로 했다. 사실 그래도 좋았다. 희망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인 거다. 나에게는 오지 않았던 희망이 누군가에게 갔겠지. 생각하며


또 사랑. 요즘은 사랑의 시대다. 어떤 노래를 듣든 어떤 글을 보든 어떤 말을 듣든 사랑이 삶의 근원이라고 한다. 모든 기억과 슬픔을 녹여주는 사랑. 사랑이 다에요. 맞아요. 사랑은 멸종되면 안돼요. 그래 맞다. 근데 그 사랑을 더 이상 못하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하나? 알려주었으면 좋겠다. 사랑했던 취미도, 색깔도, 촉감도, 고양이도, 친구도, 엄마도. 모두 사랑하지 않는 날이 온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사랑하려고 억지로 노력해야할까 아니면 때를 기다려야할까. 몇가지 나의 사랑들은 때를 기다린 지 아주 오래되어 곰팡이가 슬기 직전이다.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고 인정해야 될 때가 온거다. 그래서 이제는 사랑을 모른 척 하고싶다. 사실 조금 지친다. 더 이상 사랑하고 싶지 않다. 어차피 모든 건 지겨워지고 녹스니까, 모든 것을 사랑하지 않은 채로 두고싶다.


이런저런 두서없는 답없는 생각들이 파도를 타고 한참을 떠다녔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했던 돌고래가 튀어오르듯 문득 생각이 들었다. 그냥 좀 슬픈 사람으로 살자. 그럼 되지. 나는 왜 자꾸 나를 넘어서서 사랑과 희망이라는 밧줄에 목을 걸려고 했을까? 아무리 닿으려 해도 닿지 못할 것 같은 개념. 나같은 사람은 닿을 수 없다 생각했던 것. 그냥 천천히 살다가 만나면 된다. 못 만나면 어쩔 수 없고. 갑자기 모든게 신기하다. 사랑과 희망없이 살아도 삶은 허용된다. 그래도 되는구나. 이것 또한 삶에 대한 나름의 사랑이자 희망일 수도 있겠거니 생각하며.


더 이상 사랑하고 희망하는 법을 모르겠는 지금, 그냥 이렇게 불행하게 오래오래 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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