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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근 코치 Aug 12. 2021

내사랑 점순이

말 없이 옆에 있어주는 소중한 존재


초등학교 6학년 여름, 엄마와 모란시장에 갔다. 장날에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오리, 강아지, 고양이. 동물들도 판매했다. 나는 어릴 때부터 동물을 좋아했는데, 그날은 한 강아지에 눈을 뗄 수 없다. 검은 점이 있고, 머리에는 빨간 리본을 하고 있는 주먹만한 강아지 눈빛. 나를 데려가 달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만 같았다. 엄마는 절대 안된다고 했지만, 시장을 구경하는 내내 떼를 써서 결국 2만원에 강아지를 사왔다. 나의 13살 인생에 첫 강아지였다. 잘 걷지도 못하고 이제 겨우 눈만 뜬것 같은 새끼 강아지를 박스에 넣어서 가져오면서 나는 하늘을 날아갈 것만 같았다.          


집에 와서 강아지를 보고 있으면 난 온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그런데 다음날 강아지가 없어졌다. 잘 걷지도 못하는 강아지가 도대체 어디를 간 것인지. 온 집을 다 찾아봐도 찾을 수 없었다. 몇시간이 지나고 부스럭 소리가 나서 보니, TV다이 옆에 작은 틈 사이에 들어가서 잠을 자고 있었다. 정말 다행이었다.          


초등학교 수업이 끝나면 항상 학교 바로 앞에 사는 친구 집에 가서 놀고 했는데, 점순이가 우리 집에 온 날 부터, 학교 수업이 마치면 바로 집으로 뛰어 왔다. 점순이만 내 옆에 있으면 모든 세상을 가진 기분이었다. 점순이는 마치 말 못 하는 사람 처럼 느껴졌다. 나의 감정을 읽고, 내가 기분이 좋을 때는 같이 기분 좋아 꼬리를 흔들며 뛰었고, 내가 기분이 안 좋은 날은 조용히 내 옆에서 나를 쳐다 보기만 했다. 나는 그 누구보다 점순이와 이야기를 많이 했다. 점순이는 나의 모든 것을 이해해 주었다.          


골목 저 멀리서 엄마가 오는 소리가 나면, 점순이는 꼬리를 흔들면서 엄마를 맞을 준비를 했다. 참 신기했다. 아빠는 강아지를 싫어해서 점순이한테 뭐라고 할 때가 많았는데, 집에서 자개장 일을 하는 아빠가 점순이를 보는 시간이 제일 많았다. 점순이도 자신을 싫어하는 아빠가 싫었는지, 가끔씩 아빠 일하는 자개 위에 똥을 싸고는 해서, 강아지를 갖다 버리라고 아빠는 화를 많이 냈었다. 일요일마다 아빠와 같이 아차산 등산을 가면서 점순이를 데리고 갔다. 산을 내려오다가 아빠가 뒤쳐져 보이지 않으면 점순이는 가던 길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왜 아빠가 안오지? 기다리는 것 같았다. 참 점순이는 똑똑했다.          


점순이가 크면서 털도 많이 빠지고, 계속 미운 짓을 했다. 벽지를 뜯고, 장판을 뜯었다. 이빨이 간지러워서 그런가? 강아지 껌을 사줘도. 항상 벽지를 뜯어서 내 방에 벽지가 남아나지를 않았다. 아빠가 매일 강아지를 버리라고 했다. 학교를 갔다 오니 점순이가 없다. 나한테 말 한마디 없이 엄마가 강아지를 다른 집에 주었다고 했다. 한달 내내 울었다. 내가 제일 사랑하는 점순이를 다시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살아갈 의미도 찾지 못했다. 헤어지는 인사도 못했던게 너무 아쉬웠다. 마지막으로 딱 한번만 보게 해달라고 매일 엄마를 졸랐다.          

길음동에 있는 달동네에 점순이가 있었다. 좋은 집에 가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을 줄 알았는데, 판자집에. 추운 마당에서 지내고 있었다. 물그릇에는 물이 얼어있었다. 하얗던 점순이가. 연탄 먼지로 까맣게 더러워진 모습을 보니,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점순아 미안해. 점순아 미안해. 내가 계속 우니 엄마도 울었다. 점순이를 데려가기로 했다. 집에 와서 점순이를 깨끗이 씻겼다. 점순이가 그 집에서 지내면서 임신을 했다. 두달이 지나 새끼 강아지를 한마리 낳았다. 갈색 점밖이 강아지 였다. 딱 한마리 새끼를 낳는것도 신기했고, 밤새 끙끙거리더니, 주먹보다 작은 핏덩이가 태어났다. 순하던 점순이가 새끼를 낳으니 난폭해졌다. 절대 가까이 오지 못하게 했다. 새끼를 보고 싶어도, 집에서 절대 나오지 않고, 새끼를 지켰다. 강아지가 모성애가 강하다는 것을 알았다.          


새끼 강아지가 눈을 뜰 때 쯤 다시 집을 떠나야 했다. 내 인생의 가장 행복을 가져다 준 점순아. 하늘나라에서 잘 살고 있니? 정말 보고 싶다. 아직도 많이 사랑해. 그곳에서는 아프지 말고, 맛있는거 많이 먹고,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어. 정말 사랑해.          


세상을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만, 정말 온전히 나를 믿고 따라 주는 단 한 존재가 있었는지 돌이켜 보게 된다.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힘이 들때 그냥 옆에서 같이 있어주는 그런 존재가 있었나? 나를 알아주는 그 한존재. 힘들 때 같이 울어주고, 아플 때 말 없이 같이 있어주는 그런 존재가 있었나.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였나. 나의 삶을 돌이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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