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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근 코치 Sep 18. 2021

도벽은 못 고친다

난 그 놈을 저주했다

도벽은  고친다.


지하 주차장에 오토바이 헬멧을 훔쳐간 사건이 있었다. 다행히 범인을 잡았다고 한다.


중학교 때, 하이테크 볼펜을 좋아했다. 개당 2000원으로 볼펜 중에서는 비싼 펜이었다. 난 용돈을 아껴 하이테크 0.3미리 볼펜을 검정, 파랑, 빨강 3개 사서 필통에 넣고 다녔다. 다른 펜 보다 하이테크로 노트 필기를 하면 공부가 잘 되었다.


체육시간이 끝나고, 교실에 들어오면 꼭 필통에서 하이테크 볼펜만 훔쳐가는 친구가 있었다. 다른 친구들 가방에서도 워크맨이나, 돈이 없어지기도 했다.


주말에는 동네 구립도서관에 갔다. 하루 이용료가 300원이라 아침 일찍 자리를 맡지 않으면, 만석이 되었다. 집에서 밥을 먹고 왔는데, 영어 자습서가 없어졌다. 아까워서 필기도 안하고 깨끗하게 봤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공부 잘하던 친구 가방에 보니 내 자습서가 있었다. 처음에는 끝까지 자기는 가져가지 않았다고 우기더니 나중에는 미안하다고, 맛있는거 사주겠다고 했다. 그 친구는 집도 잘 살고 공부도 잘했는데 도둑질이 취미였다.


중2 추석날 아빠가 자전거를 선물로 사주셨다. 21단 자전거! 25만원 고가의 자전거였다. 학교 앞 파출소 뒤에는 자전거 보관소가 있었다. 1주일 만에 자전거를 분실했다. 학교를 마치고 자전거를 찾으러 왔는데, 내 자전거가 없어졌다. 하늘이 무너지는거 같았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너무 억울하고 분했다. 미친놈 처럼 시간만 나면 온동네를 다니면서 자전거를 찾았다. 결국 찾지 못했다. 아빠가 중고로 5만원 짜리 자전거를 다시 사주셨다. 중고 자전거는 훔쳐가지 않았다. 정말 그 자전거 훔쳐간 놈을 몇년 동안 저주했다. 아직도 그 놈이 밉다.


21살 때 강남에서 퀵서비스를 했다. 추석 전이라 선물로 고급 떡 셋트 배달 요청을 한 사람이 있었다. 삼성동 배달인데, 고급 보자기로 포장이 되어 있어서 묶지 않고 오토바이 앞에 넣어 배달했다. 한번에 배달을 갔어야 하는데, 코스가 맞지 않아 삼성역 아쎔타워 31층에 먼저 들려 물건을 픽업하고 내려왔다. 그런데 떡 상자가 없어졌다. CCTV도 없는 공간이라 결국 잡지 못하고 떡값으로 10만원을 보상했다. 이틀치 일당이었다. 그 사건 이후로 난 아직도 떡을 안 먹는다.


남의 물건 훔쳐가는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싫다. 취미로 했던, 스릴을 느끼기 위해서 했던, 작은 물건이라도 잊어버린 사람은 밤잠을 자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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