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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감을 더하는 삶이 행복한가 덜 불행한 삶이 행복한가

오늘 하루 우울하다고 느낀 당신에게 드리는 글

행복감을 더하는 삶이 행복한가 덜 불행한 삶이 행복한가

아는 동생의 부고가 있었다. 자주는 아니나 이래저래 문자로나마 왕래가 있었고, 말이 잘 통하는 친구라 여겼던...


소식을 듣자마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외출을 해야 함에도 하지 못하고, 잠시 멍하니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나마 이전에 이 친구를 알던 분들에게 연락을 돌리는 과정에서도 사실 힘이 많이 들었다.


그냥 매일 매주 통화하거나 속 이야기를 그리 나누는 관계도 아니었음에도, 그저 가끔씩 보면 몇 시간이든 즐거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추억팔이를 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를 할 사람이 몇 없는 좁은 관계 때문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슬프다 눈물이 난다라는 것보단 통증에 조금 더 가까운 감정이었다. 가벼운 농담 따먹기로 다음 주에도 대화를 나눌 사람이 사라졌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같이 속한 단체 방에 대화 목록이 저번 주엔 모두가 읽었지만 이번 주에는 1이 사라지지 않는 것을 눈으로 보고 약간 아프다고 느꼈다.


관계가 끊어짐을 인간은 실제 통증으로 느낀다. 사별한 분들이 갑자기 아프게 되는 이유 중 하나도 이것이다. 많이 아팠다. 지금도 약간 아프다.


업상 '우울함'이라는 감정이 휘발성이고 이를 어떤 방식으로 날리는지에 대한 것은 잔뜩 알고 있지만 감정을 날리고 싶지가 않았다. 이 감정을 벗어버려도 되는가. 그런 생각이 유난히 볕이 따뜻하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 정원에 앉아서도 들었다.


무언가 더 쉽게 알아차려주진 못했을까. 내가 뭔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을까. 그런 생각 자체가 오히려 오만한 생각이란 것을 알면서도 계속하게 되었다.


하는 일에 대한 회의감도 들었다. 내 주변 사람도 나한테 의지하지 못하면 도대체 이 일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라는 생각도... 소식을 나누다가 친한 손윗사람에게도 작년에 비슷한 고민이 있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내가 무심하게 살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인간이 느끼는 감정의 휘발은 80초라고 한다. 우울감도 마찬가지다. 다만 인간은 그 불행감을 놓지 않으려 곱씹게 되고 그 과정에서 마치 시간을 연장하는 버튼을 누르듯이 감정은 반복되어 이어지고 증폭되고 강화되는 것일 뿐.


행복도 그리 대단한 감정은 아니다. 행복하다는 것은 새로운 행복을 내 삶에 더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오늘 하루가 생각보다 덜 불행하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에 더 가깝다.


어차피 가만히 있으면 우린 좀 더 불행을 느끼도록 편향되어 있고, 그런 하루의 마이너스들이 적어도 0에 가까워지게끔 불행감을 지우는 것만으로도 오늘 하루가 행복했다고 느낄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제주도에 가면서 해외여행을 가지 못함을 불행해하고 어떤 사람들은 오늘 퇴근길 지는 노을이 유난히 붉고 아름답다는 것에 감사하며 오늘도 충만했다고 자평한다.


모두의 오늘 하루가 조금 덜 불행했길 바란다.


나는 조금 더 이 우울을 곱씹으며.. 돌아볼 예정이긴 하다.

노력하면 더 빨리 흘러가긴 하겠으나 금방 잊어주기가 조금 아쉽고 서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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