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환경을의지력과 절제력으로 이기는 것은 정말 어렵다.
저 주말에 다 무너졌어요. 다른 분들은 습관 다 잘 만드시나요? 하고 싶은 의욕이 다 떨어졌어요.
육아의 스트레스를 이겨내고 다이어트 습관을 만들고 계신 M님. 주말에 남편과 함께 폭식을 하고 나서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연락을 주셨다.
이 분이 쳐한 가장 큰 문제는 주말에 자극적이고 가공된 음식을 먹는 게 습관인 남편으로 인해 같이 과자나 가공식품을 머게 된다는 것이었다. 남편은 음식 조절이 잘 되는 편이라 본인이 먹을 만큼 먹고 멈추는데 문제는 본인은 그렇게 식사를 먹어버리면 평소에 눌린 것이 폭식까지 이어지게 된다는 말씀이었다.
우리는 음식 커뮤니티 안에서 살아간다.
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먼저 우리가 '음식 커뮤니티'를 이루고 살아간다는 것을 이해하는 데 있다. 즉 특정한 음식 환경 안에 소속되어 있다. 같은 환경 아래 놓인 사람들은 비슷한 음식을 섭취하게 되고 마찬가지로 비슷한 식습관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M님 같은 경우는, 육아로 인해 어머니께서 오셔서 도움을 주시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때도 마차가지로 먹는 문제가 동일하게 있었다. 어머니와 같이 식사를 하는 과정에서 본인이 원하지 않는 식단을 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내가 살고 있는 장소의 주변 음식 분포, 쉽게 구할 수 있는 메뉴의 종류, 같은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과 회사 근처의 음식 종류, 내 가족이 즐겨 먹는 음식의 종류 등, 본인이 다른 취향과 식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메뉴를 선택하는 것은 생각보다 큰 귀찮음과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가족이 전체적으로 살이 많이 찐 가족들은 그 가족 전체가 살찌는 체질이어서도 있지만 살찌는 음식을 비슷하게 섭취해서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 '닭가슴살'로 식습관을 이어나가는 게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혼자서는 먹겠는데 다른 사람들은 닭가슴살을 달가워하지 않으니 말이다.
자신의 절제 능력을 과신하면서 생기는 좌절감
식사의 환경이 좋아지지 않은 상태에서 본인의 노력이나 의지력으로 건강이 좋아질 수 있다는 판단은 스스로를 너무 과대평가한 것이다. 사람의 편향 중에 하나가 바로 능력에 대한 과신이다.
사람들에게 운동 강도나 양에 대해서 스스로 기록하게끔 한 실험에서 대부분 나오는 결과는 본인의 운동의 질과 양을 부풀린다는 것이다. 먹는 양에 대한 기록 실험을 하면 대부분 본인이 먹는 양보다 적게 먹는다고 잘못 체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본인이 생각하기에 유리한 쪽으로 상황을 판단하는 것이다.
음식 환경에 좋아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식습관은 속도가 느려야 한다.
음식 공동체의 환경이 안 좋은 상태에서의 접근법은 더더욱 점진적이어야 한다. 현재 음식 환경을 드라마틱하게 변화시키지 못하는 상황에서라도 할 수 있는 작은 행동으로 접근해야 한다. 큰 노력이나 의지력 없이 그나마 더 나은 형태로 식습관을 가지는 방법은 무엇일까 생각하는 것이다.
음식의 질을 더 좋게 유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혹시 채소의 양은 더 늘릴 수 있는가. 물은 더 마실 수 있는가, 등, 무언가 의지를 다해 행동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새로운 행동을 더 하게끔 하는 게 더 낫다.
이 모든 것의 전제조건이 어차피 내가 노력으로 하다간 오래 하지 못하고 멈출 것이란 걸 명심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음식의 환경을 변화시키면 나뿐 아니라 나의 가까운 이들에게도 좋은 영향이 이어진다.
또한 천천히 음식 환경에 대한 개선을 생각해나가야 한다. 본인의 음식 환경이 변함으로써 본인뿐만 아니라 본인 주변의 식사의 질을 높여나갈 수 있다. 집밥은 의료의 관점에서 동네 병원에서 1차 진료를 받기 전 단계인 예방의료에 속한다. 본인의 건강이 좋아짐으로써 자연스럽게 내 주변의 건강도 좋아지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식구들의 하루 음식 안에 과일 1개가 들어갈 수 있는가? 하루에 한 번은 쌀밥 혹은 현미 잡곡밥을 먹을 수 있는가? 생채소 한 움큼을 한 끼 식사와 함께 섭취할 수 있는가? 등 사소하지만 강력한 변화가 가족을 더 건강하게 만들어준다.
이렇듯 식습관과 음식 환경을 조금씩 변화시켜나가는 과정에서 건강의 개선과 살 빠짐이 동시에 일어나게 된다. 습관의 원리란 어렵지 않다. 내 본능이 거부감 없이 이런 변화를 당연하듯 몸에 받아들이는 거다.
(M님의 다음 날 모든 같이 만들고 있던 습관 행동은 다시 원래대로 복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