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는 마켓컬리 앱이 없다.
한 5살 아이 엄마의 고민을 들었다. 아이가 가공식품 등 음식을 너무 좋아해서 못 끊겠다는 하소연이었다. 그러시냐고 여쭤보면서 그러면 평소에 부모님 두 분은 어떤 음식들을 좋아하냐고 여쭤보았다. 면 음식을 좋아하고 자주 야식을 시켜먹는다고 한다.
또 한 가정이 있다. 여성 분의 다이어트 코칭을 하면서 식이 중 과일 채소 스무디를 드시라고 맛있는 레시피를 권해드렸다. 그랬더니, 본인의 체중을 3kg 정도 감량할 수 있게 되었고 대사 증후군으로 당뇨 위험 수치가 올라가 있던 남편이 3개월 만에 음식 조절 따로 없이 1.0 정도 내려갔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본래라면 0.1도 내리기 어렵다고 한다.)
한쪽은 아이에 대한 이야기이고 또 한 가정은 성인 두 사람에 대한 이야기지만 사실 두 가정의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왜냐하면 두 가정의 음식은 식구 모두가 공통된 음식 환경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음식 환경이란, 단순히 내가 오늘 쉽게 구해서 먹을 수 있는 주변의 식당 나열, 혹은 집에서 해 먹는 음식뿐만 아니라, 같이 음식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포함한 개념을 내 나름대로 정의한 것이다. 이 음식 환경의 특징은, 그 환경에 같이 놓여있는 건강 상태도 공유한다는 것이다.
앞에서 이야기했었던 피부에 아토피가 있어서 고생인 아이의 부모님은 두 분 다 비만으로 고생하고 계셨다. 그게 아이의 입장에서는 통통함과 면역질환으로 나왔을 뿐이다. 그런데 아이의 음식만 바꿔주려고 하다 보니까 아이의 반발을 잡기가 어려운 것이다.
음식의 환경을 새롭게 디자인해보면 어떨까. 손에 쉽게 닿을 수 있는 곳에 과일과 채소를 놓고, 일단 누에 보이는 곳에서 모든 가공 음식을 제거하는 것이다. 꼭 버릴 필요는 없지만 너무 양이 많다면 집에서 조금 덜어내고 나눔 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리고 앞으로 몸에 해로운 음식들을 덜 시키는 것이다.
아이는 사실 본인의 선택권이 크게 없다. 그런데 아이에게 너무 큰 선택권을 부여하다 보니 마치 부모보다 더 큰 선택권을 아이가 가지고 있다고 부모는 착각한다. 아니다. 그 선택권 조차 부모가 제공한 것이고, 다만 그 반발을 참기 어려워하는 것이다. 아이에겐 경제권이 없고 마켓컬리 앱이 없다.
특히나 본인들의 식습관은 그대로 두고 아이의 식습관만 마치 환자식처럼 몸에는 좋지만 입에는 안 맞는 것들을 제공하려고 했을 때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격리되어 생활하는 게 아니다. 아이가 분유를 먹거나 이유식을 먹는 게 아니라면 결국 아이는 부모의 음식을 공유하게 되어 있다.
달리 이야기하면 부모의 음식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이의 음식을 바꾸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그래서 제안한다. 하루에 단 1끼만 더 좋은 음식으로 바꿔보자. 식사를 차리는 게 어렵다면 적어도 우리 몸에 필수 미량 영양소와 각종 무기질을 제공하는 과채 수프 혹은 과채 스무디를 도입해보자.
여기서도 중요한 것은 '맛'이다. 맛있게 만들어야 한다. 몸에 좋은 것으로 때려 넣지 말고 맛있게 만들고 계속 조금씩 변화를 줘야 질리지 않고 즐겨 먹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