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뀌는 것보단 안 바뀌는 게 더 좋기 때문에
"이번에 삘 받아서 진짜 일찍 일어나고 열심히 자기 계발하고, 운동하고, 살 빼고 명상하고 싶거든요? 그런데 아무리 해도 제자리예요. 왜 그럴까요"
큰 깨달음이나 큰 자극을 받고 급속도로 삶을 바꾸려는 사람들이 있다. 매년 초에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난다. 소위 삘이 꼿힐 수도 있다. 그 방식은 제각각이지만 상당히 오랫동안 짧게는 하루 이틀 길게는 일주일 넘게도 같은 행동을 지속한다.
지속성은 각자가 받은 동기부여의 에너지만큼이다. 큰 깨달음이나 큰 충격을 받은 사람일수록 행동의 지속성이 오래가는 편이고, 지식적인 앎 정도라면 그것보단 덜 오래간다.
하지만 대부분 이런 행동들을 '습관'으로 만드는 것에 실패한다. 당신 잘못이 아니다. 이유는 뇌의 원리에 있다.
습관이 된다는 것은 이성의 뇌에서 동물의 뇌와 파충류의 뇌로 행동을 위임하는 과정이다. 우리의 깨달음은 보통 가장 발달한 뇌인 대뇌피질에서 일어난다. 이 뇌의 특징은, 문제 해결이나 분석 그리고 통찰에 능하다는 것이다.
똑똑한 대뇌피질로 인해서 우리는 쉽게 미래를 예측하고 현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동기부여는 내 변화를 강렬하게 상상할 수 있으면 있을수록 커진다. 내가 꾸준하게 성취를 했을 때 올 아주 긍정적인 미래나 혹은 실천을 하지 않았을 때 올 부정적인 미래 둘 다 동기부여를 준다.
게을렀던 사람들이 큰 통찰을 얻고 갑자기 차분하게 할 일을 해나간다거나, 큰 병을 얻은 사람들이 갑자기 담배를 끊고 식습관을 즉각적으로 개선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게 안 하면 가까운 미래에 생명에 지장을 받을 수 있다고 예측이 강렬하게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강렬한 부정적 그리고 긍정적인 감정은 사그라든다는 것. 한 번 본 미래는 이미 시청한 유튜브 컨텐츠처럼 점점 흥미도가 떨어지게 되고 그만큼 덜 실감 나게 느껴진다. 무뎌진다.
당뇨나 각종 상인병이라는 미래가 별로 가깝게 느껴지지 않으면 당장의 과식과 가공식품식으로 쉽게 돌아간다. 시험성적 100점이라는 즐거움보단 당장의 쉼이 더 가치 있게 느껴진다.
습관은 애초에 대뇌피질에 쌓이는 것이 아니라 포유류의 뇌인 변연계에 만들어진다. 즉 습관의 실패는 대뇌피질(이성)이 특정한 행동을 변연계에게 명령(?)했는데, 돈을 많이 줄 때(흥분되거나, 위협될 때)는 따라주다가 더 이상 돈을 주지 않으니 멈춰버린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작심삼일은 상당히 정확하고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현상이다. 동기부여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서 생각보다 효율적인 방법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