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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Why)는 딱히 행동의 실행을 도와주지 않는다?

우리는 그 행동을 왜 해야 할지 모르고 실행한다.

by 습관디자인 김용환

행동을 실행할 때 why가 제일 중요하다고? 글쎄?


설득의 Golden circle이라 불리는 그림이 있다. Start with Why라는 강연과 책으로 유명한 사이먼 시넥의 주장인데 사람들이 행동을 실천할 때 무엇(what)을 어떻게(how)로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실행으로 잘 연결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 순서를 바꿔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이 명확하다면 행동의 실천이 훨씬 강력해지고 잘 진행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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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질문을 해보자, 당신은 그 행동에 대한 '목적'을 명확하게 깨닫고 알게 된다면 그 이후로 큰 어려움 없이 지속해나가는 편인가? 그런 사람이라면 이 글은 딱히 필요가 없다. 그냥 지금처럼 하던 대로 하시라. 하지만 만약 내가 왜 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알았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전혀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면 이 글이 도움이 될 것이다.


사람들은 겪기 전까진 왜 그 물건이 내게 필요한지 모른다.



스티브 잡스가 이런 말을 했다.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은 그들에게 보여주기 전까지는 그들이 어떤 것을 원하는지 모른다
<A lot of times, people don't know that they want until you show it to them>

이 문장은 한 인터뷰에서, 물건을 출시하기 전까지, 아무리 설문조사를 돌리고 트렌드를 파악할지라도 사람들은 실제 이 물건이 필요할지에 대해서 실제로 겪어보기 전까진 알지 못한다는 말이다. 마치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까지 사람들은 스마트폰의 필요성에 대해서 딱히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즉 우리는 '왜 이 행동을 해야 하는가.'를 스스로에게 묻고 답을 내릴 수 있지만, 많은 경우, 당신이 내린 'why'는 틀린 답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게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면 이성적일수록 틀릴 확률은 더 올라간다.


한발 앞으로 와주시겠어요. vs 니 눈 앞에 파리가 있어요


이는 공중질서를 지키는 방법에 많이 활용이 되는 편이다.


많은 소변기에 붙어있는 문구
소변기 가운데 들어가 있는 로고 <데일리 한국>


대표적인 행동 디자인 사례인 소변기의 파리는 한 발만 더 앞으로 다가와달라는 문구보다 더 강력하게 소변으로 인한 오염을 방지한다. 사람들은 소변기를 깨끗하게 써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 아니라 소변으로 타깃을 맞추려는 본능적인 시도에 의해 결과적으로 청결에 도움을 주게 된다.


합리적 제안 vs 심리적 제안


즉 실제 실행을 할 때 우리의 행동에 자극을 주는 포인트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설득이 되는 이유가 아니라 그 자극이 나에게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그 감정이 나에게 어떤 행동을 자극하는지가 행동을 오랫동안 실천하는 이유가 되는 것이다. 당위성이 행동을 딱히 돕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즉 정확하게 내가 '왜' 그러는지 알려면, 실제 행동을 할 때, 내 감정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그로 인해 어떤 행동을 하고 싶어 지는지 혹은 하기 싫어지는지를 관찰하는 게 필요하단 말이다. 그리고 그 심리적인 요인을 관리하는 게 정확하게 나의 실행을 돕는다.


우리는 심리적 이유를 합리적으로 포장한다.


문제는, 우리는 이런 본능적인 심리적 이유(Why)를 잘 볼 줄 모르고, 이를 남에게 설명할 때는 합리적으로 설명하려고 한다는 데 있다. 다이어트에 시작하고 유지하는 이유가 이성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고 싶은 맥락이 가장 큰 사람이 정작 누군가에게 자신의 다이어트 이유에 대해서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래서 우리는 '왜'로 시작하되(Start with why) 이성적인 '왜'가 아니라 감정적이고 심리적인 '왜'를 찾아야 한다. 그게 더 직관적이고 더 큰 힘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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