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모험과 안정을 동시에 좋아하는 이유
"저 변하고 싶긴 한데요 변하고 싶지 않기도 해요."
우리는 참 이중적인 존재이다. 마음이 한 껏 부풀어 꿈속을 노닐다가도 갑자기 누구보다도 시니컬해져서 만사 귀찮은 표정을 짓기도 한다. 그런 두 가지 속성은 우리가 '이성'이라고 부르는 뇌보다는 좀 더 동물의 뇌에 가까운 '본능'의 뇌의 작용이라 할 수 있다.
사람의 뇌는 끊임없이 예측한다. 이는 미래에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이다.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미래를 예측하는 틀을 머릿속에 만든다. 새로운 일을 겪게 되면 과거의 경험에 의해서 형성된 개요를 토대로 판단하게 된다.
일단 새로운 일 자체를 받아들이는 주체가 있다. 바로 '편도체'다. 주된 목적은 위험한 일에서 나를 회피시키는 것이다. 문제는 위험을 과장한다는 것이다. 위험을 부풀리는 편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훨씬 인간의 생존 가능성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편도체가 각성된 상태에서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이 자극되어 우리를 위험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각성 상태에 머물게 만든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우리는 모험보다는 안전을 추구하려는 쪽으로 행동을 이어간다.
머물러 있다는 것은 그만큼 편도체가 자극될 일을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상당히 편안함과 연결된 감각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에 틀어박혀 있는 것은 예측 불가능한 위험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 중의 하나이다. 예측이 잘 되면 우리는 '안전함'을 느낀다.
이 편도체와 반대의 성향인 뇌가 있다. 바로 '선조체'다. 도파민을 자극해 무언가 성취, 보상, 중독 등에 깊이 관여되어 있다. 소위 '습관'이나 '버릇'이 만들어지는 데 강력한 역할을 한다. 동기부여에도 큰 관여를 한다. 새로운 것을 습득해야 어떤 방식으로든 미래에 생존이 조금 더 유리해진다. 원시 시대라면 어떤 기술이라도 조금이라도 더 배워야 살아남는데 유리해졌고 새로운 장소를 개척해야 농사를 지을 수 있었다.
선조체라는 친구는 일단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그 과정에서 '재미'를 느끼게 되면 그 행동을 이로운 것으로 보고 계속 하기를 자극한다. 그래서 어느 순간 그 행동이 너무 쉬워지게 되면 더 이상 그 행동에는 자극받지 않는다. 여러분들이 습관적으로 하는 행동에 특별히 행복한 감정을 느끼지 않는 것과 같다. 내 실력이 충분히 올라가서 더 이상 깰 게 없어진 게임은 흥미도를 잃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즉 편도체나 선조체나 다 우리의 생존을 위해 작용한다. 안전함과 성취 둘 다 생존에 필요한 요소들이다.
우리가 '성장한다는 것' 혹은 새로운 습관을 만들어 나간다는 것은 내가 편안하게 느끼는 안전공간의 넓이가 넓어진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를 무리하게 추진하게 될 경우 단순히 귀찮음이나 힘듦 정도인 감정이 생명의 위협이나 괴로움으로 느껴진다. 재빠르게 다시 안전한 공간으로 돌아가 나오는 데 한참 걸릴 수도 있다.
습관디자인에서 추구하는 성장은 경계를 위성처럼 공전하면서 조금씩 그 궤도를 바깥으로 넓혀가는 것을 말한다. 경계에서 파도치듯 작은 도전을 외부로 해나가면서 위험하다 싶으면 다시 안으로 들어오고 다시 나가면서 바깥이 그리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경험하면서 마음의 안정감을 찾아가는 것이다.
이건 마치 호수의 얼음이 얼었는지 무게중심을 호수 바깥 흙에다가 두고 호수를 무게중심 없는 다른 쪽 발로 퉁퉁 두드려 보는 것과 같다. 기울기가 안전한 흙으로 기울어 있기 때문에 호수가 덜 얼었다고 하더라도 물에 빠질 염려는 적다. 그러면서 안전하다 싶으면 한 발씩 내딛는 것.
그런데 내 본능을 무시하고 무지막지한 도전을 하게 되면 반드시 본능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다가 다시 더 안 좋은 상태로 나를 돌리기도 한다. 운동이라면 운동 자체가 싫어지고 상황이라면 '잠수'를 타게 만든다. 특히 안전함이라는 욕구는 성취보다 더 근원적인 욕구이기에 지속적으로 재미나 보상이 오는 상황으로 중독되는 게 아니라면 안전함을 위협받는 순간 행동은 멈추게 된다.
그래서 '천천히' 성취하면서 언제든 안전함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가는 편이 특정한 행동의 습관 형성에 유리한다. 지극히 본능의 방식에 따르게 때문에 습관이 만들어지는 원리에 알맞다.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성장한다.
많이들 보통 이야기한다. 사람은 안 변한다고. 이 말은 절반만 맞다고 생각한다. 바뀌려는 마음이 있고 이를 위한 과정을 무의식적인 행동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누구든지 변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게 습관디자인이 추구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