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착점 가설(settling point theory)은 무엇일까?
음식 조절을 집 밖에서는 잘하는 편인데 집에 자주 틀어박혀 있는 주말엔 완전히 망가지는 편이에요. 평소에 집에서 식사조절을 잘하기 위해서 무엇을 잘해야 할까요?
이전 글에서 이야기했던 '세트포인트'는 철저히 몸 내부의 신경계와 내분비계의 관점에서 정해진 몸무게가 있단 말이었어요. 오늘 소개할 내용은 바로 '세틀링포인트(Settling point)입니다.
이 이론은 철저히 체중이 '환경'과 '심리학'적인 이유에 영향을 받아 변한다는 관점이에요. 얼마나 쉽게 음식에 도달할 수 있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음식 종류는 무엇인지, 그리고 같이 식사를 하는 사람들의 음식 등이 나의 체중에 영향을 준단 거죠.
20kg의 체중을 밴 한 분의 후기가 많은 분들의 공감과, 약간 아픈 이야기를 담아서 화제가 된 적이 있었어요. 그분의 방법 중에 비만인 친구들과 거리를 두었다.'라는 말이 있었죠. 그런 친구들 근처에 있으면 살이 찔 확률이 약 80%라면서요
가슴 아프긴 하지만, 우리는 같은 음식을 자주 섭취하는 사람들과 비슷한 비만도를 공유합니다. 가족끼리 비슷한 비만도를 가지는 것도 이런 이유가 많죠. 체질도 비슷한데 음식의 종류로 비슷하니깐요.
똑같은 나라는 사람이 만약 미국에 산다면 한국에 사는 것보다 비만이 될 확률이 높을까요? 낮을까요? 아니면 내가 100년 전 한반도에 살 때와 현재의 대한민국에 살 때 언제가 비만일 확률이 높을까요?
우리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답을 알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가 살이 쪘다는 것은, 내가 게을러서 살이 찐 게 아니라, 당신의 환경이 당신을 살찌게 했다는 뜻이에요.
문제는 당신이 살을 빼려는 노력을 한다는 데 있어요. 열심히 운동을 시작하고 식습관을 조절하려고 노력하는데, 집으로 가는 길에 편의점과 카페의 디저트와 치킨집이 있거든요.
습관의 원리에 따르면 우리의 습관은 '환경'에 적응하면서 무의식적으로 만들어져요. 지금 현재 내가 가진 행동 중 99퍼센트가 습관인데, 그중 크게 내가 노력해서 만든 습관이 몇 개 안 되는 게 그 이유죠.
본래 특정한 방식의 식습관은 내가 노력해서 만들어진 게 아니라 환경에 적응하면서 만들어집니다. 습관은 환경이라는 '자극'을 신호 삼아 '행동'을 붙여 이에 대한 만족도 평가를 매번 내립니다.
그런데 집에 돌아가면서 구매하게 되는 치킨과 야식을 먹었을 때, 결과적으로 후회하더라도 그 먹는 순간만큼은 더할 나위 없이 만족하게 됩니다. 행동에 '긍정'이라는 감정이 붙게 되는 거죠.
심리적으로도 큰 영향이 있습니다. 혼자 있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외향적인 파티 피플이라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맛있는 것을 먹는 행복을 놓기가 쉽지 않아요. 그리고 대부분 그런 음식은 고열량이죠.
혼밥은 까짓것 닭 가슴살 샐러드를 먹는다는 게 생각보다 어렵진 않습니다. 그런데 친한 친구와 만나서 닭 가슴살과 샐러드를 먹으면서 신나게 논다고 생각해 보세요. 이질적이죠.
즉 세틀링 포인트는 당신이 어떤 노력을 하든지, 당신의 체질과 큰 상관없이 당신의 '환경'이 당신의 체중을 조절한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 말은 다이어트를 위한 나의 노력의 방향을 가이드해주죠.
즉 살 빼려고 노력하지 말고, 살이 찌는 환경을 변화시키려고 노력하란 말이에요. 내가 큰 노력이나 선택 장애를 겪지 않고서도 먹는 하루의 음식과 활동량이 있게끔 하라는 것이죠.
다음 글에 나의 세틀링 포인트를 낮출 수 있는 여러 가지 습관디자인적 꿀팁을 말씀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