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식이 자주 일어난다는 것은 이성과 본능의 감정 골이 깊다는 뜻입니다. 마치 사이가 엄청 안 좋은 반려견과 주인 사이 같습니다. 주인이 반려견의 무는 습관을 통제하려고 했으나, 강형욱 훈련사님께 가는 것밖에 방법이 안 남은 거죠.
강형욱 훈련사는, 예전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강아지의 행동을 교정한다고 집에 가서 주인의 습관을 바꿉니다. 세상에 나쁜 개(본능)는 없습니다." 본능의 입장에선 생존하려고 만든 행동에 불과합니다. 이성의 생각을 바꿔야 문제해결이 가능합니다.
이전 칼럼에서 폭식을 해결하는 첫 번째는 폭식을 통제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꽤 오랜 시간 충동적인 폭식을 하고 있다면, 이건 이성으로 절제할 성격이 아닌 겁니다. 본능의 무의식적 힘이 이성의 통제력보다 원래 강합니다.
이를 통제하지 못한다고 인정한다는 뜻은 폭식이 벌어져도 자책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게 제대로 된 인정입니다. 자책을 하게 되면, 그 불행한 감정이 고스란히 다시 본능에게 전달되어, 문제 행동을 키웁니다.
그다음으로 할 행동은, 폭식을 하더라도 몸에 생기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겁니다. 고칼로리 가공식품은 가장 큰 문제가 흡수 속도가 빨라 호르몬 체계를 망가트린다는 거죠.
느리게 꼭꼭 씹으면 문제가 줄지만 아마도 잘 안될 겁니다. 그래서 하면 좋은 게 채소 곁들이기입니다. 폭식해도 돼, 대신, 채소랑 같이 먹어라고 하는 거죠. 그러면 소화 속도가 늦어져서 호르몬 문제가 최소화됩니다.
그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바로 재학습입니다. 습관이 되었단 건 뇌에 신경이 연결되었다는 뜻입니다. 습관이 되면 행동에 대한 판단을 굳이 안하고 무의식적으로 하는데 이 판단을 다시 하는 겁니다. 음식을 먹을 때, 이게 어떤 맛이고, 내 몸으로 들어와서 위를 채우는 감각을 느끼는 겁니다.
그러면, 내가 위가 포만감 이상의 찢어질 듯한 감각이 느껴질 때까지 먹는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 감각을 느끼시면 됩니다. 그리고 매번 포만감의 정도와 그 감각을 적습니다.
폭식을 막지 않고 먹을 때마다 그 감각을 자세히 재학습하게 되면, 그게 생각보다 불쾌한 느낌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꼭 느껴야 한다가 아니라 몸이 혹사당하면 힘들다 느끼듯이 불편함이 느껴지는 겁니다.
그러면 원래라면 이미 판단이 끝나서 더 이상 판단하지 않을 행동에 본능이 자체적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더하게 됩니다. 예전에는 좋아했는데 갑자기 확 깨는 행동을 해서 싫어지는 이성처럼 점차적으로 폭식의 빈도가 줄어듭니다.
앞의 것들이 잘 된다면, 그때부턴 평소에 폭식을 하는 음식을 소량으로 보상으로 활용해 봅니다. 케이크든 치킨이든, 간식 정도로 먹을 칼로리의 양을 점심과 저녁 사이에 하루를 잘 보냈다는 보상으로 먹어봅니다. 이건 앞의 단계가 어느 정도 잘 되었을 때 사용하면 좋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영원히 안 먹을 건 아니잖아요. 다만, 잘한 하루에 대한 보상으로 자주 주게 되면, 마치 놀이공원에서 하루 종일 망아지처럼 놀던 사람이 매일 가라고 하면, 하루 30분만으로도 만족하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가장 주의할 것은, 함부로 다른 행동으로 대체하지 않는 겁니다. 과연 고칼로리 음식이 운동으로 해소가 될까요? 장기적으로는 됩니다만, 스트레스를 푼답시고 또 다른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비추입니다. 대체가 아니라 운동은 그냥 건강에 좋은 것이니 하루 10분 정도로 시작한다 정도가 좋습니다.
이렇게 진행을 하게 되면 결국은 내 이성과 본능의 사이가 좋아집니다. 본능은 이성의 말을 참고 잘 들어주고 이성은 본능의 욕구를 이해하게 됩니다. 멘탈코치로 코칭을 할 때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