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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라엘라 Dec 29. 2019

ep2. 공부하면 뚱뚱해진다? (feat.고3)

고3때도 다이어트를 해야했다

날씬한 애들이 공부까지 잘하는 건 반칙 아니야? 

 급식 친구가 생겼다



보통의 고등학교가 그렇듯, 우리 학교에도 심화반이 있었다. 상위권 아이들을 따로 모아 더 좋은 대학에 가도록 경쟁 붙이는 반이다. 선생님들의 총애도 받을 수 있고, 친구들의 존경도 받는 특권도 있다.
 
나는 이 심화반 덕분에 존재감이라는 게 심어졌다. 중간고사가 끝난 뒤, 낯선 내 이름이 심화반에 올랐던 것이다. 심화반이 아닌 아이가 이름이 올라있으니, 궁금하긴 했나 보다. 공부에 관심 있는 애들은 나에게 말을 걸기도 했고, 다른 반에서 내가 누군지 보러 오기도 했다. 


  

 하지만 약간의 존재감이 생길수록, 친구가 없다는 것도 더 많은 아이들이 알까 봐 노심초사했다. 점점 학교 생활이 불편해질 뻔할 찰나에, 나에게도 학교에서 급식 친구라는 게 생겼다. 급식 친구가 생겼다는 건, 드디어 나도 입을 열 수 있었다는 것이다. 수업시간에 수업은 안 하고 딴소리만 하는 국어 선생님, 자본주의를 욕하는 경제 선생님을 같이 깔(?) 수 있는 친구가 생겼다는 건 평범하지만 굉장히 큰 변화였다. 


고등학교 졸업을 못할 줄 알았는데, 같이 밥 먹는 친구 덕분에 자퇴를 하려던 생각은 넣어두기로 했다.



학원친구도 생겼다



 학원은 재수생이나 다니는 줄 알았는데, 이 동네 아이들은 과외나 학원 하나쯤은 다 다닌다는 걸 알았다. 학교 심화반이 있긴 했지만, 저녁밥친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또 다른 걱정이 생겼다. 
심화반에 들어가지 않는 대신 학원에 가기로 결정했다. 내 일과는 학교 끝나고 집에서 저녁을 먹고  학원으로 가는 것으로 바뀌었다.
 

 학원 친구들은 뭔지 모르게 편했다. 학교 교실보다 좁은 강의실 때문이었을까? 저녁에도 같이 공부한다는 전우애 같은 것이었을까? 학원 친구들과는 학교 친구들보다 쉽게 사귈 수 있게 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집에서 저녁을 먹는 횟수보다, 친구들과 저녁이나 편의점 간식을 사 먹는 횟수가 늘어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친구들은 고3 수험생활까지 쭉 이어서 같이 가게 되었다.  


    이제 혼자 밥 먹지 않아도 되었다. 청승 떨며 울 일도 없었다. 
하지만... 너무 자주, 너무 많이 먹었나보다








나도 모르는 새 몸이 커져버렸다


 그런데 한 가지 엄청 바뀐 점이 하나 있었다. 내 몸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는 것이었다. 둔하게도 그걸 느끼는 데는 엄청 오래 걸렸다. 
나는 살이 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넉넉한 사이즈의 교복을 샀기 때문에, 교복이 꽉 끼일 때까지 전혀 같은 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2 때 50kg까지 떨어졌으니, 살이 쪄봐야 다시 회복하는 정도겠지라고 안심했다. 


늘 그랬듯, 나보고 살이 쪘다고, 많이 먹는다고 하지 않았다. 가끔 급식을 안 먹고 싶기도 했는데, 친구들은 급식실로 날 끌고 갔다. 집에 가면 고3 수험생인 날 위한 특식이 늘 준비되어있었다.  
이유는 하나였다.
고3은 잘 먹어야 공부도 잘된다는 것.

(먹는 양과 성적이 정비례했다면 아마 누구나 부러워할 대학교에 들어갔을 것이다. )



고3 가을이었다. 동복을 꺼내 입을 시기가 되었다. 분명 봄에 입었던 같은 교복인데 핏이 달랐다. 치마는 맨 마지막 단추로 잠거야 했고, 재킷을 잠그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려 그냥 풀러 헤치야 했다. 교복을 샀을 때는 엄청 커서 중학교 1학년처럼 보였는데, 이젠 작아져버렸다. 일반 옷 사이즈도 그랬다. 맞는 겨울 바지가 없었다. 아빠가 작아서 못 입는 29인치짜리 갈색 코르덴 바지를 찾아낸 게 다행이었다. 

 건강도 점점 더 나빠졌다. 갑자기 늘은 내 식사량은 체중 증가를 가져왔고, 운동을 하지 않으니 잉여 영양분은 몸에 계속 쌓이기만 했다. 
몸은 점점 무거워졌다. 
설상가상으로 그전에 없던 저혈압과 수족냉증이 생겼다.겨울엔 추워서, 여름엔 에어컨 바람을 가리려고 담요는 필수템이었고, 오래 앉아있으면 다리가 저려서 앞쪽 자리를 비워 다리를 의자에 올려놓고 수업을 들어야 했다.   




빨리 수능이 끝나길 기다렸다. 
간절히 살을 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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