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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라엘라 Dec 28. 2019

ep3. 운동없이 두 달 10kg 넘게 감량한 썰


인생 몸무게로 기뻐 하지 마라.
잠시 지나는 숫자이며
살이 찔 때마다 점점 불행할 것이니까.






수능 끝, 내 상태는


수능이 끝난 뒤 남은 건 나를 비웃는 것 같은 성적표였다. 다행히 수시 제도가 있었기 망정이지, 대학에 못 갔을지도 모른다. 수시 1차엔 합격을 한 상태였고, 두 과목에서 최저 등급을 맞췄기에 재수행은 간신히 막았다.  

이제 대학도 붙었고, 고3 내내 불어버린 내 몸을 줄일 시간이었다. 거울을 보고 큰일이다 싶었다. 옆구리, 앞 배는 말할 것도 없었다. 허벅지는 양 사이가 무릎까지 붙어있었고, 앞 허벅지에는 살덩어리가 소담스럽게 있었다. 고3 내내 친구들이 웃으면 턱이 두개가 생긴다며 웃지 말라고 할 때는 그냥 놀리는 줄만 알았는데, 거울을 보니 사실이었다. 심지어 이제 웃으면 세 턱이었다. 

가족들의 반응도 꽤나 충격적이었다.

심부름을 하러 여섯 살 어린 동생과 잠깐 둘이 나간 적이 있었다. 그런데 동생이 먼저 간다면서 한 스무 발자국 앞으로 가는 것이었다. 시야에 사라지지 않을 거리지만, 따라잡기엔 조금 숨이 차는 거리였다. 집에서 같이 출발했지만, 심부름하는 곳에 서서야 만났고 집에 올 땐 또 따로 왔다. 집에 다 도착해서 왜 먼저 갔냐고 물어봤는데, 내 귀를 의심했다.
"누나가 뚱뚱해서 같이 가기 창피해"

아버지도 그랬다. 평소처럼 같이 TV 보면서 이것저것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내 다리를 보곤 한숨을 쉬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아빠는 살찐 사람이 가장 한심해 보이더라. 엄마, 아빠 둘 다 한 번도 무다리가 된 역사가 없는데, 어떻게 이렇게 됐냐?"라는 것이었다.


충격적이었다.
나 진짜 살쪘나 보다.   



땀 한 방울 = 지방 1g이라는 마음으로


그야말로 다이어트를 하기에 수능 끝나고  시기였다. 나는 빠른 년생이라 술집에 갈 때마다 거절을 당해서 혼자 집에 와야 했고, 그런 술집에 가자고 하는 친구들도 없었다. 내가 수시에 붙어 노는 동안 다른 친구들은 정시, 논술 준비를 하느라 바빴기 때문이다.

 살 빼기에 가장 단순한 방법을 찾았다. 덜 먹고 많이 움직이기!!! 나름 계획적으로 꾸준히 반복했는데,  이렇게만 하면 누구든 살이 안 빠질 수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요요도 금방 올 것이다)



일어나자마자 몸무게를 잰다
컴퓨터를 켜고 에어로빅 영상을 재생한다.

지방을 털어낸다는 마음으로 힘껏 몸을 털어낸다.
땀이 났으니, 씻고 아침 겸 점심을 먹는다. (밥 반공기+ 나물반찬 +생선반찬)
간식 먹고 싶을 수 있으니 가만히 TV를 보거나 인터넷 서핑을 한다.
졸리면 낮잠을 자는 게 더 효과적이다
저녁은 미리 혼자 먹는다. (밥 반공기 + 나물반찬)
아침에 했던 에어로빅을 또 한다.
씻고 잔다.


에어로빅은 한 번 할 때 거의 두 시간씩 했으니, 집에 나가지 않더라도 하루에 네 시간은 움직인 셈이다. 친구도 안 만나고 집에만 있으니, 음식 조절은 어렵지 않았다. 가족들도 내가 살을 뺀다고 밥을 안 먹겠다고 하면, 말리지 않았다.



'혼자', '집밥', '가족들의 도움' 이 삼박자가 골고루 잘 맞았다. 그렇게 두 달이 흘렀다.
  



내가 날씬하대


몸무게가 51에서 그렇게 안 내려가더니, 마침내 49킬로가 되었다. 첫 몸무게는 60플러스 알파였는데, 앞자리 숫자가 무려 두 개가 바뀐 것이다. 스스로도 너무 즐거웠다. 아빠의 작은 바지는 너무 컸고, 내 몸에 맞는 작은 옷이 필요했다.

평소에는 온라인 매장을 이용하지만, 바뀐 치수를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에 갔다. 점원들은 나보고 '마르다', '날씬하다'라는 말들로 구매욕을 자극시켰고, 그 말에 혹해 난생처음 스키니진을 입게 되었다.
허리 사이즈는 26.
연예인들처럼 일자 다리는 아니었지만 (그렇게 살을 뺐는데도. 여전히 앞 벅지의 살은 남아있었다) 바지가 들어가는 것으로 충분했다.  더 즐거운 건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그리고 살을 빼고 처음으로 학원 친구들과 약속을 잡았다. 친구들 모두 내가 누군지 한 번은 확인하는 웃긴 날이었다. 장난이 아니라 진짜 긴가민가 싶었단다. 물론 살만 뺀 게 아니고 렌즈도 착용하고 화장도 해서 그러겠거니 싶었다. 하지만 2년을 가르치신 학원 선생님도 못 알아보시기에 내가 바뀌긴 했구나라는 걸 실감했다. 소개팅을 주선하겠다는 친구도 있었다.  




살이 빠지고 나니, 내 자신감은 물론이고 사람들의 반응이 재미있었다.
사람들이 왜 살을 빼려는 지 알 것 같았다.

 

빠져나가기 힘든 다이어트의 굴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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