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와 자바칩 프라푸치노의 칼로리는 같다
과제에 치여 더 이상 공부가 하기 싫은 어느 날 밤이었다. 우리는 조촐하게 치킨을 시켜 먹기로 했다.
파티가 없을 때는, 룸메이트들과 조촐하게 야식을 먹으며 술을 먹기도 했는데 룸메이트 언니의 술 게임이 인기를 얻으면서, 우리 방은 파티를 자주 하는 방이 되었다.
그날도 우리가 야식을 먹는다는 소식을 어디서 들은 다른 방 사람들이 아껴두었던 소주와 과자를 들고 우리 방으로 모였고, 이내 꽤 큰 파티가 되었다.
한참 분위기가 무르익어 갈 때였다.
룸메이트 언니가 "나 잠깐 화장실 좀" 이라면서 복도에 있는 공용 화장실을 가는 것이었다.
처음엔 술 먹는 게 힘들어서 잠시 바람 쐬고 오는 건 줄 알았다.
하지만 그러기엔, 언니의 주량의 끝이 어딘지 모를 만큼, 언니는 술이 셌다.
그런 언니가 여러 번 화장실을 간다기에, 걱정이 되어 따라갔다.
언니는 날 보더니 본인은 취하지 않았다며, 토하러 가는 거라고 했다.
"술을 토해요???????"
"응. 그래야 살도 안 찌고, 술도 더 먹을 수 있으니까"
언니는 토하고 다시 돌아와, 아무 일 없었던 듯이 게임을 하고 또 술을 마시고, 안주를 먹었다.
그렇게 술을 먹는 게 익숙한 듯했다.
언니의 행동을 이해하기로 한 건, 소주의 칼로리를 알게 된 이후였다.
소주 한 병 칼로리가 350kcal 정도 되는데, 언니는 소주에 맥주까지 먹고 안주도 너무 잘 먹는데도 그냥 평범한 몸매였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나는 파티를 좋아할수록 계속 살이 찌고 있었다. 오버핏 후드티가 점점 딱 맞아가고 있는 걸로 알 수 있었다.
'술 먹고도 살이 안 찌는 방법은 토하는 것'이라는 결론이 내려지고 난 뒤, 나도 공용 화장실에 들락날락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게워내는 게 어렵더니, 한 두 번 해보니 나름 요령이 생기는 듯했다. 점점 횟수가 늘었다. 진짜 살도 안 찌는 것 같았다. 살짝 어지러웠던 것도 사라져서 다시 처음부터 술을 먹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다른 부작용들이 찾아왔다.
목이 쉬어서, 사람들이 나보고 감기에 걸렸냐고 물어봤다.
침을 삼킬 때마다 따끔거려서, 물을 마시지만 해결되지는 않았다.
손가락을 넣고 토하는 횟수가 많아지면서 손등에 상처가 아물지 않았다. 누가 알아차릴세라 손을 가리기 시작했다.
생각지 못한 부작용들이 생기니 덜컥 겁이 났다. 계속 토하는 걸 반복하면 역류성 식도염이 생기고 심각하면 암이 생긴다는 것도 알았다. 토하는 건 분명하게 잘못된 행동이었다.
하지만 먹을 걸 게워내는 행위로 살이 덜 찐다는 심적 위안이 그 행동을 멈출 수 없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