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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라엘라 Mar 15. 2020

ep20. 온라인 PT 코치로 전직했던 썰

8주 만에 60kg에서 49kg로 감량 성공을 만든 (전) 코치

코치          
:   운동 경기의 정신이나 기술을 선수들에게 지도하고 훈련시킴. 또는 그 일을 하는 사람.




내 앞으로 40명의 회원이 배정되었다.

오전 9시 반.
빠르게 돌아가는 눈알과 피아노 변주곡을 치듯 깃털같이 움직이는 손가락이 준비되면,
메시지 창을 확인하기 시작한다.


 전날 저녁 이후부터 아침에 무엇을 먹었는지, 공복 몸무게로 어제보다 얼마나 감량되었는지,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만한 점을 실천했는지, 개선해야 할 점도 있는지 빼곡히 적은 일지다. 그걸 일일이 파악해서 답장을 해주어야 한다. 그것도 30~40분 안에 말이다.

40명의 개별 코멘트가 끝이 나면, 이제 궁금한 것들에 대한 질문이 들어온다. 이제부터가 내가 1:1 코치로서의 역할이 빛이 나기 시작하는 시간이다.


 생리 중이라서 단 것들이 너무 먹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운동량을 어떻게 하면 더 늘릴 수 있는지,

공복 유산소는 얼마나 효과가 있는 건지,

다이어트 식단으로만 먹었는데 왜 살이 안 빠지고 있는 건지 등 일반적인 질문들부터,

내일 xx 식당에서 밥을 먹을 껀데, 어떤 메뉴를 먹어야 살이 덜 찔 수 있는지,

피할 수 없는 술자리가 있는 데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등 현실적으로 꼭 필요한 질문들도 있었다.

그럴 땐 식당의 메뉴판을 검색해서 살이 덜 찌는 메뉴를 찾아서 골라주기도 하고, 술을 많이 먹는 사람과는 조금 거리를 두고 자리에 앉으라는 팁(?)을 주기도 했다.


점심시간이 되면, 어떤 음식을 먹었는 지 사진을 받고, 얼만큼 먹었는 지에 대해 정보를 받는다. 점심의 양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오후에 간식이 생각나지 않는 지는 꼭 물어주면서 간식에 손이 가지 않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침, 점심 먹은 것들보다 더 많은 칼로리의 간식을 먹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

 5시 반쯤부터 저녁에 뭐 먹을지 까지 같이 고민하고, 저녁에 할 운동 영상을 전송한다. 그리고 야식이 먹고 싶다면 방울토마토나 오이 정도에서 그쳐야 한다고 당부한 뒤 하루의 코칭을 끝내면 일과가 끝이 난다.

처음엔 이렇게 하면 살이 빠질까 고민하던 회원들도, 점차 받아들이고 다르기 시작했다. 변화가 점점 보였기 때문이다. 사이좋은 허벅지가 떨어지고, 운동하는 것도 쉬워졌다고 하고, 음식을 고를 때도 알아서 당류와 나트륨이 적은 것으로 고르기 시작했다. 회식 때 술 대신 물을 많이 먹으며 스스로 관리하는 모습도 보였다. 힘들지만 계속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건강하게 다이어트 잘하고 있다고 응원해주고, 보내주시는 사진을 통해 계속 모니터링하며 스스로 느끼지 못하는 변화도 콕 집어주었다.  




 그렇게 8주가 지났다. 회원들은 얼마나 살이 빠졌을까?

 연락이 중간에 끊긴 6명을 제외한 34명의 회원들은 감량에 성공했다. 60kg에서 시작해 10kg 넘게 감량에 성공한 분도 있고, 출산하고 입지 못할 뻔한 비키니를 입을 수 있었다는 분, 결혼 후 10년 만에 작은 옷을 입었다는 회원, 50대 초반에서 47kg까지 뺀 회원까지 각자의 생활을 유지하면서 많은 회원분들이 다이어트에 성공하셨다.  
 



나를 공감해주는 누군가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회원님 메시지 중




위의 카톡 내용은 한 회원님께서 남기신 메시지다. 다이어트에 대한 포인트가 이것이었구나 하는 마음과 동시에 내가 다이어트를 왜 지금껏 어렵게 생각하고 힘들게만 느껴졌는지 알게 된 대목이었기 때문이다.

내 고민을 나눌 수 있는 누군가가 큰 힘이 된다는 것이다.

 자급자족하며 격리되어 살지 않는 이상 밀가루 종류, 술, 기름진 음식 등을 먹지 않고 살 수는 없다.
하지만 다시 건강한 식생활, 운동하는 습관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마인드셋만 할 수 있다면 다이어트는 꽤나 편안하게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혼자서 하기에 무리가 있다면, 내가 스스로 그 힘이 생길 때까지 외부의 도움을 받는 것 또한 강력한  방법이라는 것도 알려주고 싶다)  




그다음 회원들의 이야기는 없다.
(왜냐하면.. ) 재미있고 보람되게 할 수 있었지만 복잡한 운영상의 이유로 해고당해버렸다는.. (또르르)


중이 제 머리는 못 깎는다고 하지 않던가? 일하면서 회원님들처럼 살을 빼지는 못했다. 그래도 임팩트 있었던 첫 직업으로 다이어트에 대한 인식을 또 하나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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