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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라엘라 Mar 25. 2020

ep27. 확찐자 되기 싫은데

사회적 거리두기의 여파

중국만 안 가면 될 줄 알았던,

그래서 처음엔 우한 폐렴이라 불렸던 그 전염병이

전 세계를 덮쳤다.



우리 동네에도 2월 21일 첫 확진자가 나왔고, 주말에 급작스런 휴원이 결정되었다. 우리 반 아이들(나는 현재 영어유치원에서 영어를 가르친다)에게 "Have a nice weekend. See you on Monday."라고 이야기하고 지금까지 휴원이다. 당초에 3월 23일 예정이었던 개학은 한차례 더 연기가 되어 4월 5까지 계획에 없던 백수가 되었다. 



1월 말만 해도 코로나가 심각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2월 말 휴원을 했을 때만 해도 헬스장이라도 갈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헬스장에는 아는 사람도 없고, 말할 필요도 없으니 G.X수업만 안 들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코로나 여파로 회원도 많이 줄어 다들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운동할 수도 있었다. 달라진 점이라곤, 기구를 쓰기 전후로 물티슈로 한 번 훔치고 사용하고, 샤워는 집에 돌아와 한다는 것 정도였다.

 


그래, 기왕 살 뺀 거 확실하게 운동하자.
코로나 사태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어.



일주일에 네, 다섯 번은 헬스장에 갔고  PT 받을 때보다는 약한 강도였어도 여전히 근육이 얼얼할 정도로 운동을 했다. 인바디를 재봐도 생각보다 훅 찌지 않는 몸을 보며, 일상 멈춤에 좋은 것도 있다며 위안 삼았다.



그런데..... 바로 지난 토요일(3월 21일) 실내체육시설 휴관 권고지침이 내려졌고, 다음날 저녁에 헬스장에서 연락이 왔다.


임시휴관 문자


큰일 났다.


처음 운동을 시작했을 때처럼 홈트레이닝으로 바꾸면 되지 않느냐지만, 난 집에서 준비가 되지 않았다. 변명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변명이다) 집은 먹고 쉬는 곳, 헬스장은 운동하는 공간으로 분리되었기 때문에, 에서 운동을 하는 건 실천하기 굉장히 어려운 것이었다.


맘만 먹으면 드러누울 침대가 있는데, 편한 유혹을 물리치고 한두 시간 운동을 하는 건 정말 독하지 않고서야 가능한 일인가??(그래, 아직 난 하수다)



비싼 수업료로 PT 받기, 출근길 동선과 일치한 곳에 있는 헬스장 등록하기, 신발은 무조건 운동화만 신고 다니기, 자기 전에 운동복을 입고 자기, 바디 프로필 찍기 등 여러 가지 장치들을 동원해서 운동을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 왔는데, 헬스장이 문을 닫으니 뭐부터 해야 하는 건지 혼란스러웠다.






헬스장에 갈 수 없다면 봄이라도 잡자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것, 지금 아니면 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일까라고 고민했다.


난 지금 시간이 많다.
꽃이 피었다.
봄은 금방 지나갈 것이다.
얼마 전 사서 한 번 밖에 못 입은 봄 재킷이 있다.


침대에 누워서 유튜브를 보느라 금방질 봄꽃들이 만개한 순간을 놓치는 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네 한 바퀴라도 돌면서 가볍게 산책하는 건? 근처 학교도 있고, 맘먹고 20분만 걸어가면 작은 공원들이 있는데  안 갈 이유가 없었다. (운동 강도야 웨이트 운동보단 약하겠지만, 부족했던 운동은 헬스장 갔을 때 더 열심히 하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운동하려고 이라는 장치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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