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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라엘라 Mar 21. 2020

ep26. 살 안찌는 빵 없나요

나 좀 사먹게 

바디 프로필을 찍었다고 마음을 놓을 수 없다. 

나는 살찌려고 살 뺀 게 아니기에.





다이어트는 끝이 없다. 

매 단계에 이를 때마다 이제부터가 본 게임이라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 살을 뺀 지금도 이제 시작이라고 하고  있으니 말이다.


살을 빼는 것만큼 유지하는 것은 또 다른 챌린지다.


이제 내 옆에 트레이너 선생님은 없다.

주변 지인들은 이제 사진도 찍었으니 먹고 싶은 걸 먹으라 권유한다. 살이 훅 찔까 겁이 나지만 딱히 거절할 이유가 없다.



바디 프로필을 찍은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다. 나 스스로도  "좀 어때"라며 음식에 대해 관대해졌다



촬영이 끝나자마자 남자 친구는 따끈한 핫도그를 가지고 촬영장에 도착했다. 해방의 시작이었다. 핫도그를 시작으로  도넛, 빵, 떡볶이, 라면, 크림 파스타, 케이크, 탄산음료, 초콜릿까지 먹킷 리스트에 적어놓은 음식들을 하나씩 도장깨기 중이다.



몸의 무리는 1주일 만에 왔다.

체중이 느는 건 당연한 거고, 변비가 생겼다. 윗배도 더부룩했다. 고 나트륨 폭격에 다리가 부었다.

갑자기 많은 양의 정제 탄수화물과 설탕과 나트륨을 견뎌내지 못한 것이다.  


몸이 주는 노란불 신호에 반응하기로 했다.






먼저 물을 샀다.

나는 의식적으로 물을 챙겨 먹지 않으면 잘 안 마신다.  다이어트할 때는 살도 빼고 싶고 배도 채우고 싶어 말이 을 많이 마셨지만, 촬영이 끝나자마자 물 섭취의 중요성은 흐릿해졌다. 그리고 바로 변비 증상을 맞닥뜨린 것이다. 아직 생수보다는 탄산수가 더 마시고 싶은 마음을 생기게 한다. 오늘도 탄산수 한 박스를 배송받았다. 탄산수가 몸에 안 좋다는 말도 있고, 중독이 될 수 있다는 말도 있지만 물을 마시는 습관이 정착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 최소한 변비는 사라질  것이므로. 물을 마시는 게 자연스러워질 때까지는 내 손에 닿는 곳에 물을 두려고 한다.


두 번째로는 빵의 대체제를 찾았다.

밥 없이는 살아도, 빵 없이는 못 사는 입맛이기에 빵을 건강하게 먹는 건 중요했다. 집 근처에 비건 베이커리도 있고, 4 무 (설탕, 버터, 계란, 우유) 건강빵을 파는 곳도 있지만 가격이 사악했다. 식사빵은 5천 원을 그냥 넘고, 간식빵도 하나에 2~3천 원이라 몇  개 집다 보면  2,3만 원은 우습게 넘었다.

빵을 아예 안 먹을 수는 없어서 손품을 열심히 팔았다. 인터넷에서 전자레인지로 만드는 빵을 알게 되었고, 속는 셈 치고 재료들을 넣고 만들어 보았다. 밀가루 대신 아몬드가루를 넣고, 설탕 대신 대체 감미료를 넣었더니 카스텔라와 비슷했다. 그리고 코코아 가루를 좀 넣어  만드니  초코빵 맛이 그럴싸했다.


밀가루가 없는 아몬드가루 빵. 가루들과 계란을 섞기만 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약간의 식용유를 허하기로 했다.

다이어트할 때는 모든 음식은 삶거나 데쳐서 원재료의 부드러운 맛으로 먹었다. 처음엔 먹을만했던 삶은 닭가슴살도 슬슬 물리기 시작했다. 냉동실에 아직 3kg이 더 있는 걸 알면서도 굳이 장 보러 나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때 찬장에 있던 식용유는 나에게 다시금 닭가슴살을 먹을 수 있게 한 연결고리였다. 식용유가 지방이라곤 하나, 단백질 덩어리인 닭가슴살과 채소들을 볶는데 쓰는 양 정도는 감당할 만하다.




탄산수와 아몬드 빵과 식용유가 유지어터의 삶을 돕는 도구가 되었다.

덕분에 돼지런하게 간식을 찾아 먹으면서도 근육량이나, 전체적인 비율에는 큰 변화가 없다.


배가 조금 나온 것만 빼면...

(그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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