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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라엘라 Mar 30. 2020

ep28. 다이어트와 연애를 병행할 수 있을까?   

콜라와 모카를 좋아하는 내 남자친구는 아군인가 적인가 

연애를 하면 살이 찐다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살이 찔 사람들은 연애를 해도 찌고, 안 해도 찐다..........


나는 연애를 하는 상대방 혹은 가까이에 있는 사람의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중요한 지에 대해 말하고 싶다 (자랑하고 싶다) 






집에서 다이어트하는 건 꽤나 힘든 일이다. 살이 쪘다는 것은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너는 허벅지가 징그러워서 흰 바지는 못 입겠다."

"누나 친구들은 다들 누나처럼 다 살이 쪘네." 

"넌 누굴 닮아서 다리가 이렇게 굵냐?"
"엄마는 20대 때 52kg를 넘은 적이 없었어. 너 지금 몇 kg냐?"


다이어트를 결심하고 안 먹겠다고 하면, 갑자기 먹어야 하는 이유가 생긴다.

"일단 먹고 운동하면 돼." 
"김치찌개는 살 안 쪄." 

"엄마가 한 음식은 다 건강해."

"저녁시간 아니면 언제 우리 가족이 다 모여 앉겠어. 앉아서 한 숟갈이라도 먹어."


뚱뚱하다는 핀잔, 안 먹으면 잔소리 루틴은 계속되었고, 다이어트는 번번이 실패였다. 

 다이어트는 혼자 겪어내는 것이고, 남들과 많은 양의 식사를 하기 위해 혼자 있을 때는 초절식을 해야 날씬한 몸이 유지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식욕이란 게, 혼자 있을 때 더 생겨서 혼자 있을 때도 사라지는 게 아니라, 나는 혼자든 누구를 만나든 잘 먹었다. 먹으면 살이 찌는 게 싫어 토했고, 음식을 거부하는 마음은 심해졌다. 때문에 만남 자체가 부담스러웠다. 여러 명이 모이는 모임은 참여하지 않았고, 식사 시간 이후에 잠깐 카페에서 만나 커피나 마시는 게 전부였다. (아마 대인기피증이었던 것 같다.)  






헬스장에 다니며 운동에 살짝 재미가 붙고, 호밀빵에, 닭가슴살 100g, 채소로 한 끼를 먹는 모습이 가족들에게도 익숙해진 어느 날이었다. 

계획에 없던 썸남이 생겼고, 그는 예상하지 못한 고백을 했다.  

"우리 한 번 만나 볼래요?"  



그에게 호감이 있는 건 맞지만, 나는 바로 좋다고 얘기할 수 없었다.  

 썸이 스타카토와 같은 관계라면, 사귀는 것은 장기적이고 점을 잇는 직선과 같은 관계가 된다는 걸 의미한다. 물론 좋았고 (지금도 너무 잘 만나고 있지만) 고백을 받자마자 떠오른 생각은 '식단은 망했구나'였다. '운동을 엄청 열심히 하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매일 닭가슴살 도시락을 먹는 게 행복하진 않을 것 아닌가?' 하는 고민에서였다. 

그리고 한 번도 누구를 만나서 건강하게 몸을 관리해 본 적도 없으니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썸남 고백은 좋으니 한다는 말이 고작 이거였다. 



"좋아요. 그런데 제 생활 패턴이 크게 바뀌지 않았으면 해요. 제가 하려는 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만났으면 좋겠어요."  







(지금 생각하면 너무 도도한 답변이었다. 저 대답은 만나겠다는 건지, 거절하는 건지 모르겠다.)그는 내 말에 흔쾌히 좋다고 했고 만난 지 2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음식 메뉴에 있어서는 거의 전적으로 내가 먹고 싶은 것, 혹은 먹어야 하는 메뉴로 먹는다. 





데이트할 때 건강하게 먹기란 어려웠다. 식당은 대부분 짜고, 달고, 맵게 만들어서 맛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한식, 일식, 중식, 양식 중에 고르라면 나는 일식이나 양식을 골랐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단백질과 채소가 많이 들어있는 메뉴를 찾았다. 예를 들면, 스테이크 샐러드, 버섯 샐러드, 닭가슴살 샌드위치, 루꼴라 화덕구이 피자, 연어 같은 음식들이다. 


남자친구는 콜라와 포테이토피자를 좋아하고, 분식은 쫄면을 좋아하는 건강한 음식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평하는 투나 표정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간편하게 끼니를 때우러 서브웨이를 많자고 해도 '오늘도 서브웨이 가요?' 라던지, '오늘은 좀 맛있는 것 먹어요.'라는 둥 핀잔 섞인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슬럼프가 왔을 때
한결같다. 식욕을 누르려 하지도 않고, 부추기지도 않고, 가르치려고 하지도 않는다. 전적으로 내가 건강해지는 데 노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언제부턴가는 편의점에 가서 과자를 순식간에 다 먹은 날에 전화를 걸어 고해성사를 한다. '괜찮아요'라는 한 마디를 듣고 싶어서다.  그리고 그 말을 듣고 나면 다시금 헬스장으로 갈 수 있게 하는 힘이 생긴다. 그리고 만나서 냉면, 순대, 짬뽕, 돈가스를 먹으러 가자고 할 때도 죄책감이 안들게 해준다. '살찌는데 괜찮아요?'라는 말 대신 '그래요, 내비게이션에 주소 찍어줘요.'라고만 한다.  




다이어트와 연애는 동시에 이루어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지난 2년 동안 그 고정관념이 완전히 바뀌었다. 살은 혼자 있어야 뺄 수 있는 것이었는데, 사실 정반대였다. 물론 다이어트를 하면서 가장 중요한 건 나의 의지이겠으나, 의지를 오랜 실천으로 끌고 나갈 수 있는 건 내 옆에 있는 한 사람의 묵묵한 지지였다. 







ps. 그 남자의 식생활
좋아하는 음식은 포테이토 피자, 쫄면 같은 고탄수화물 군이다. 물만큼 콜라를 좋아하고, 커피는 달달한 모카라테를 자주 시킨다. 야식으로 치킨도 종종 먹는다. 이렇게 먹는데도 살이 안 찐다. 나와 키 차이는 10cm가 넘는데, 몸무게는 10kg 차이를 겨우 벌려놓는 정도의 불공평한 몸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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