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는 저 세상 먼 이야기였다. 결코 내가 날씬해서가 아니고, 그냥 별 생각이 없었다.
먹부림의 시작
아기 때는 음식 욕심이 많았단다. 초코파이를 많이 먹고 싶어서 두 손에 하나씩 들고, 그것도 부족해 하나는 입에 넣고 먹었다는 세 살 배기 아기가 바로 나였다니 말이다. 그때는 형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누가 뺏어먹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내 손에 쥐어야 마음이 편했었나 보다.
크면서 먹는 양은 점점 늘었다. 라면을 먹으면 김치는 반포기는 기본으로 먹고, 밥도 물론 말아먹었다. 국물이 다 적셔질 때까지 밥을 넣었으니, 밥에 국물을 비벼먹었다가 더 맞는 표현일 수도 있겠다. 그래도 부족하면 군것질이 없는지 냉장고 주변을 서성거렸다.
뷔페에 가서도 고기, 해산물, 튀김에 마지막 빵과 아이스크림까지 싹쓸이하는 건 기본이었다. 친척 어른들께서 이런 모습을 보시곤 적잖이 놀라셨다보다. 그리곤 우리 부모님은 핀잔 섞인 잔소리를 들으셔야 했다. 나를 굶기냐며, 좀 잘 먹이라고 말이다. 어른들이 놀라시거나 말거나, 나는 배부를 때까지 먹었다.
그때 유튜브가 있었더라면, 나는 어린이 먹방 샛별이 되어있었을지도 모른다.
운동? 재미없는 것
어렸을 때 운동을 할 뻔한 적이 있긴 했다. 7살 때인가, 엄마가 태권도 학원에 가보지 않겠냐고 하셨던 적이 있다. 하지만 예쁘지 않은 태권도복을 입어야 한다기에 가지 않겠다고 거부를 했고, 엄마는 태권도장에 보내는 걸 포기하셨다.
그 이후에도 운동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 움직임에 관심이 없었다. 그나마 유일하게 활동을 하는 거라면, 일요일마다 하는 등산이었다. 아버지가 주말마다 산에 가시는 걸 좋아하셨기 때문이다. 집 근처 곳곳 산을 다니며 정상을 찍고 오긴 했다. 칠갑산, 태조산, 마이산 등 충청남도에 있는 산들은 거의 다 올라가 봤을 것이다. 등산이 체력에 도움은 되었을지는 몰라도, 다이어트는 글쎄다. 의식처럼 늘 정상에서 딸기쨈과 크림가득한 맘모스 빵과 우유를 먹었고, 하산하고 나선 고기 뷔페에 가서 거하게 저녁 식사를 하는 게 코스였으니 말이다.
난 지극히 정상
이렇게 먹고 운동을 안 했는데, 소아 비만이 아니었던 건 정말 행운이었다. 갑자기 4학년에서 5학년 넘어갈 때 10KG이 늘어난 적이 있었다. 하지만 키도 10cm 컸었기에 선생님께서는 평범한 성장과정이라고 하셨다. 초, 중, 고등학교 시절 신체검사를 하면 늘 정상 범주에 속했다. 체력 검사를 해도 특유의 깡으로 잘 버티고, 매달리고, 뛴 덕에 꾸준히 1급을 받았다. 건강했고, 가리는 음식 없이 남들보다 조금 더 먹는 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