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잘 써지지 않습니다

by 이범용의 습관홈트

요즘 글이 잘 써지지 않습니다.


바쁜 회사일, 아이 습관 프로그램 준비 등 신경 쓸 일이 많아서인 듯합니다. 더군다나 최근 날씨가 더워져서 에어컨이 있는 딸의 방에서 딸과 함께 자는데 새벽 기상 후 서재에 앉아 있으면 딸이 깨서 저에게 옵니다. 그리고 혼자 자려고 하니 무섭다며 아빠가 옆에 있어 달라고 애원합니다.


잠시 흔들립니다.


'써야 할 글이 있다고 딸에게 양해를 구할까? 아니면 엄마가 잠든, 그곳은 에어컨이 없어서 덥다고 딸이 기피하는 장소지만, 방으로 데려다줄까?'


결국 저는 딸의 애처로운 눈빛을 외면할 자신이 없습니다. 딸의 손을 잡고 에어컨이 있는 딸의 공부방으로 함께 들어가기로 결정합니다. 하루 중 집중해서 글을 쓰곤 했던 제 새벽 시간이 줄어들었으니 글을 쓰지 못한 것입니다.


얼마나 근사한 핑계입니까? 사랑하는 딸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새벽 시간을 양보했으니 글을 쓸 시간이 없다고 말하면 누가 이런 저를 비난할 수 있겠어요?


그런데 오늘 한 가지 깨달은 사실이 있습니다. 글이 안 써지는 이유는 시간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지금 이 글 초안도 회사 화장실에 앉아서 쓰고 있으니까요. 시간은 만들면 다 나옵니다.


글이 안 써지는 근본적인 이유는 쓰고 싶은 글의 소재가 없기 때문입니다. 설상가상으로 평상시 글을 써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는 날이면 글의 소재가 더 떠오르지 않고 조급해져 글의 첫 줄도 쓰지 못하고 펜을 내려놓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오늘 새벽 곤히 잠든 딸의 손을 잡고 얼굴을 쳐다보고 있자니 마음이 평온해지고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되었습니다. 캄캄한 방에서 깨어 있다 보니 오직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저것 꼬여있던 일들의 실마리가 조금씩 풀리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더군요.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들면서 상쾌해졌습니다.


시간에 쫓기며 최소한 3일에 한 개의 글은 완성해서 SNS에 올려야 한다는 강박이 새벽 기상 후 저의 생각의 뇌를 짓누르고 있었나 봅니다. 조급한 마음은 창작의 세계를 망치는 주범입니다.


습관은 지루한 반복의 육체노동입니다. 이 지루한 육체노동을 멈추지 않고 지속하는 사람은 결국 한 분야의 탁월한 전문가가 될 가능성이 높겠지요. 결국 지루한 반복을 멈추지 않는 끈기가 필요합니다.


끈기의 적이 바로 조급함입니다. 한 스푼의 노력으로 10 자루의 열매를 욕망하는 조급함은 우리를 병들게 하고 지치게 하고 포기하게 만듭니다. 저 또한 조급함의 아찔한 유혹에 잠시 홀렸던 것 같습니다. 좋은 글은 깊은 사색에서 발아됨을 잊지 않아야겠습니다.


습관을 실천하는 사람이라면 예외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누구에게나 조급한 마음이 공격해 오는 시기가 찾아올 것입니다. 조급함이 내뿜는 아찔한 향기에 미혹되지 않는 끈기의 태도를 일상 속에서 꾸준히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사회학자 댄 챔블리스의 아래 조언은 일상 속에서 사소한 반복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 줍니다.


“최상급 기량은 사실 수 십 개의 작은 기술 및 동작 하나하나를 배우거나 우연히 깨치고 주의 깊은 연습을 통해 습관으로 만들고 전체 동작으로 종합해서 나온 결과물이다. 부분 동작들 중에서 비범하거나 초인적인 동작은 하나도 없다. 정확하게 실행된 동작들이 합해져 탁월한 기량이 나올 뿐이다




습관은 평범합니다. 위대함은 그것을 지속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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