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제(7.18일) 봉사활동을 다녀왔어요. 어떤 봉사활동이냐고요? 제가 다니는 회사가 지역사회 공헌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푸른별 꿈꾸는 학교', 청소년 진로 콘서트에서 조촐한(?) 강연을 했습니다.
제가 배정된 학교는 수원에 위치한 '수일 중학교'였어요. 대상은 중학교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약 300명의 학생들이었어요. 어찌나 천방지축이고 장난꾸러기들 인지 강연장이 엄청 시끄러웠지만 그만큼 활기도 가득했었습니다.
수원 수일 중학교
제가 준비한 주제는 '현타, 그럼에도 다시 시작할 용기'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습니다. 강연을 시작하면서 제 소개를 했는데요. 저는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이지만, '대한민국 1호 습관 조력자'로도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어요. 그러면서 무작정 다른 사람의 꿈을 따라 하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지금은 세상에 없을지라도 내가 1호가 되어 새로운 직업을 창조하는 것도 의미 있다고 말하면서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현타, 다시 시작할 용기
하지만, 어떤 일이든 '최초'가 된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도전을 헤쳐 나가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살다 보면 현타(현실 자각 타임)를 경험하게 되는데요. 이처럼 현타는 누구에게나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비유하자면, 현타는 마치 '우리가 하늘에서 내리는 비 속에서 우산 없이 서 있는 것과 같다'라고 생각합니다. 즉 피할 수 없다는 것이죠. 추억의 개그 한 조각이 생각나네요.
옛날에 친구가 저에게 이런 문제를 냈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마른 사람은?' 이 난센스 퀴즈의 정답이 바로 '비 사이로 막가'였습니다. 얼마나 말랐으면 비 한 방울도 맞지 않고 비와 비 사이로 걸어갈 수 있을까요? 하지만 현실에선 이런 사람이 없겠죠. 마찬가지로 현실에서 현타와 현타 사이를 피하며 막가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현타를 경험하더라도 다시 일어서서 앞으로 걸어갈 용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강연에서 학생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핵심 메시지는 바로 이거였어요.
강연하는 모습
"이 세상에 잘못된 사람은 없어요. 단지 학생 여러분이 추구하던 목표가 좌절되어 잠시 낙담한 상태에 있을 뿐이에요. 그러니 다시 시작할 용기를 갖고 넘어진 자리에서 다시 일어서서 꿈을 향해 걸어가는 것이 중요해요. 무엇보다 다시 일어설 용기를 가지려면 그런 마음이 들어야 하는데요. 그 기초가 되는 것이 바로 매일 작은 습관을 실천하면서 스스로 믿는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강연이 끝나고, 진로 콘서트이니만큼 학생들의 질문에 답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기억에 남는 질문 한 가지는 바로 이거였어요.
"다시 중학생이 된다면 무엇을 하고 싶나요?"
여러분은 어때요? 여러분이 다시 중학생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무엇을 가장 하고 싶나요? 저는 '피아노 배우기'라고 답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어린 시절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서 공부만이 성공할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하며 살았어요. 그래서 늘 긴장 속에서 살았고 주변 사람들을 경쟁 상대로 생각하며 살았어요. 그런데 어른이 되어 생각해 보니, 그런 삶이 공허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살다 보면 스트레스도 받고 낙담할 때도 있는데, 그 허전한 마음을 달래줄 취미가 없다는 것이 억울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거든요. 특히 젊은 시절 피아노를 멋지게 치는 남자를 보면 무척이나 부러웠었습니다. 무엇보다 피아노 치는 남자는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았었거든요. 하하하.
이렇게 저의 강연이 끝나고 단체 사진을 찍고 일정이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런데 작은 감동의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남자 중학교다 보니 아이들이 질서가 무너지고 통솔이 안되어서 학교 선생님이 조용히 하라고 소리치고 해야 말을 듣던 친구들이라 강연하기 전부터 걱정을 많이 했었습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제 강연 중에는 뒤에서 장난치는 아이들도 있었긴 했지만 두 눈을 반짝이며 열심히 들어주던 학생들이 종종 눈에 띄었어요.
강연이 끝나고 가방을 챙기는 저에게 그 학생들이 저에게 뛰어왔습니다. 학교에서 나눠준 행사 팸플릿을 들고 와서는 그 종이 위에 사인을 해달라고 하더라고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학생의 이름을 물어보고, 꿈이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수학자가 되고 싶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종이 위에 제 사인과 함께 이렇게 적어 주었습니다.
OO야, 너는 꼭 수학자가 될 수 있어
그 중학생 뒤로 5~6명이 우르르 몰려와서 사인을 요청했습니다. 그냥 종이 위에 제 이름과 사인을 하는 행위였습니다. 하지만 그 대상이 자라나는 중학생이라는 차이밖에 없었는데, 그 형용할 수 없는 짜릿함이 느껴졌습니다. 꿈나무에 물을 준다는 느낌이 이런 것일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수일중학교 학생들은 저를 잊고 살 수도 있겠지만, 저는 오래도록 수일 중학교 학생들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