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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재치 있는 말, 월요병을 잠시 잊다
by
이범용의 습관홈트
Sep 16.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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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둘째 딸, 혜율이는 7살 유치원생이다.
혜율이는 유치원생 치고는 재치 있는 말을 내뱉어 나를 놀라게 하고는 한다. 아내는 평일에 퇴근 후에 자기 계발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이것저것 공부하고 강의도 신청해서 듣는다. 그렇다 보니 밤늦게 집에 오는 날이 많다.
2주 전 금요일 밤에도 아내는 수업을 듣고 밤 11시가 넘어 집에 왔다. 혜율이는 '엄마 언제 와?'라고 내게 묻고는 엄마를 기다리다 지쳐 잠들었다. 다음 날 토요일 아침에 혜율이는 그토록 찾던 엄마 품에서 깨어 엄마에게 다정하게 웃으며 말했다.
"엄마는 유령처럼 아침이 되어야만 만날 수 있는 사람이에요
"
아내는 미안했는지 혜율이를 꼭 안아 주었다.
요즘 우리 집에서 가장 고생하는 물건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체중계다. 나는 새벽 기상 후 커피를 탄 다음 체중계에 몸을 싣고 몸무게를 확인하는 것이 새벽 루틴 중 하나가 되었다. 아내도 종종 아이들 앞에서 체중계에 올라 몸무게를 확인한다.
덩달아 두 딸들도 자신의 몸무게의 변화를 자주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혜율이의 평상시 몸무게는 20~21kg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한다
.
그런데
어제
저녁은 조금 특별했다. 몸무게를 재 보았는데 22kg이었다. 1kg이나 살이 쪘다고 혜율이가 흠칫 놀란다. 난 추석 기간 동안 많이 먹어서 그런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옆에 계셨던 장인어른도 거들었다. 혜율이가 놀라
내뱉은 '
어? 1kg이나 살이 쪘어'
란
독백을 옆에서 들은 장인어른이 위로의 말을 던졌다. "키가 커져서 그런 거야~"
혜율이는
그 말을 듣고는 잽싸게 본인이 평소 키를 재보는, 거실 벽에 표시해 둔 눈금에 자신의 키를 확인해
보았
다
. 그러나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살이 찐 그럴싸한 원인을 찾느라 혜율이는 머리가 분주해졌다. 그리고 이내 답을 찾은 듯 말했다.
발이 커졌나?
설마 하루 사이에 발이 확 커져서 1kg이나 살이 쪘겠니 혜율아? 이런 나의 독백엔 아랑곳하지 않고
엄마에게 다급히 유치원 책가방의 위치를 묻는다. 책가방 안에서 하얀 실내화를 꺼내 발이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커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신어 본다.
혜율이의 180미리 실내화
혜율이의 발이 실내화에 넉넉히 들어가는 것을 내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다. 그런데 혜율이는 발이 커져서 신발이 불편하다고 주장했다. 주장의 논리는 이랬다. 자신의 엄지발가락이 실내화 앞꿈치에 닿아 아프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엄마를 불러 놓고 대뜸 요구한다.
"엄마, 실내화 180미리는 작으니 190미리 사러 가자~"
순간 나는 새 실내화를 사기 위한 고도의 전략으로 살이 쪘다고 말한 것은 아닌지 의심했다. 7살짜리 유치원생이 그럴리는 없다. 다만, 평상시 혜율이가 영악한 행동을 자주 하다 보니 그런 얼토당토않은 상상까지 하게 되었다.
결국 혜율이는 줄넘기를 들고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체중계에 올라갔다. 언니도 호기심에 체중계의 숫자를 옆에서 지켜보았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혜율이의 몸무게가 다시 21kg으로 복귀했다. 혜율이는 안도의 웃음을 지으며 체중계에서 내려왔다.
혜율이의 재치 있는 말 때문에 내일이 월요일이란 아찔한 현실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혜율아~아빠를 웃음짓게 해 주어서 고맙구나. 그런데 말이다. 아빤 혜율이가 골고루 많이 먹고 튼튼한 것이 더 좋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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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의 완성
저자
N잡러 직장인. <습관의 완성>,<습관홈트>,<우리아이 작은습관> 저자. 아들러 심리학을 공부합니다. 좋은 습관은 우리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용기의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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