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글인간이 몰려온다

네 자신을 업그레이드 하라

by 이범용의 습관홈트

<트렌드 코리아 2020>이 선정한 2020년 10대 소비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가 바로 ‘업글인간’이다. 업글은 업그레이드의 준말로 자기 자신을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업글인간’이란 이름을 붙였다. 이들은 퇴근 후 늘어난 여가 시간을 집에서 맥주를 마시며 편히 TV를 보며 휴식을 취하는 대신, 책을 들고 카페로 향하거나, 러닝을 위해 한강변을 달리거나, 자기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영상을 올리기 위해 콘텐츠를 촬영하며 삶의 질적 변화를 꾀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너무나 기다려온 신인류가 등장한 것 같아서 가슴이 벅차다. 나도 인정한다. 지치고 힘들 때는 위로를 받고 휴식을 취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언제까지 안락하고 따뜻한 이불속에서만 살 수만은 없지 않은가? 우리는 다시 주먹을 불끈 쥐고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다시 삶의 치열함 속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나 대신 내 인생을 대신 살아 줄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오늘 힘들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어떻게 내일이 바뀌길 바라겠는가?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몸이 부지런하면 마음에 근심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 그냥 부지런해서는 안 된다. 옛날처럼 근면하면 성공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고 우리가 목표로 세운 것들은 우리를 배신하기 일쑤다. 그만큼 세상은 나약한 우리를 희롱하고 상처를 주고 좌절감을 안겨 주고 있다. 그래서 서점가에서도 자기계발 도서보다는 공감과 위로의 에세이가 인기를 얻고 있다.

한 인터넷 서점이 발표한 2019 상반기 종합 베스트셀러 100위권 분야별 분포도를 살펴보면 에세이, 인문, 어린이 분야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반면에 자기계발서는 2018년 상반기 100위안에 10권이 베스트셀러로 선정되었지만 2019년 상반기에는 4%나 하락한 6권만이 겨우 선정되었다. 그만큼 사람들은 지쳐갔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남들과 경쟁에서 이겨야 하고 먼 미래를 위해서는 오늘의 행복을 미루어야 한다는 논리는 사람들로 하여금 지치게 만들고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열심히 살아봐야 성공할 수 없는 불공평한 사회 시스템에 환멸을 느끼며 현재의 즐거움을 만끽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갔다.

그런데 주류를 이루고 있는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등의 자조 섞인 분위기 속에서도 ‘열심히 사는 게 어때서?’라고 외치며 자신의 열정을 불태우는 신인류가 등장한 것이다. ‘좋은 습관은 삶의 변화를 이끄는 힘이 있다’고 주장하는 나에게 어찌 반가운 소식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있다. 업글인간은 기존의 자기계발형 인간과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업글인간은 과거 직장에서 승진이나 취업이나 이직을 위한 스펙 쌓기 형식의 자기계발형 인간과는 차원이 다르다. 업글인간은 성공보다는 성장을 중시한다. 자기계발형 인간은 남들보다 경쟁에서 이기고 성공하기 위해 나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목표였다. 반면에 업글인간은 타인과의 경쟁이 아닌 어제의 나 자신보다 조금 더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나는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그 의미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또 다른 차이는 동기부여의 출발점이다. 업글인간은 외부에서 동기 부여를 찾지 않는다.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하고 싶다거나 부모나 선생님 친구들이 하라고 하니까 억지로 일을 하기보다는 내면에서부터 자신을 업그레이드하려는 동기가 생겨난 인간들이다. 따라서 업글인간은 내일의 나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몸, 취미, 지식의 성장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한다. 업글인간에게 몸은 최고의 투자 대상이다. 인스타그램에서 ‘런스타그램’이란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26만 건이 넘는 게시물이 나온다고 한다. 운동하는 여자, 운동하는 남자라는 해시태크는 인싸의 상징이 되고 있다. 업글인간은 왜 몸에 이토록 투자를 할까? 몸 만들기에 성공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노력한 만큼 돌려준다’고 말한다. 불확실함으로 가득한 세상 속에서 몸은 투자한 만큼 반드시 성장을 돌려주는 확실한 투자이기 때문에 업글인간이 자신의 몸에 투자하는 이유다.

취미는 어떤가? 나만의 취미활동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니 즐겁고 새로운 경험을 하니 성취감도 맛볼 수 있다. 이들은 라틴 댄스 동호회, 프리다이빙, 커플댄스, 요리 수업 원데이 클래스 등 다양한 취미 활동을 즐긴다. 내가 아는 지인은 직장인이면서 퇴근 후 글쓰기 강좌를 듣고 목공 수업에 참여하고 취미로 그림을 그린다. 여기서 더 깊이 들어가 취미로 먹고살 수 있는 경지인 ‘덕업일치’를 이룬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탈잉이란 플랫폼은 자신의 취미나 재능이 돈을 버는 시대가 왔음을 알려 준다. 중국어, 춤, 그림, 영상편집, PPT 등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좋은 점이라고 탈잉에 가입한 튜터들이 공통적으로 말한다.

지식 업그레이드는 또 어떤가? 직장인들은 비싼 비용을 지불해 가면서도 퇴근 후 독서 모임에 참가한다. 은퇴 후의 삶을 고민하는 40대 50대 직장인들은 자신의 관심 분야의 지식을 넓히기 위해 책을 읽고 퇴근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강연장을 찾아다니며 배우고 또 배운다. 자신이 좋아하고 관심 있는 분야이니 몸은 힘들지만 의미 있는 지적 성장을 이루어 간다는 즐거움으로 업글인간은 행복하다.

이처럼 최근 성장 트렌드는 불확실한 먼 미래의 영광이나 성공이 아니라 오늘보다 발전한 내일의 나를 목표로 하고 거창한 목표보다 손에 잡히는 성취를 향해 달린다고 한다. 또한 대단한 일을 해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한 작은 습관 하나만으로도 성취의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내가 '습관홈트 프로그램'을 3년 넘게 운영해 오고 있는 강력한 이유이기도 하다.

습관홈트 참가자들은 하루 10분만 투자해서 습관 3개를 실천할 수 있을 만큼 작게 목표를 선정하여 매일 잠들기 전까지 실천하고 시스템에 그 결과를 입력한다. 그리고 매일 자신이 얼마만큼 습관을 실천했는지 성공률을 그래프로 확인할 수 있다. 그 성취감은 생각보다 뿌듯하다. 40대 후반의 공무원인 참가자는 1년 만에 16kg 감량에 성공했다. 6살과 3살 두 아이의 엄마이며 초등학교 선생님은 작심삼일을 밥 먹듯이 했지만 지금 2년 넘게 습관을 멈추지 않고 실천하고 있다. 결혼과 출산으로 경력이 단절되었던 전업주부는 습관을 통해 영어 그림책 읽어 주는 선생님으로 새로운 직업을 찾게 되었다. 이들은 바로 업글인간들이다.

나는 조직에서도 습관의 힘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그래서 직장 동료들과 올해 8월부터 ‘1인 1 습관 100일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업무 이외에 개인적인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게 도와주는 습관을 1개 정해서 100일 동안 실천하고 습관 달력에 스탬프를 찍는 프로젝트였다. 가장 큰 소득은 직장 동료들 중 알게 모르게 이미 좋은 습관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이 참 많다는 사실이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5시까지 회사에 출근해서 헬스장에서 1시간 운동하고 6시부터 업무를 시작하는 동료도 있고, 1년 동안 책 50권을 읽는 목표를 세우고 업무 시작 전에 매일 책을 읽고 간단히 독서 후 소감을 기록하는 동료도 있다. 새벽 조깅하는 동료, 수영하는 동료, 외국어를 공부하는 동료 등 의외로 많은 직장 동료들이 이미 업글인간들이었다.

업글인간의 존재는 우리 팀에 국한되지 않았다. 회사 전체 게시판에는 마라톤에 도전하는 여성 동료, 산행을 하고 캠핑하는 동료, 국가 기술 자격증을 취득한 동료들의 자랑스러운 얼굴들이 소개되곤 한다. 퇴근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도서관에서 지식의 성장을 위해 업무과 관련된 전공 분야를 공부하는 영상이 브이로그 형식으로 특집 방송되기도 한다. 세상은 빠르게 변한다. 기업도 세상의 속도에 맞추어 빠르게 변해야 한다. 그리고 기업이 변하려면 조직을 구성하는 개개인이 변해야 가능하다. 변화는 실천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실행력이 강한 업글인간이 조직의 성장을 이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내가 좋아하고 의미 있는 일을 지속하며 어제보다 성장하려는 인간이 되고자 노력하는 업글인간이 몰려오고 있다. 아니 우리 주변에는 이미 업글인간들이 너무나 많이 있다. 여러분 눈에만 보이지 않을 뿐이다.

행복 연구의 권위자 돌란 교수는 행복은 즐거움이란 감정으로만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퇴근 후 시원한 맥주와 치킨 그리고 소파에 누워 TV를 보며 휴식을 취하는 것은 즐거운 일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행복에는 즐거움이라는 감정과 목적의식이란 두 개의 축이 공존한다고 강조한다. 목적의식이란 내가 원하는 활동을 통해 얻는 성취감, 의미, 보람과 같은 느낌이다. 직장인들이 행복한 순간은 집에서 휴식을 취할 때가 아니다.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업무에서 일보 전진했을 때이다.

마가렛 대처도 이렇게 주장했다. “가장 만족스러웠던 날을 생각해 보라. 그날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편히 쉬기만 한 날이 아니라, 할 일이 태산이었는데도 결국은 그것을 모두 해낸 날이다”

2020년이 곧 다가온다. 이제 여러분이 따뜻한 이불을 박차고 업글인간의 대열에 동참할 차례다. 언제까지 위로만 받으며 살 수는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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