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게임 중독에 빠졌다고 울며 말했다

by 이범용의 습관홈트

“엄마~!! 나 게임에 중독된 것 같아 너무 속상해. 어떡해~”

큰 딸 은율이가 어제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울먹이며 한 말이다. 은율이는 초등학교 4학년이다. 이제 새 학기가 시작되면 5학년이 된다. 은율이도 여느 초등학생처럼 유튜브 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 마음을 무시할 수 없어서 3년 전부터 하루 15분 동안만 유튜브 시청하기로 은율이와 합의했다.

일명 ‘하루 15분 유튜브 시청권’이다. 왜 15분이냐면 보통 유튜브 동영상 한 편이 15분 이내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은율이는 아직 초등학생이라 스마트폰 대신 폴더폰을 사용하고 있어서 엄마 아빠가 퇴근한 후 엄마 또는 아빠의 핸드폰을 이용해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을 보고는 했다.

주로 은율이가 보는 채널은 잠뜰 TV의 게임 영상물이다. 가끔 내가 운전할 때 은율이가 조수석에서 하루 15분 유튜브 시청권을 사용하여 볼 때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잠뜰 TV 게임 진행자들의 목소리가 어수선하여 운전하는데 집중도 잘 안되기 때문에 좋아하지는 않지만 사랑하는 딸이 워낙 좋아하니 참고 운전을 하곤 했다.

그런데 겨울 방학이 되자 문제가 발생했다.

학기 중에는 하루 15분 유튜브 시청권이 잘 지켜졌지만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발생하는 겨울방학이 되자 은율이가 15분 넘게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싶은 참을 수 없는 욕구가 생겨났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게임에 빠졌기 때문이다. 잠뜰 TV 진행자가 영상을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게임인 마인드 크래프트는 유료다. 그래서 은율이는 그 게임과 유사하지만 무료인 마스터 크래프트를 친구들이 사용하는 것을 보고 은율이도 조금씩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스마트 폰이 없는 은율이는 몇 달 전에 장모님이 핸드폰을 새로 구입하면서 버린 낡은 스마트 폰을 본인이 사용할 기회를 얻었다. 핸드폰 메모장에 글을 쓰고 싶다고 하여 허락했는데 와이파이가 잡히는 집에서는 장모님의 낡은 스마트 폰을 이용해 하루 15분 유튜브 시청권을 사용하곤 했었다. 은율이가 빠져있는 마스터 크래프트는 집을 짓는 게임인데 워낙 재미있다 보니 15분을 넘긴 경우가 최근 몇 번 있었나 보다.

유튜브 동영상 시청은 한편 다 보면 끝났다는 신호가 명확하기에 멈출 수 있다. 반면에 게임은 한번 빠지면 멈추는 신호를 알아채기 힘들기 때문에 약속한 15분을 넘긴 것이다. 이런 일이 몇 번 발생하자 은율이는 스스로 양심의 가책을 느꼈는지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서 게임에 중독된 자신을 자진 신고함과 동시에 어떻게 하면 게임 중독에서 벗어 날 수 있는지 울면서 엄마에게 요청했던 것이다.

저녁에 가족회의를 시작했다. 먼저 아내는 장모님의 낡은 핸드폰을 망치로 부숴 버리는 조금은 극단적인 방법을 쓰는 것이 효과가 클 것 같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난 망치로 부수기보단 핸드폰을 안 보이는 곳에 일정 기간 동안 보관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엄마 또는 아빠 회사에 핸드폰을 보관한 뒤 한 달 뒤에 가져오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은율이가 입을 열었다.

‘내가 작은 습관을 3년 넘게 지속해 보니 처음부터 너무 크게 목표를 정하면 실패하더라고. 그러니까 한 달 보단 아침에 엄마가 출근하면서 내 핸드폰 가져간 뒤 퇴근하면서 핸드폰 가져오면 어때?”

아내와 나는 괜찮은 생각이라고 판단했다. 은율이는 겨울 방학이라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당연히 게임하고 싶은 욕구가 커진 것이다. 그러니 아예 핸드폰을 눈에 보이지 않게 사전 조치 전략을 사용하면 처음엔 힘들겠지만 점차 적응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가족회의 결과, 엄마가 아침에 출근하며 은율이 핸드폰을 가져 간 후 저녁에 퇴근하면서 핸드폰을 가져오기로 했다. 난 은율이에게 고민을 엄마 아빠에게 솔직히 말하고 해결책을 요청해 주어서 고맙다고 말해 주었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은율이는 무엇 때문에 양심의 가책을 느꼈을까? 아마 3년 넘게 지속해 오고 있는 습관 때문인 것 같다. 매일 실천해야 하는 습관이란 루틴이 있기에 겨울 방학이란 시간적 여유가 많은 시기에도 시간을 관리하고 해야 할 일을 해야 함을 몸이 알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게임을 하고 싶은 마음과 습관을 해야 하는 마음 사이에 갈등이 생겼을 것이다. 습관이란 하루 루틴이 시간이 남아도는 방학 기간에 게임이나 TV 시청에 빠지는 유혹의 강도를 감소시킨 것이라 생각했다.

만약 겨울방학 동안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자녀가 하루 대부분을 게임을 하거나 TV를 본다면, 부모님이 먼저 좋은 습관을 자녀와 함께 시작해 보자고 제안해 보는 것은 어떨까?





PS.


가족회의 결과를 시행한 첫날, 아내는 약속대로 은율이의 스마트폰을 출근하면서 회사로 가져갔다가 저녁에 퇴근하면서 은율이에게 돌려주었다. 놀라운 사실 하나는, 은율이는 스마트폰 없이 하루를 보냈는데 오전에 학원을 다녀온 후 시간이 남아서 엄마 아빠 서재 책상을 1시간 동안 정리했다고 한다.


그래도 시간이 남아서 내일과 모레 학원 숙제까지 완료했고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온 셜록홈즈 책도 다 읽었다고 한다. 스마트폰 사용 시간만 줄여도 아이는 생산적인 하루를 보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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