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저는 사내 교육으로 아주 흥미로운 교육을 들었는데요. 아주 대학교 김경일 교수님의 <의사결정 심리학>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오늘은 그 강의 내용 중 재미있는 내용 한 가지를 소개하겠습니다.
먼저 여러분에게 질문 하나부터 해볼게요.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직장 상사는 어떤 사람인가요?”
이 질문에 여러 가지 대답이 나올 것 같은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다른 사람의 의견은 무시하고 본인 생각만 밀어붙이는 상사가 제일 힘든 것 같아요. 버럭 화만 내고 소리 지르는 것이 카리스마 있는 리더라고 착각하는 시대착오적인 상사들 말이죠.
그런데 이 질문에 꼭 빠지지 않고 늘 5위권 안에 들 정도로 높은 순위를 자랑하는 상사의 유형이 바로 <결정하지 못하는 상사>라고 합니다. 우유부단한 상사는 부하직원이나 회사 입장에서도 피해를 주는 최악의 리더 유형이라고 하네요.
생각해보세요. 고객은 담당자인 여러분에게 급하게 답변을 원하고 있는데 상사가 결재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면 얼마나 답답하겠습니까? 회사 입장에서도 우유부단한 상사가 결정을 못 내린다면, 고객은 경쟁사로 떠날 것이고, 비즈니스 기회는 훨훨 멀리 날아가는 것이나 얼마나 큰 손해이겠습니까? 충격적 이게도, 나쁜 결정보다 결정을 제때 내리지 못해서 손해를 보고 결국 망하는 회사가 의외로 많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반전이 있습니다. 이러한 우유부단한 상사가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력이 부족해서 결정 장애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결정은 상당 부분 "감정"의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두뇌의 마법사라고 불리는 미국의 신경학자인 안토니오 다마시오에 따르면, '95%의 사람들은 감정에 따라서 결정을 내린다'라고 합니다. 즉, 우리가 "감정의 결재"를 받지 못하면 어떤 결정도 못 내린다는 것이죠.
우리 일상 속에선 감정의 결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아볼까요? 우리는 종종 이런 고민을 합니다. "오늘 점심 뭐 먹지?" 그런데 이 말은 실제로는 생각을 묻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감정을 묻는 것이라고 합니다. 즉 "오늘은 뭘 먹고 싶은 기분일까?"라고 묻는 셈이지요.
만약 저녁에 연인과 데이트하기 위해 약속을 잡았다고 해 보죠. 아마 십중팔구 어떤 옷을 입을지 고민부터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때 '오늘 어떤 색깔의 옷을 입지?'라는 고민도 실제로는 '나는 오늘 어떤 색깔의 옷을 입고 싶은 마음이지?'라고 묻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그런데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상사인 우유부단한 리더가 논리적 사고력이 부족해서가 아니고 단지 '감정'의 영향을 받아서 결정을 못 내린다니 선뜻 이해가 되질 않는데요.
이해를 돕기 위해, 한 가지 실험을 소개하겠습니다. 여기 A 그룹과 B 그룹이 있습니다. 두 그룹에게 동일하게 컴퓨터 1대와 핸드폰 1대를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A 그룹에게는 컴퓨터와 핸드폰의 차이점을 조사해서 발표하라고 지시했고, B 그룹에게는 그룹원과 상의해서 컴퓨터와 핸드폰 중 갖고 싶은 것을 토론 후 결정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미션이 종료되었고, A 그룹과 B 그룹 모두 세면대에 담긴 조금 뜨거운 물에 손을 씻게 했는데요.
A 그룹원 대부분은 "아~물이 따뜻해서 피로가 씻겨 나가는 것 같아"라고 말한 반면에, B 그룹원 대부분은 "앗 뜨거워~"라고 외치며 손을 재빨리 뺐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두 그룹원들의 행동에 차이를 만들었을까요? 우리는 A그룹과 B그룹에게 내려진 지시사항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A그룹은 컴퓨터와 핸드폰의 차이점이란 명백한 결과가 정해져 있는 조사를 지시받았습니다. 달리 말해 A 그룹은 의사결정을 거의 할 필요가 없었지요. 반면에 B 그룹은 컴퓨터와 핸드폰 둘 중에 어떤 것을 갖고 싶은지 서로 토론을 통해 의사결정을 해야 했습니다.
이 실험의 결과가 주는 교훈은 B 그룹처럼 의사결정을 내리는 과정은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만들고, 육체적으로 피곤하게 만들어서 뜨거운 물의 온도를 견딜만한 에너지조차 없어지게 만든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직장에서도 오전 시간에 회의를 하면 의사결정이 빨리 내려져서 30분 만에 회의가 끝나는 반면에 오후 5시에 회의를 할 경우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지쳐 있는 상태라서 의사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하고 회의 시간도 고무줄처럼 길게 늘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제 생각에 어쩌면 최악의 상사인 우유부단한 상사도 매일 여러 가지 의사결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많이 지쳐 있어서 결정을 내릴 에너지가 고갈된 것도 한몫한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따라서 리더가 의사결정을 잘하게 하려면, 연이은 결정을 강요하지 말라고 합니다. 잘 먹고, 잘 쉬게 해주는 회사가 능률이 좋은 회사라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이런 좋은 회사가 많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아직도 우유부단한 상사가 우리 도처에 많이 존재하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그럼 조금 시선을 돌려서, 습관을 실천하는 우리의 일상을 살펴볼까요? 여러분은 이 글을 읽고 습관을 하루 중 언제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아침? 점심? 퇴근 후 잠들기 전에?
습관홈트 프로그램의 습관 전략은 '하루 10분, 습관 3개'입니다. 즉, 하루에 10분만 투자해서 습관 3개를 모두 실천할 만큼 작고 사소한 습관을 매일 실천하는 것인데요. 그런데 이렇게 작고 사소한 습관 3가지라도, 퇴근 후에, 아이들 잠 다 재우고 난 후에, 친구와 저녁 약속을 마친 후에 실천한다면,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육체적, 정신적 에너지는 이미 거의 바닥이 난 상태이기 때문이지요.
이런 상태에서는 하얀 우유 한 사발을 벌컥벌컥 들이켠 것처럼 우리 마음도 우유부단해집니다. 그리고 이런 갈등을 하기 시작하죠. '아 오늘은 피곤한데 습관 할까? 말까?' 또는 '지금 습관 할까? 아니면 유튜브 하나만 본 다음에 할까?'처럼 결정하지 못하고 망설이게 됩니다.
좋은 습관을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우리 마음의 결재를 확실히 받아야 하는데 할까 말까 우유부단한 사람처럼 망설일 경우 십중팔구 습관을 하지 않기로 한 마음이 승리하게 됩니다. 우리 인간은 본능적으로 편안하고 안전한 것을 원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저는 습관홈트 프로그램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이렇게 조언하고 있습니다.
습관 3개 중 최소한 1~2개는 오전에 실천하세요. 자꾸 습관을 오후로 미룰수록 여러분의 선한 의도와는 다르게 실패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여러분의 마음에서 에너지가 빠져나가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