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한 목표는 개나 줘버려

타인의 꿈을 훔치지 마라

by 이범용의 습관홈트

중국에 부지런한 농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농사를 잘 지어보겠다는 결심을 굳게 하고 불타는 열정을 보이며 밭에 식물들을 잔뜩 심었지요. 어찌나 열심히 나무들을 관리하는지 온 마을 사람들이 입을 모아 그를 칭찬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집 밭의 식물들은 무럭무럭 자라 열매를 맺는데 유독 그의 밭만 1년이 지나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습니다.


정말 이상한 일이라고 모두 생각했지요. 그러던 어느 날 한 마을 사람이 농부의 일과를 관찰하고 그 이유를 발견했습니다. 농부는 하루 종일 정성을 다해 식물들을 관리했는데 과한 열정에 성질까지 급했던 나머지 밤이면 밤마다 밭에 가서 식물들이 잘 자라고 있나 하나하나 다 뽑아 뿌리를 확인하고 다시 심어놓기를 반복했던 것입니다.




1995년 미국의 어느 감옥 앞.


WBC 세계 헤비급 챔피언이었던 마이크 타이슨(Mike Tyson)은 불미스러운 일로 감옥에서 3년 복역 후 출소했습니다. 당연히 그는 복싱 실전 감각이 무뎌진 상태였지요.


미국의 권투 프로모터인 돈 킹(Don King)은 타이슨의 첫 상대로 무명이나 다름없는 피터 맥닐리(Peter McNeeley)라는 백인 헤비급 권투 선수를 선택했고, 1995년 8월 19일 타이슨은 1라운드 만에 상대를 두 번 다운시킨 후 상대 코치가 경기를 포기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4개월 뒤 두 번째 상대로 체중 조절에 실패한 것처럼 뚱뚱해 보이는 버스터 마티스 주니어(Buster Mathis Jr)를 선택했고 3 라운드 만에 KO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그리고 3개월 뒤 WBC 헤비급 챔피언인 프랭크 브루노(Frank Bruno)와 경기를 가졌고, 3 라운드만에 KO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승자의 뇌』의 저자이자 세계적인 신경심리학자이며 뇌 과학자인 이안 로버트슨(Ian Robertson)은 이기는 사람과 지는 사람의 생각은 어떻게 다른지 설명하기 위해 ‘승자효과(Winner effect)'를 주장했습니다.




승자효과란,


허약한 상대를 맞아 몇 차례 승리를 거둔 어떤 동물은 나중에 훨씬 강력한 상대를 맞아서도 승리할 가능성이 높은데, 생물학의 이런 현상을 설명하는 용어가 바로 승자효과입니다.


즉, 승리감은 테스토스테론이란 호르몬 분출을 유발하며, 또 승리를 맛본 동물이 다음번 대결에서도 승리를 거둘 확률이 높은 가장 큰 이유도 바로 이 호르몬에 있습니다. 왜냐하면 테스토스테론이 보다 많이 분출됨에 따라서 승리한 동물들은 덜 불안해지고 더 공격적으로 바뀌며 고통을 견딜 수 있는 임계점도 더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이안 로버트슨의 주장을 조금 더 들어 보겠습니다.


도전과 경쟁에서 우리가 거두는 결과는 단지 그 과제를 수행하기 직전의 마음 상태나 호르몬 활동 상태뿐만 아니라, 과거의 승리 경험 여부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볼 때 약한 상대를 붙여주어 테스토스테론이 최대한 분출되게 만들어서, 강력한 상대와 싸울 때 보다 큰 힘과 용기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중국 농부의 이야기로 다시 가 보겠습니다.


우리 다 같이 중국 농부의 목표가 무엇이었는지 떠올려 볼까요? 네. 맞습니다. 그는 농사를 잘 지어 보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밭에 식물들을 잔뜩 심었습니다. 자신의 관리 능력보다 많은 식물을 심었고 낮 동안 열심히 관리했으니 기대감도 컷을 것입니다. 그래서 빨리 그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밤마다 뿌리를 뽑아 확인하는 우를 범했던 것이죠.


우리 모습에도 중국 농부의 조급함이 엿보이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어느 직장인이 올해 여름에 하와이로 해외여행을 가기로 마음먹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리고 영어 공부를 시작했는데 하루 목표를 영어 단어 100개 외우기로 정하고 3일을 넘기고 10일을 넘겼지만 영어 실력이 썩 좋아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때 서서히 조급함이 밀려옵니다. 분명히 열심히 한 것 같은데 결과가 시원치 않으니 짜증이 밀려오면서 머리 나쁜 자신을 탓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는 우울해하다가 영어 공부를 슬그머니 포기하고 맙니다.


이처럼 우리는 오늘 하루 물을 주고 내일 꽃이 피지 않았다고 조급해합니다. 반면에 돈 킹은 어땠나요? 돈 킹은 타이슨에게 승자효과를 한층 높이기 위해서 맥닐리나 마티스와 같은 허약한 상대와 시합을 하도록 전략적으로 주선했고 결국에는 타이슨이 세계 챔피언의 자리에 올라설 수 있도록 했던 것입니다.


만약 돈 킹이 타이슨을 세계 챔피언으로 빨리 만들기 위해서 조급하게 강한 상대를 주선했다면 어땠을까요? 실전 감각이 사라진 타이슨이 손쉽게 승리할 확률은 현저히 떨어졌을 것이 자명합니다.


이처럼 과거의 작은 성공 경험들은 미래에 큰 변화와 도전에 직면했을 때, 큰 힘과 용기를 발휘하게 하는 매개체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습관 포기의 지름길인 조급함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는 목표를 작게 잡아야 합니다. 높은 목표는 우리 뇌의 거부감을 강하게 자극하여 성공했다는 짜릿함과 용기를 주기도 하지만 습관이란 것이 어렵고 힘들다는 감정 또한 주게 됩니다.


반면에 작은 목표는 우리가 쉽게 매일 목표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뇌의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적게 되고 우리를 허황된 욕심의 올가미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줍니다. 이렇게 작은 목표를 세우고 매일 작은 성취감이 쌓이면 우리의 하루가 조금씩 건강하게 탈바꿈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기분 좋은 삶의 충만감이 온몸을 휘감을 때 내적인 강력한 목표 의식이 우리를 더 높은 곳으로 자연스럽게 이끌어 줍니다.


하지만 거창하고 높은 목표는 타인의 꿈을 훔친 것에 불과합니다. 남들이 하니까 남들만큼 높은 목표를 세워야 나의 체면이 선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거창한 목표는 겉보기에는 그럴 듯 하지만 결국 나의 내면에서 자발적으로 생겨난 것이 아닌 외부에서 빌려온 꿈에 불과합니다. 알맹이는 없고 빈 껍데기뿐인 허황된 꿈입니다. 빈수레가 요란 법이니까요.


이렇듯이 나의 내면의 자아와 합의한 목표가 아닌 타인의 목표를 억지로 따라 하는 것은 사람을 지치게 하고 지속할 힘을 빼앗아 갑니다. 지금 당장 중국 농부가 돈 킹의 전략을 배워야만 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