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납니다

쉽게 무너지지 않는 사람

사람들은 착각한다.


습관만 실천하면 짧은 기간 안에 원하는 숫자가 툭 하고 나오길 기대한다. 예를 들면, 토익 500점에서 950점으로 상승하길 원하거나, 몸무게가 한 달 만에 20kg이 빠지길 원한다. 물론 꾸준히 멈추지 않고 습관을 실천하다 보면 언젠가는 우리가 그토록 원하는 숫자와 마주하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이러한 장기적인 목표 달성보다는 습관이 가져다주는 더 중요한 변화는 바로 나를 쉽게 무너지지 않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는 사실이다.


나는 매일 새벽 3시 30분에 기상한다


가끔은 알람 소리에 의존하여 일어나지만 대부분은 알람 소리가 들리기도 전에 침대에서 잠이 깬다. 그런데 6개월 전까지는 새벽 4시에 일어났었다. 그리고 출근하기 전까지 약 2시간 동안 한 편의 글을 쓰려고 했었다. 하지만 글을 완성하고 나의 SNS에 포스팅까지 하려면 시간이 조금 부족함을 느꼈다. 그래서 기상 시간을 30분 앞당겼다.


물론 깨고 나면 부정적인 생각이 드는 날도 있다. 이렇게 매일 새벽에 기상한 지도 2년이 넘어 가지만 내가 원하는 내 삶의 커다란 변화가 나타나지 않아 불안할 때도 있다. 그럴 때면 ‘내가 힘들게 왜 이 짓을 하고 있지?’라는 부정적인 생각에 빠지는 날이 있다.


이럴 때마다 나는 부정적인 생각에 매몰되기 전에 급하게 화장실로 들어간다. 화장실 변기에 앉아서 아직 어둠과 밝음 사이에 초점을 잃고 방황하는 내 눈을 비벼 깨우고 잠시 핸드폰을 열어 밤새 이슬을 맞고 도착한 카톡 메시지를 확인한다.


그리고 재빨리 칫솔을 들고 치약을 짜서 입에 넣는다. 치약의 싸한 냄새와 시큼한 맛이 내 코와 혀를 깨운다. 그리고 물로 입안을 헹구고 머리를 감고 세수를 하면 조금 전까지 내 머릿속에 달라붙어 있던 부정적인 생각의 마지막 조각까지 함께 씻겨 내려간다.


이런 경험 덕분에 내가 침대에서 어렵게 일어난 날, 부정적인 생각의 농도가 짙은 날에는 나를 스스로 달랜다. ‘범용아. 괜찮아. 세수만 하면 이런 부정적인 생각도 씻겨 내려갈 테니 지금 내 뇌의 조잘거림에 신경 쓰지 말자’라고 설득한 다음 세수하러 잽싸게 화장실로 들어간다.






이제 화장실을 나와 시원한 물 한잔을 마시고 커피 한잔을 탄다. 그리고 체중계에 내 몸을 맡기고 몸무게를 확인한다. 어제는 내가 얼마나 많은 음식을 먹었는지 확인하고 적정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오늘 먹을 음식의 양을 미리 정해 놓는다.


그리고 이 새벽, 아무도 침범하지 않는 시간에 나의 은신처인 서재로 들어가 책상에 앉는다. 먼저 노트를 펴고 자기 확언을 3번 읽고 3번 쓴다. ‘나는 사랑받는 가치 있는 사람이다. 사람들은 선하다. 세상은 살만한 곳이다’라는 사실을 다시 깨우친다.


이제 출근하기 전까지 2시간이 남았다.


어제 생각해 놓은 글의 뼈대를 읽어 가며 글을 쓰기 시작한다. 생각대로 안 써지는 날도 있다. 그러면 그 주제는 잠시 덮는다. 그리고 이런 날에는 예전에 안 써지는 날에 멈추었던 글들을 다시 꺼내어 살펴본다. 그리고 내 생각을 이어서 써 내려간다. 글을 쓰고 읽어 보고 맞춤법을 확인하고 나의 SNS에 글을 올린다.


이제 출근 준비하기까지 10분 정도 남았다. 읽기 시작한 책들이 3권 정도 눈에 뜨인다. 그중 마음에 드는 책을 한 권 골라 책을 읽는다. 글 쓰기가 늦어지는 날은 책 읽기는 퇴근 후로 미루어지는 날도 있다. 이제 정말 출근할 시간이 다가왔다. 부랴부랴 옷을 갈아 입고 회사 출입증을 목에 걸고 집을 나선다. 회사 버스를 타기 위해 약 15분 정도 걷는다. 하늘을 본다.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을 본다. 기분이 좋다.


이것이 내가 지금까지 2년 넘게 지켜오고 있는 새벽 루틴이다.


나는 잘 살고 있을까?라는 불안한 감정 때문에 평상심을 잃고 혼란스럽고 무기력해질 때 나를 다시 빠르게 회복시켜주는 힘은 이 작은 내 일상 속 작은 루틴들이다. 마치 작은 돌들이 반쯤 찬 물병을 크게 좌우로 흔들었다가 가만히 책상 위에 내려놓으면 작은 돌멩이들이 서서히 밑으로 가라앉듯이, 불안한 하루 속에서 다시 중심을 잡고 침잠하는 평상심을 유지하는 힘은 내가 오늘도 나의 루틴대로 하루를 살았고 나와의 약속을 지켜 냈다는 뿌듯함에서 잉태된다고 생각한다.


"걷는 사람, 하정우"에는 루틴이 얼마나 중요한지 공감을 이끌어내는 문장이 있다.


“가만히 눕거나 앉아서 그냥 나아지길 기다리면 머리는 무거워지고 기분은 점점 가라앉는다. 계속 누워 있으면 누워 있어서 힘들고 앉아 있으면 앉아 있느라 힘들다. 그 결과는 고스란히 다시 나 자신에게 돌아온다. 악순환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런 늪에 빠져 들려할 때는 변덕스러운 감정에 나를 맡겨둘 게 아니라 규칙적인 루틴을 정해놓고 내 몸과 일정을 거기에 맞추는 편이 좋다.”


매일 조금씩 올바르게 습관을 실천하는 것.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는 것. 이런 나의 일상 속 작은 루틴들이 ‘나는 잘 살고 있나?’ ‘난 왜 맨날 하는 일마다 잘 안될까?’ ‘ 지금 내가 하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지?’라는 부정적인 생각과 불안한 마음 때문에 혼란스러운 날에도, 평상심을 잃고 이리저리 휘청거리는 날에도, 다시 평범한 나로 회복시켜주는 힘. 고난과 좌절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사람이 되도록 지탱해 주는 힘이 바로 내 하루의 작은 루틴이다.


매일 새벽 3시 30분에 기상하는 일, 세수하고 커피 한잔을 타는 일, 체중계에 내 몸을 맡기고 몸무게를 확인하는 일, 노트를 펴고 자기 확언을 3번 읽고 3번 쓰는 일, 출근하기 전에 2시간 동안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 퇴근 후 잠들 기전에 팔 굽혀 펴기를 하고 책을 읽는 일, 이런 일상의 지극히 평범한 루틴들이 합해져서 내가 나를 더 사랑할 수 있게 도와준다.


그대도 그러하길. Love yoursel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