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다이어트, 하루 동안 해보니

하루의 기록

by 이범용의 습관홈트

# 핸드폰 다이어트에 도전한 이유


손이 부르르 떨렸다. 브런치 글의 알림 소리에 핸드폰을 확인하고 싶어 졌다. 그러나 오늘은 그렇게 할 수가 없다. 난 오늘 핸드폰 다이어트에 도전 중이기 때문이다.


“25살에 생길 일을 22살부터 엄청나게 걱정하지만 매일 페이스북 블로그 인스타그램 화면을 들여다보면서 4시간 반을 허비하고 있다”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이며 디지털 마케팅과 소셜 미디어의 선구자로 유명한 게리 베이너척이 나에게 그리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던진 화두다.


난 4시간 반을 SNS 화면을 들여다보며 허비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핸드폰을 수시로 들여다본다.


업무시간도 예외는 아니다. 업무를 하다가도 카톡이나 브런치 블로그 등에서 알림이 오면 하던 일을 멈추고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들고 어떤 알림이 도착했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다시 업무를 시작한다.


난 다행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더 이상 이 질문을 회피할 수 없겠다 싶었다. 그래서 하루 동안 딱 두 가지 규칙을 정하고 핸드폰 다이어트 실험을 실천하기로 결심했다.


첫 번째 규칙은 업무 시간엔 핸드폰을 확인하지 않는다. 단 전화는 받는다. 두 번째 규칙은 카톡 브런치 블로그 문자 등의 알림 확인은 점심시간 그리고 퇴근시간인 5시 이후에 한다.


이렇게 규칙을 정하고 시계를 보니 근무 시간이 시작되는 오전 8시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나의 감정은 좀 복잡했다. 몇 가지 걱정이 앞섰기때문이다.


혹시라도 내가 상대방의 급한 요청에 제 때 응대하지 못해 상처를 주는없을지 또는 SNS의 내 글을 읽고 누군가 보낸 좋은 기회를 잡지 못하면 어쩌지? 라는 걱정들이었다.


하지만 하루 동안 핸드폰 다이어트를 해 본 결과, 생각보다 위급한 요청도 없었고 심지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 핸드폰 다이어트 하루의 기록


난 26년 동안 피웠던 담배를 끊은 지 3년이 되어간다. 금연에 성공한 결정적 비결은 바로 담배 욕구가 생기는 상황을 구체적으로 기록하는 것이었다.


찰스 두히그는 그의 책 <습관의 힘>에서 거의 모든 습관의 신호는 다음 5가지 중 하나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1. 장소: 어디에 있는가?
2. 시간: 몇 시인가?
3. 감정상태: 감정상태는 어떤가?
4. 다른 사람: 주변에 누가 있는가?
5. 직전의 행동: 충동이 있기 전에 무엇을 했는가?


내가 금연에 성공했던 이 방법을 그대로 핸드폰 다이어트에도 적용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하루 동안의 기록을 살펴보니, 오전에 두 번의 위기가 찾아왔었다.


첫 번째 위기는 오전 8시 57분에 찾아왔다. 난 그때 회사 이메일을 확인하던 중이었고 갑자기 배가 아파서 화장실을 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평상시 난 화장실에 갈 때마다 핸드폰을 들고 갔었다. 그리고 화장실 안에서 핸드폰을 뚫어져라 쳐다봤었다.


하지만 이 날은 핸드폰 대신에 정혜신 정신과 의사가 쓴 <당신이 옳다>라는 책을 들고 화장실로 향했다. 그리고 화장실에서 3페이지를 읽었다. 핸드폰 대신 책을 읽었더니 왠지 기분이 산뜻해졌다. 책을 읽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떠올랐다. 첫 번째 위기는 잘 넘겼다.


두 번째 위기는 약 2시간 뒤에 찾아왔다. 난 골치 아팠던 업무 하나를 막 처리해서 살짝 안도감이 밀려오는 상태였다. 이 안도감은 바로 보상을 원한다는 신호였다. 핸드폰에 새로운 소식이 없는지 무척 궁금해졌다. 하지만 1차 대응으로 다이어리를 펴고 이 기록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커피를 타기 위해 자리를 벗어났다. 핸드폰은 내 책상에 남겨두고 미련 없이 자리를 떠났다. 1차 대응 결과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 다시 업무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오후엔 별다른 위기 없이 업무에 집중하여 일을 처리했다.



핸드폰 다이어트 하루의 기록


약속대로 난 점심시간과 오후 5시에 핸드폰을 확인했다. 몇 개의 단톡 방에 올라온 안부성 메시지와 페이스북 브런치 블로그에 올린 나의 글에 좋아요 댓글 알림을 제외하곤 긴급한 일도 중요한 일도 없었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SNS 세상은 평온했다.



#저녁 한 끼의 의미


나는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한 사람이다. 그런데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억울한 일이 많이 발생한다. 장시간 회의를 했지만 결론도 나지 않는 경우도 있고 해외 출장 중 하루에 3~4개의 고객을 방문해 정신없이 프레젠테이션을 했지만 결과가 참혹한 날도 있다.


이런 날들은 몸도 피곤하고 신경도 예민해져서 화가 치밀어 오른다. 그런데 이런 처참한 날에 저녁 식사도 못한 날은 화가 더 치밀어 오른다. 그 당시 나에게 저녁 한 끼는 단순히 텅 빈 내 위를 채우는 행위가 아니었다.


밥에서 내가 살아 있는 이유를 느꼈고 오늘 하루 고생한 나를 위로해 주는 정신적 치료제였다. 어쩌면 난 근사한 저녁 한 끼를 차려 먹기 위해 고단한 하루를 견디는 사람 같았다.


그런데 작년에 간헐적 다이어트로 10kg을 감량하고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현대인은 하루 3끼를 먹어야 할 만큼 많은 에너지를 쓰지 않는다는 놀라운 사실을 접하기도 했다. 그 이후 저녁 한 끼는 더 이상 내게 거창한 의미를 주지 않기 시작했다.


오히려 바쁜 일상 때문에 저녁을 건너뛰는 상황이 되면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할 정도다. 특히 새벽 3시 40분 즈음 체중계에 몸을 싣고 현재 내 몸무게가 장마철 강물이 불어나듯 어제보다 체중이 불어난 것을 확인한 날에는 저녁을 강제로라도 건너뛰게 해 준 바쁜 일상이 특별히 더 고맙다.


저녁 한 끼 건너뛰어도 내 삶의 감정적 균형은 더 이상 한쪽으로 기울지 않게 되었다. 내 존재의 이유이기도 했던 저녁 한 끼, 건너뛰면 화가 치밀어 오르기까지 했던 저녁 한 끼, 이젠 없어도 그만인 존재가 되어 버렸다.


핸드폰 다이어트도 마찬가지임을 깨닫는다. 업무 시간에 핸드폰을 수시로 확인하지 않으면 큰 일 날 것 같지만 큰 일은 생각보다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점심시간과 퇴근 시간에 확인하면 될 일이다. 그리고 급한 용건은 상대방도 전화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할 일은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힌 듯하다. 핸드폰 다이어트를 자주 시도해 보는 일, 그리고 그 과정에서 큰일이 일어나지 않음을 점차 믿게 되는 일, 또한 퇴근 후에도 주말에도 점차 확대해서 적용해 보는 일, 이런 시도들이 그 윤곽 속에 포함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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