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감성의 정석

F(x) - Pink Tape Review

by 하보


2013-2014 시즌 민희진은 아무래도...뭔가 있었다. 난 지금의 민희진도 그때 민희진을 이길 수는 없다고 확신할 수 있다.



왜냐고?





a527f51992839e89f7224b9a90a19fe3.gif?type=w1 이 사진 하나로 핑크테이프 설명 가능


빅뱅의 하루하루 이래로는 케이팝 고인물이라고 자부할 수 있는 나. 온갖 아이돌, 특히 걸그룹 컨셉이라면 이것저것 다 들여다 본 난데...아직도 핑크테이프를 넘어서는 컨셉을 본 적이 없다.


지금 한창 유행하는 하이틴 감성에 몽환과 세련을 섞어 잘 빚어낸 이수만과 민희진의 역작...그때 당시엔 무려 하이틴 감성이 유행할 때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멤버들, 앨범의 곡 구성, 무대 의상, 컨셉필름(이것도 당시엔 생소했던 개념...), 심지어는 앨범 자체의 디자인 마저 완벽했던 핑크테이프.










1. 음악


1) 첫 사랑니


당시 edm의 유행에 힘 입어 첫사랑니도 약간의 전자음이 섞인 당시의 팝 곡 계열이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사랑니를 가지고 이런 가사를 쓴 작사가님께 다시 한 번 박수...

그때도 이지리스닝은 절대 아니었고, 에프엑스 무대를 보고 어라? 하고 듣다 보니 중독되는 류의 곡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처음에는 사실 이게 뭐야, 했다가 점점 빠져들었던 곡 중에 하나였는데...

지금 와서 다시 들어보니 베이스라인부터 차차 쌓아올라가는 라인들이 부내나서 미쳐버릴 거 같다. sm 특유의 돈 냄새 나는...그런 곡...그리고 지금 들어도 사운드 짱짱하고, 세련된 건 놀라운 지점. 2022년에 거진 10년 전 곡을 들으면서 하나도 촌스럽지 않다는 감상평을 남기게 하는 곡이다.



2) 미행


아트필름에 들어있는 노래 뭐야? 하다가 에스엠 수록곡에 세계에 발을 들여버린 15살 필자...좋은 선택이었다...


개인적으로는 핑크테이프의 정체성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곡이라고 생각한다. 몽환적인 멜로디와 그림자라는 화자가 풀어나가는 짝사랑 가사까지. 단순한 하이틴이 아니라 10대 소녀가 처음 겪는 사랑을 만화경으로 보여주는 것 같은 에프엑스만의 분위기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실상 이 앨범의 시그니처 곡 같다.


흔한 짝사랑 소재를 몽환 한 스푼과 환상 두 스푼 섞어 역작을 만들어낸 건 역시나 벨소리와 보컬 이펙트가 아닐까 싶다. 꼭 오르골을 틀어놓은 것처럼, 단조의 맑은 음으로 반복되는 벨 소리에 자잘하게 쌓이는 비트까지 몽환적이면서도 환상적인, '만화경'을 청각으로 표현한다면 이런 느낌이겠거니 생각하게 하는 곡이다.




3) Goodbye Summer


사실 단조롭고 단순하다면 단순할 수 있는 곡 구성이다.

어쿠스틱 기타 소리와 피아노 소리가 곡을 구성하는 전부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럼에도 이 곡이 이렇게나 레전드로 회자되는 데에는 아마 유치하지만 유치하지 않은 가사와 보컬들의 목소리 덕분일 테다.

디오의 부드러우면서도 깊은 음색, 크리스탈의 여리고 아슬한 소녀스러운 음색, 루나의 부드럽고 힘 있는 보컬, 엠버의 담담하면서도 독특한 래핑. 곡에 참여한 네 명의 조화 덕에 이토록이나 회자되는 레전드가 되지 않았을까.



4) airplane


개인적으로 일렉트로닉 장르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생각을 조금은 바꿔준 음악. 실은 사운드적인 측면에서 좋아했다기보단 멜로디와 가사 덕분에 좋아한 것 같지만.


사실 이 노래는 되게 이중적인데, 가사가 그런 이중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것처럼, 사운드도 굉장히 다채롭게 해석할만한 곡이다. 어떻게 들으면 되게 설레고 청량한데 어떻게 들으면 되게 아련하다. 왜냐면 이 노래는 사랑의 시작과 이별을 동시에 다루고 있으니까.


개인적으로 이 곡은 브릿지에서 설리랑 앰버가 중심 잡았다가, 루나가 후렴에서 터뜨리,고 크리스탈이 아련하고 소녀스럽게 마무리하는 게 정말 일품이라고 생각하는 곡.



5) ending page


알앤비와 락이 섞인 가벼운 느낌의 곡.

개인적으로는 미행 다음으로 가장 좋아했던 곡이었다. 자칫 이해하기 어려운 장르들이지만 에프엑스 멤버들이 너무 부담스럽지 않게 곡을 풀어나가줘서 약간 가볍게 아련한? 청량한 노래가 되지 않았나 싶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건 이게 진짜 이 앨범의 마지막 엔딩곡이자 이 앨범이 발매된 시기가 여름이라는 것이다. 계절감에 맞게 너무 무겁지 않지만 차분하게 앨범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a&r팀의 의지가 표명된 것만 같다. 적당히 차분하고 적당히 가벼워서 딱 여름에 어울리는 노래라는 느낌이 든다. 이 노래, 겨울에 밖에서 들으면 분명 추울 테다.


노래 가사도 주목해볼만 하다. 권태기에 이른 연인이 과거로 돌아가고 싶단 내용이 주가 되는데, 이 핑크 테이프가 끝나면 첫사랑이 끝난다는 걸로 해석하면 앨범의 스토리와도 꼭 맞다. 이 테이프가 끝날 때 즈음 그 사랑이 시작하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그니까 이 테이프의 시작 즈음으로 돌리고 싶다 뭐 그런 식으로 해석할 수 있게 되니까. 진짜 앨범 구성 치밀하게 잘 짰다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2. 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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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sm이 사실 제복 교복의 명가인 건 사실이다.

그런데 이제는 반쯤 스테디 셀러가 된 저 테니스 스커트를 유행시킨 장본인이 바로 에프엑스였다.


다시 보면 소름 돋는 게 저 테니스 스커트라는 아이템이랑 스커트 컬러로 통일감 주되, 멤버별로 다른 각각의 아이템 - 하네스, 넥타이, 멜빵 등 - 으로 차별화준 게 보인다. 당시에는 어색했던 하네스라는 아이템도 유연하게 사용하고 있다. 정말 너무너무 고급스러운 프레피룩의 정석. 프레피룩을 개인적으로 너무너무 사랑하는 필자는 그저 첫사랑니 무대를 보며 광광 울 뿐입니다.









3. 아트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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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r4u3BzM0rqo




필자에겐 병이 있다.


에프엑스 핑크테이프 아트 필름을 보여주면 우는 병.



필름이란 이름 달고 나온 영상이니만큼 전반적으로 진짜 필름으로 찍은 거 같은 색 바랜? 영상 연출하며...멤버들을 두고 빔 프로젝터로 영상을 쏘는 연출이 단순하면서도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사실 별 것도 아니고 흔하다면 흔한 연출일 수 있지만, 그것 덕분에 아트필름의 몽환적인 분위기는 배가 된다.


이 아트필름이 진짜 그 몽환 하이틴을 그대로 보여주는데, 진짜 사랑에 빠진 소녀의 복잡한 내면을 필름에 비춰보여주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에프엑스의 아트 필름은 첫사랑하는 10대의 마음을 만화경으로 만든 다음, 그 만화경에 대고 카메라 렌즈를 들이대고 찍은 영상 같다.


좋다가 싫다가 숨기고 싶었다가 고백하고 싶었다가 울고 싶었다 웃게 되다가...누구에게도 설명할 수 없고, 심지어는 나 자신조차도 납득시키지 못하는 복잡한 10대의 첫사랑. 그런 마음들이 저 아트필름에 쪼개져서 한 장면씩 담긴 거 같다. 무엇보다도 예술적으로, 그리고 추상적으로 담긴 모든 씬들을 대중이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수 있도록 한 게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에프엑스의 아트필름 이전까지, 아이돌 음악은 대체로 단순한 편이었다. 무언가를 해석하고, 숨겨진 의미를 찾고, 세계관을 팬들이 이어가는 문화는 사실상 에프엑스와 샤이니, 그리고 엑소가 시작했다고 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EXODUS, Wings, 화양연화 기타 등등 필자를 포함 수많은 이들이 역작이라고 꼽는 다른 아이돌 컨셉 영상들 중에서 나는 핑크테이프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가히 소녀다움의, 몽환적인 하이틴의 정석이라 불러도 아쉬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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