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와이스 11번째 미니 앨범 리뷰
타이틀곡 talk that talk에 대한 감상은 다음과 같다. 비트와 베이스를 강조한 것부터 뭔가 레트로함을 강조하려고 했었던 것 같고, 특히 코러스에 MSG처럼 들어가는 신디사이저 소리가 곡의 레트로한 무드를 더욱 살려준다. 곡 자체는 신나면서도 청량한 느낌까지 주고 있어서 가볍게 듣기 좋은 곡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확고하게 레트로한 느낌은 아니고, 신나고 발랄한 하이틴스러운 틴팝도 가미된 느낌이다.
전반적으로 수록곡들도 하이틴 무드가 나는 것과 레트로한 무드가 나는 것, 크게 두 가지로 나뉘거나 그 교집합에 있다. 추천하고픈 곡은 두 개로 Queen of hearts와 Brave.
queen of hearts는 의도했는지 알 수 없지만, 제목부터 연상되는 단어가 있다. 바로 'American sweetheart.' 그 말이 한창 유행하던 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 팝펑크 그 자체와도 같은 곡이다. 기타 소리가 중심이 되어 곡을 이끌고, 코러스에서는 드럼이 들어가는 전형적인 구성. 에이브릴 라빈의 곡들이 겹쳐 들리는 곡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 곡의 단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계속 해서 지적받고 있는 음역대라고 할 수 있겠다. 전반적으로 너무 높아서, 특히 디브릿지에서는 음역대가 너무 높아 멤버들의 가창이 힘겹게까지도 들린다.
두 번째 추천 곡인 Brave는 신디사이저 소리가 레트로하면서도 펑키한 느낌을 주고, 비트나 기타 리프로 락스러운 느낌을 가미해서 아련한 느낌도 살짝 더해진 느낌의 곡이다. 레트로하면서도 세련되게 잘 빠진 곡인데다 가사까지 트와이스 멤버들의 당당함에 걸맞는 느낌이라 가장 취향이라는 느낌이다.
곡의 퀄리티 자체로만은 나쁘지 않은 앨범이라고 볼 수 있겠다. 곡들의 무드도 잘 분배되어 있고, 아주 빼어난 곡들은 아니지만 편안하게 들을만한 좋은 곡들이 많다. 그럼에도 내가 문제 삼고 싶은 건 두 가지이고, 이 문제들은 단순히 트와이스에 대한 문제만은 아니고, 제와피 전반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는 비주얼, 두 번째는 발매 시기.
비주얼은 이게 정확히 어떤 시기나 컨셉을 말하고 싶었는지 알 수가 없다. 뭔가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나 '미녀 삼총사' 같은 영화를 참고한 거 같기도 하고, 전형적인 Y2K 하이틴 감성 같기도 하고. 뭘 말하고 싶었는지는 알겠는데 그래서 둘 중에 하고 싶었던 게 뭔지 뮤비를 봐도 알 수가 없다.
사실 뷔스티에나 그런 코디, 절대 취향은 아니지만, 미녀 삼총사 같은 영화 등이 레퍼런스였다면야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이다. 멤버들이 미성년자도 아니고 그 정도로 선정적인 것도 아닌데 그럴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 의상이 예쁘지 않은 건 차치하고, 애매하다는 게 문제다. 레퍼런스로 삼았을 거라 추측되는 영화들의 스타일링도 아니고, 그렇다고 Y2K 하이틴 무드의 스타일링이라고 딱 잘라 말할 수도 없다.
게다가 곡도 완전히 딱 맞는 무드가 아니라 약간 애매한 레트로라는 것도 또 하나의 문제다. 누가 들어도 "어라 그 때 그 시절 노래다!"도 아닌데 비주얼까지 이렇게 애매하게 나와버리니까 레트로를 하고 싶은 건지, 섹시를 하고 싶은 건지, 하이틴을 하고 싶은 건지...정말 알 수가 없다는 게 개인적 감상이다. 그런데 이건 진심으로 매번 제와피 노래 나올 때마다 하고 싶은 말이었단 게 문제다. 뭔가 메인 컨셉이라고 할 게 없을 정도로 너무 애매한 앨범들의 연속이었다. 특히 걸그룹에서!
두 번째 문제는 발매 시기이다. 이 앨범은 트와이스 전원 재계약하고 첫 앨범이다. 이게 무슨 소리나면 이제 이 그룹의 2막이 시작된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아까 지적했던 것처럼 이 팀이 뭘 하고자 하는지 보여주는 앨범이나 곡이 없다. 2-3세대까지는 사실 비주얼이나 노래의 대중성으로 실컷 업계 탑을 지킬 수 있었던 게 사실이다. 여태껏 JYP가 미스에이를 제외하고선 그렇게 살아남은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시대가 아니라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대중들은 이미 웬만한 컨셉은 다 봤고 아이돌 그룹의 수도 압도적으로 많다. 따라서 아이돌 시장에서 탑으로 살아남으려면 이제 확고한 컨셉과 색이 필요하다. 그런데 JYP의 행보를 바탕으로 추측해보자면, JYP는 전반적으로 이에 대한 생각 자체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나는 이런 메세지를 전하고 이런 컨셉을 모티브로 가는 그룹이에요!" 하는 메인, 중심 컨셉이 있고 거기서 세세한 변주를 줘야 하는데, JYP의 그룹들, 특히 트와이스는 애매하다고 느껴진다. 밝고 스포티한 이미지 - cheer up, 우아하게 등등 - 를 줬던 초반, 거기서 소녀와 하이틴 - what is love?, heart shaker 등 - 으로 넘어가던 초중기, 레트로함 - fancy, I can't stop me - 을 줬던 중반기, 그 다음은 뭔지 모르겠다.
최근 작인 feels, scientist, talk that talk이 비슷한 결이긴 하나, feels나 scientist가 원하던 만큼의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면 각성하고 다른 느낌을 찾아야 하는 건 당연하다. 게다가 재계약을 했고 앨범 제목을 '1과 2 사이'라고 했다면 이미지 변신은 필수적인 요소라고 본다.
그런데 talk that talk은 정말 애매한 곡이다. 노래는 하이틴에 레트로 반 큰술 정도로 뽑아놓고, 비주얼은 섹시 걸인지 하이틴인지 알 수가 없다. 제와피 최근 작들이 전부 그랬던 걸 생각해보면, 각성이 필요한 때라고 느껴진다. 물론 결과적으로 팝이나 스니커즈가 챌린지를 통해 화제가 됐고, 음원 성적은 좋았을지 모르지만, 그건 굉장히 단기적인 문제다. 장기적으로 그룹이 롱런하려면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건 회사가, 특히 기획진들이 각성해야 하는 문제다.
말을 길게 썼지만, 요약하자면 그렇다. 회사에 묻고 싶은 게 있다는 거다.
"JYP, 이제 트와이스랑 대체 뭘 하고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