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 - Gasoline
The 2nd album review
브라스 소리와 강한 드럼 킥이 이끄는 타이틀곡 gasoline은 키의 전작 bad love보다도 훨씬 퍼포먼스에 집중한 노래라는 느낌이 든다. 반복을 피한 송폼도, 비울 수 있는 부분보단 채울 수 있는 부분을 꽉 채워낸 전체적 인상도, 심지어는 힙합이라는 장르까지도. 이지 리스닝보다는 확실히 '뭔가 보여주겠다' 라는 키의 다짐이 느껴진다. 세련되고 화려한, 키의 전력을 다한 앨범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뮤직비디오와 함께 보면 유달리 어떤 가수가 생각난다.
어라, 생각해보니 그 브라스 소리 어디서 들어본 것 같다. 그래, 아무래도 키의 이번 앨범 타이틀곡 레퍼런스는 아무래도 릴나스엑스인 것 같다. 어찌 보면 외계 행성, 지옥, 묘하게 포스트 아포칼립스스러운 엉뚱한 비주얼 이미지들은 키의 전작과 맥을 함께 한다. 그럼에도 반짝이는 화려한 의상, 악마를 떠오르게 하는 검은색 의상, 여러모로 몬테로를 생각나게 한다. 그뿐인가, 강한 힙합 비트와 화려한 브라스 소리는 인더스트리 베이비를 생각나게 한다. 물론 이유 없는 비디오나 음악은 아니다. 전작과 이어지는 여러 이미지들이 그를 증명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비주얼과 음악의 요소가 유달리 한 아티스트를 연상케 하는 건 아쉬움이 남는 점이다.
그럼에도 키의 이번 앨범은 그의 색을 확실히 한다. 11개의 모든 트랙들이 일렉트릭 사운드를 기반으로 하는 묘하게 어두우면서도 펑키하고, 톡톡 튀는 이미지를 가졌다. 트랙을 쭉 들어보면, 80년대 사이버 펑크를 떠오르게 하기도 하고, 빌런을 다룬 어느 영화의 사운드 트랙이나 게임의 트랙들 같다는 느낌이 든달까?
그중에서도 추천할만한 수록곡이 있다면 burn과 another life, 그리고 I can't sleep.
애절하고 감성적인 피아노로 시작해 일렉 기타의 리드미컬함으로 키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burn. 기타의 리듬이 곡을 이끄는 코러스로 진입하고서도 이어지는 피아노 선율은 미묘함과 아슬함을 더한다. 애증 뿐인 관계의 결말은 결국 종말임을 말하는 곡의 가사와도 퍽 어울리는 곡이다.
그 외로 추천할만한 곡이 또 있다면 아무래도 another life. 80년대 신스팝 장르를 닮아 있는 케이팝 곡의 전형 같은 곡이다. 신디사이저 소리와 강한 비트가 레트로한 느낌을 주지만, 팝적인 멜로디와 송폼 덕에 확실히 2022년의 케이팝임을 알 수도 있게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취향이 필자와 비슷하다면 - 청량한, 청춘에 딱 어울리는 불안하면서도 시원한 사운드를 좋아한다면 - 필시 좋아할 수밖에 없는 I can't sleep을 추천한다. 일렉기타 사운드와 빠른 템포가 청량하면서도 발랄한 느낌을 주지만 그와 상반되는, 자칫하면 괴로움 그 자체인 불면증에 대해 노래하는 가사가 매력적인 곡이다.
